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 전에 확정 연락, 쿠팡 알바 이건 좀 너무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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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화 기자]
쿠팡 알바를 처음 하고 나면, '아, 이건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틀 정도 지나면, 몸이 회복되고 또 일급은 빨리 입금되니 다시 알바 신청을 하게 된다는 후기를 본 적이 있다.
돌아보니 어쩐지 나를 두고 쓴 후기 같았다.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 새벽까지 일을 하고서 제대로 걷기도 어려웠던 나는 일요일 하루를 푹 쉬고, 월요일도 나름 잘 버티고 나니 화요일쯤부터는 몸이 괜찮아졌다.
다른 알바를 거의 안 해봐서 모르겠지만, 일요일 아침에 마친 노동의 대가가 다음날 바로 들어오는 것도 맘에 들었다.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다 보면 머리 아픈 일도 많은데, 아무 생각 없이 몸을 쓰는 것도 나름 좋았다. 물류센터 일을 하고 나니 어쩐지 머리가 맑아진 기분이랄까.
첫 업무를 경험 삼아 몇 가지 노하우가 생겼고, 아이템을 추가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발톱이 들리는 느낌은 점차 가라앉았는데, 아무래도 발톱이 조금이라도 길면 다시 또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 같았다. 발톱을 짧게 깎고 그것만으로는 조금 모자란 것 같아서 두꺼운 양말을 사 신었다.
그렇게 쿠펀치에서 다시 토요일 업무 지원 신청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중량물을 다룬다는 인천 XX센터가 아닌, OO센터로 신청을 해보았다. 인천 물류센터는 늘 일손이 부족한 것인지, 주중에 일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문자가 수시로 오기도 했다. 그러니 쉽사리 확정 문자가 올 것이라 여겼는데 웬걸. 당일 정오가 되어서도 확정 연락이 없었다.
아, 오늘은 지원자가 많나 보네. 오늘은 그냥 아이들하고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혹시 몰라 업무 취소 버튼은 안 누르고 있었는데, 오후 2시쯤에 확정 문자가 와버렸다. 아니, 잠깐만, 셔틀버스 탑승 시간이 오후 4시인데, 두 시간 전에 확정 연락이 오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 그래도 오후에 별다른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 일을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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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곳에도 사람이 살고 온기가 있구나. |
| ⓒ hobiindustri on Unsplash |
확실히 지난주는 날씨 탓이었을까. 물류센터로 향하는 셔틀버스가 몹시도 삭막하고 어둡고 우울하게 느껴졌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이곳에도 사람이 살고 온기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첫날보다는 조금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한 시간을 달려 인천 물류센터에 도착했다.
빠른 걸음으로 가서는 7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지난주는 26센터였고, 이번 주는 28센터 업무다. 쿠팡에서는 센터를 옮길 때마다 안전교육을 새로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관리 직원에서 물었더니, 별도의 안전교육 이수 없이 그대로 업무를 진행하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쿠팡 전용 와이파이에 접속한 후로 체크인을 시도했는데 오류가 났다. 확인해 본 결과 체크인 때 공정 안에서 몇 가지 설정해야 하는 게 있는데 그게 맞지 않아서 일어난 오류였다. HR 데스크에 가서 문의했더니 노트북으로 클릭을 몇 번 하더니 다시 체크인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렇게 셀프 체크인을 하고 출입증 카드를 챙겼다.
안전교육을 다 듣고 관리자가 현장으로 데려갔던 지난주와 달리 체크인 후에는 줄을 서서 28센터 내의 공정을 안내받아야만 했다. 공정 분배 데스크에는 세 사람이 있었는데, 한 사람이 바코드를 나눠주고, 다른 두 사람이 공정을 안내해 주는 듯했다. 내 차례가 되어 바코드는 잘 받았는데, 정확한 공정 안내는 받질 못했다.
"사원님... 사원님은 업무를 해보셨나요?"
"지난주에 XX센터 입고 일 해봤었고요. OO센터는 처음이에요."
"아, 그러시면 저쪽 안으로 들어가셔서 대기하시면 됩니다."
관리자가 가리킨 곳은 7층에 있는 작업장 쪽이었다. 그렇게 정확한 공정 안내를 받지 못하고 찜찜한 마음으로 안전화를 갈아 신고, 사물함에 짐을 맡기고, 캔 커피도 하나 뽑아 마시고, 화장실에도 들르고 했더니 시간이 얼마나 지난 지 알 수 없었다. 업무 시간은 오후 6시. 사물함에 휴대폰을 맡긴 이후로는 시간 개념이 사라져 버린다.
관리자가 가리킨 작업장 안으로 들어서니 너무 넓었고, 몇몇 지점에 사람들이 나누어서 모여 있었다. 내가 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가는 업무 시간이 너무 오버될 거 같아 눈에 보이는 관리자 한 사람을 붙잡고 물었다.
"어, 제가 공정 안내를 정확히 못 받아서요. 혹시 여기가 맞을까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이경화입니다."
관리자는 노트북으로 이름을 검색해서 보는 거 같더니, 이렇게 말했다.
"두 층 위로 올라가세요."
네네, 하고 다시 출입증 카드를 찍고 위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문득 궁금해졌다. 물류센터는 한 개 층이 보통 건물의 두세 층 정도의 높이로 되어있다. 관리자가 말한 두 층 위로 올라가라는 게 같은 층 안에서 계단을 타고 위로 올라가라는 것인지, 아니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서 9층으로 올라가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처음에 물어볼 때 잘 물어볼 걸. 출입증 카드를 찍으며 보안 직원에게 "제가 XX센터 입고 파트를 지원했는데요. 두 층 위로 올라가라는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물었더니, 9층도 같은 센터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7층에서 9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더니, 한 곳에서 PDA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여기가 내가 분배받은 공정이 맞나, 하는 의심과 함께 일단은 교육을 듣기 시작했다. 쿠팡 물류센터의 일은 뭔가 체계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체계가 없어 보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일하는 사람이 많은 것에 반해 관리자는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소통의 오류가 일어날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작가 호리 다쓰오의 작품 세계를 표현하는 문장이 있다. 그것은 '인간이 좀 더 간단한 말로 마음 깊은 뉘앙스까지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도로 의미인용 된다. 가끔은 호리 다쓰오가 그러했듯 간단한 말로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싶지만, 물류센터 안에서만큼은 적확한 지시가 오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내가 받은 공정이 맞는지도 모르는 채, PDA를 받아 들고 교육을 들었다. 셔틀버스를 탈 때만 해도 이제 두 번째라고 익숙해졌다고 생각했건만, 제삼자가 나를 본다면, 정말 어리바리하게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DA 사용법은 어렵지 않아 보였지만, 직접 해봐야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듯했다. 관리자가 알려준 지시에 따르면 카트 위에 토트 여섯 개를 실어서 상품별로 바코드를 찍고 선반 안에 '진열'을 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아, 지난주에 나는 '워터' 업무를 보았는데 이번에는 '진열' 업무구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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