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에 세계적 스타 된 올리비아 핫세의 파란만장한 인생
[김성호 평론가]
지난 세기, 시대의 아이콘이라 해도 부족함이 없던 올리비아 핫세가 세상을 떠났다. 유방암으로 절제수술을 받는 등 오랫동안 투병해 온 끝에 지난 27일(현지시각) 숨을 거뒀다.
핫세가 영화계, 나아가 문화예술계의 아이콘이 된 건 여러모로 기록할 만하다. 사람들은 그녀를 흔히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으로 기억한다.
낭만적인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바즈 루어만이 1996년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을 당시에도 줄리엣만큼은 1968년 작에 출연한 핫세에 미치지 못한단 혹평이 줄을 이었다. 이 영화로부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같은 일대 스타도 등장했으나 지난 세기의 끝까지, 아니 오늘 이 시간에 이르기까지 줄리엣은 오로지 핫세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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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미오와 줄리엣 포스터 |
| ⓒ 파라마운트 픽쳐스 |
<로미오와 줄리엣>은 더없이 낭만적인 이야기로 알려져 있다.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으로 그의 다른 걸작들만큼이나, 혹은 그보다도 더 널리 사랑받았다. 그 중심엔 운명이 엇갈리는 비극적 결말에 더하여 세속적 가치를 뛰어넘는 청춘남녀의 순수한 열망이 담겨있다. 또 그로부터 피어나는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이 지켜보는 이에게 특별한 감상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일생을 가도 다시 만날 수 없을 배역을 그 첫 작품에서부터 맞닥뜨린 몇 안 되는 이가 바로 올리비아 핫세다. 핫세가 당대 배우들과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 덕에 수천대일의 경쟁을 뚫고 줄리엣 배역을 따냈단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다. 미국과 유럽 내 타국을 제외한 영국에서만 무려 800여 명의 여배우가 경쟁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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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미오와 줄리엣 스틸컷 |
| ⓒ 파라마운트 픽쳐스 |
그러나 이 같은 기회는 곧 열다섯 밖에 되지 않은, 다른 경쟁자에 비해서도 짧은 연기 경력을 지닌 그녀에게 버거운 것이기도 했다. 심지어 감독 프랑코 제피렐리는 천재적이라 해도 좋을 재능에 반해 예민하고 까탈스런 성격에 좀처럼 배려를 모르는 인물로 알려졌다. 나이도 어리고 실수도 잦은 핫세와는 합이 맞지 않아 그녀는 거의 구박에 가까운 대접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또 그녀의 몸매와 관련해 부족한 기량과 엮어 힐난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뿐 아니라 영화 제작사에서도 촬영 중간부터 당대의 미녀상이던 늘씬한 몸매를 핫세에게 강요했다는 말도 나왔다. 그녀를 캐스팅한 감독조차 그를 방조했다는데, 그 모든 스트레스를 열다섯 초보 여배우가 홀로 감당해야 했다. 공공연히 다이어트 약물을 복용하라며 약을 건네는 제작사, 또 제 몸매를 짓궂게 흠잡는 감독 앞에서 그녀가 제 외양을 긍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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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미오와 줄리엣 스틸컷 |
| ⓒ 파라마운트 픽쳐스 |
그 결과는 핫세가 이후 걸었던 행보로 직결된다. 품성이 순했다던 그녀가 영국 청년들의 일탈 상징처럼 여겨진 것, 말하자면 미성년자임에도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우며 어른들 앞에서도 거침없이 제 주장을 내세우는 등의 모습이 거듭된 것이 모두 이로부터 빚어진 일 아닌가. 심지어 남자들과의 거듭된 스캔들, 또 평판이 좋지 못한 애인과 사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력에까지 노출되며 가뜩이나 불안정했던 삶이 더욱 망가지기에 이르렀다.
배우로서의 기량 또한 발전했다 보기는 어려워서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출연한 작품들에선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거둔 성공은 워낙 탁월한 원작에 더해 걸출한 연출자의 존재가 버티고 있었지만, 이후엔 그만큼 대단한 이들이 그녀를 캐스팅할 만한 상황이 되지 못했다. 핫세는 배우라기보단 스타였고 당대의 아이콘이었으며 방황 속에서 불운을 거듭 맞이했다. 그녀의 삶이 이후 작품으로 승화되지 못한 건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작품이 가져다준 성공, 또 문제가 많긴 해도 당대 손꼽는 거장이며 함께 작업한 수많은 배우가 존경을 표하는 프랑코 제피렐리의 존재가 그녀에게 재앙으로 작용한 건 불운한 일이다. 그녀가 가졌던 수많은 기회를 간절히 꿈꾸고 있음에도 갖지 못하는 이들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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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미오와 줄리엣 스틸컷 |
| ⓒ 파라마운트 픽쳐스 |
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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