‘파인애플 피자’는 범죄? 이탈리아서도 팝니다 [알베르토의 밀라노 코레아]
![이탈리아에서 금기로 치는 파인애플을 넣은 피자. 파인애플을 햄으로 감싸 치즈와 함께 오븐에 굽는다. [사진 이탈리아 세그레타]](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2/10/joongang/20260210000350019rcpu.jpg)
“피자에 파인애플 올려도 괜찮을까요?”
지난 4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 흥미로운 안건이 상정됐다. 정식 의제가 아닌 투표 시스템 정상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지만, 표 대결은 박빙이었다. 커스티 코번트리 IOC 위원장은 “가(可) 46표, 부(否) 49표다. 3표 차로 파인애플 피자는 허용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미식의 나라’ 이탈리아 사람들은 파인애플 피자를 두고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는 우스갯소리를 주고 받는다. 그런데 믿기 어렵겠지만 동계올림픽이 한창 진행 중인 밀라노에 파인애플 피자를 파는 곳이 있다.
일반적인 식당에서 취급하는 피자 종류는 60여 가지 정도다. 그중 파인애플 피자를 즐기고 싶다면 ‘벤트치라나 아나나스’를 주문하면 된다. 혹여 점원이 못 알아 들으면 ‘아나나스(이탈리아어로 파인애플)’만 강조해도 된다. 반응은 둘 중 한 쪽일 가능성이 높다. “우린 그런 건 안 판다”거나 또는 “용감한 도전”이라거나.
필자 또한 밀라노에 온 김에 ‘금기(?)’에 도전했다. 식당에서 아나나스를 외쳤더니 벤트치라나 살라미(말린 햄)와 모짜렐라 피오르디라테(치즈), 고수, 대파와 함께 구운 파인애플이 올라왔다. 파인애플을 프로슈토(건조한 햄)로 감싸서 숯불에 구운 피자를 파는 곳도 있다.
파인애플 피자는 1962년에 탄생했다. 캐나다의 한 식당에서 그리스 이민자 출신이 처음 선보였다. 하지만 토마토와 파인애플 모두 산도가 높다. 섞이면 밍밍하고 소화도 잘 안된다. 아이고야~ 그럼 둘 중 하나는 빼야지.
김밥이 캘리포니아 롤이 아니듯, 파인애플 피자도 이탈리아식은 미국식과 확연히 구분된다. 쌀이 좋아야 찰진 밥이 나오는 것처럼, 피자 반죽은 물론 토핑 하나하나까지 엄선하며 공을 들인다. 가공한 토마토와 햄, 통조림 파인애플을 쓰는 미국식과 차원이 다르다.
굳이 파인애플 피자를 즐겨야겠다면, 모짜렐라 베이스에 토마토를 뺀 화이트 피자에 햄을 올리길 권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피자에 무화과, 배, 레몬 같은 과일을 즐겨 넣는다. 심지어 엔초비(멸치류 생선), 요거트, 케밥을 활용한 피자도 있다. 중요한 건 피자 이올로(피자 장인) 고유의 조합과 밸런스다.

얼마 전 한국에 있는 아들 레오가 아내에게 “파인애플 피자를 주문해 달라”고 했단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탈리아로 유학을 보낼까 잠시 심각하게 고민했다. 최근 한국 음식이 세계화 되면서 일부 외국인들은 김치를 응용해 ‘망고 김치’나 ‘수박 김치’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얼큰하게 끓인 김치찌개에 케첩을 잔뜩 뿌려 먹는 모습을 본다면? 파인애플 피자에 대한 이탈리아 사람들의 복잡한 감정을 다소나마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
자, 여기까지가 이탈리아식 농담이다. 사실 음식도 생물처럼 새로워지고 발전한다. 미국식 커피로 알려진 아메리카노도 이탈리아에서 탄생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주둔 중이던 미군이 바리스타에게 “에스프레소가 너무 쓰니 물을 타 달라”고 요청한 데서 유래했다.
전통은 소중하지만, 창조의 걸림돌 역할을 해선 안 된다. 때문에 우리에겐 ‘예상치 못한 것’에 대한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언제든 이탈리아를 방문한다면 꼭 한 번 파인애플 피자를 주문해보시길.

정리=박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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