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변 뒤덮은 '비린내 악취'..골칫거리 구멍갈파래의 반전

최충일 2022. 8. 25.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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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갈파래, 300m 백사장 비린내로 채워


지난 24일 낮 12시 제주시 구좌읍 하도해수욕장에 구멍갈파래가 가득 밀려와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24일 낮 12시 제주 동부권인 구좌읍 하도해수욕장. 너비 10m 이상인 초록빛 띠가 300m 길이 백사장을 따라 이어져 있다. 매년 제주 동부 해안을 뒤덮는 녹조식물(해조류) ‘구멍갈파래’다. 구멍갈파래는 괭생이모자반과 함께 제주 바다의 골칫거리로 불린다. 둘 다 먹을 수 없는 데다 수시로 몰려와 수거·처리에 많은 노력이 필요해서다.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검은색 현무암 갯바위 위에는 구멍갈파래가 햇볕에 하얗게 말라붙는다. 곧바로 썩기 시작하면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게다가 날파리 같은 벌레까지 꼬인다. 구멍갈파래 피해는 주로 제주도 동쪽인 조천읍 신흥리와 구좌읍 월정·하도리,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오조리 해안 등에서 발생한다.

관광객 “물속·모래사장 시야 가려 맨발 해수욕 포기”


지난 24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해수욕장을 뒤덮은 구멍갈파래때문에 일부 관광객들은 물놀이를 포기했다. 최충일 기자
구멍갈파래는 해안 경관을 해치고, 미끌미끌한 촉감 때문에 물놀이하는 데도 방해가 되고 있다. 신양 해수욕장을 찾은 구관용(18·강원도 원주시)군은 “청정 해변으로 생각하고 왔는데 이렇게 미끈거리고 비린내까지 날 줄 몰랐다"며 “바닷속에 날카로운 물체가 숨겨져 있어도 알아채기 힘들어 맨발로 물놀이하려다 포기했다”고 했다.

주민 “치워도 1~2주면 다시 원래대로”


지난 24일 낮 12시 제주시 구좌읍 하도해수욕장에서 마른 구멍갈파래를 손으로 뜯어 올리자 악취가 나고 벌레까지 발견됐다. 최충일 기자
해양생태계 파괴도 걱정거리다. 구멍갈파래는 영양염류 흡수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다른 해조류가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 김병재(24·서귀포시 표선면)씨는 “이맘때 제주 동부지역 해안가 주민들은 구멍갈파래를 수거하느라 애를 먹는다”며 “행정 기관에서 주기적으로 치우지만 1~2주면 다시 많아져 근본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해 1만t 생겨나…수거 외 대책없어


제주 해안가에서 수거한 구멍갈파래. 사진 제주테크노파크
구멍갈파래는 수거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제주도는 2017년부터 해양쓰레기 전문 미화원(바다환경지킴이)을 선발해 구멍갈파래 등 해양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제주지역 구멍갈파래 수거량은 2017년 1812t에서 2020년 3400t, 올해 4020t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연간 발생량은 1만여t 정도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변화하는 해양 환경이 구멍갈파래 발생에도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제주도 관계자는 "방파제 건설 등으로 인해 해류가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양식장 등에서 배출된 물이 바다 환경을 바꾸고, 이로 인해 구멍갈파래가 증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멍갈파래 사료 먹은 소 메탄가스 28% 감소”

제주해안에서 수거한 구멍갈파래의 건조작업을 하는 생물종다양성연구소 관계자들. 사진 제주테크노파크

구멍갈파래 활용방안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염분을 머금은 해조류는 매립하거나 소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현실적인 활용 방안은 가축 사료화다.

제주테크노파크 생물종다양성연구소는 최근 구멍갈파래를 말려 소 등 가축에게 사료로 먹이면 메탄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구멍갈파래 첨가 사료를 먹였더니 먹이지 않은 소보다 메탄가스(방귀) 발생량이 28%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 측은 "구멍갈파래가 포함된 사료를 먹으면 소화기관에서 메탄가스를 발생시키는 균 활성화를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소 한 마리가 되새김질이나 방귀로 발생하는 메탄가스 양은 자동차 한 대가 하루 배출하는 양과 비슷한 100~500ℓ이다.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또 구멍갈파래 첨가 사료를 소에게 먹이면 체중이 증가하고 스트레스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고종석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구멍갈파래가 생기는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할 생각”이라며 “수거 후 사료화하는 것을 포함해 근본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낮 12시 제주시 구좌읍 하도해수욕장으로 밀려와 햇볕에 마른 구멍갈파래를 손으로 뜯어 올리자 악취가 났다. 최충일 기자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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