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을 등록하면 한 달 만에 불성실해지는데, 관두지는 않겠다는 아이 [이정민의 ‘내 마음의 건강검진’⑳]

데스크 2024. 10. 15.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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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공부만이 정답이 아니다’라고들 하지만, 상담센터에서 일하고 있으면 자녀들의 학업 문제로 방문하는 부모님들이 여전히 적지 않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학원에 대한 고민도 꽤 있는 편인데, 본인이 동의해서 학원에 보내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시큰둥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원을 아예 다 관두게 하는게 좋을지, 아니면 어떻게든 다니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많다. 자세한 사례를 통해 이에 대한 대처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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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가상의 사례입니다)

학원을 등록하면 한 달 만에 시큰둥해지는 아이. 근데 관두지는 않겠대요.

초등학교 5학년인 A의 어머니는 요즘 사교육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원을 많이 보내는 것도 아닌데 A가 너무 불성실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배워보고 싶다고 한 복싱학원과, 기본적으로 중요하다고 한 영어 학원만 다니게 하고 있는데도 둘 다 시큰둥한 것이다. 영어학원은 숙제도 많지 않은데 매번 벼락치기로 설렁설렁할 뿐이고, 지각도 자주 한다. 복싱학원은 본인이 다니고 싶다고 했으면서 한 달 정도 지나고 나니 가기 싫다고 밍기적거린다. A에게 ‘이럴거면 그냥 관둬도 된다’고 했는데, ‘아무것도 안하는 건 좀 불안하다’며 계속 다니겠단다.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아예 안하는 것도 아닌 이 상황이 A의 어머니는 너무 답답하기만 하다. A의 아버지는 ‘아직 초등학생이니 다 관두게 하고 여행이나 재밌게 다니자’고 하는데, 뭐가 맞는지 모르겠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A의 성향 및 현재 마음상태 등을 알아보기 위해 종합심리검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검사결과: ‘싫은 느낌’을 예민하게 느끼는 아이. 하지만 그 싫은 느낌을 이완하는 방법은 모름

우선 A는 기질적으로 감수성이 풍부한 것으로 고려된다. 호기심이나 관심, 호감과 같은 긍정적 감정도 남들보다 풍부하고 강렬하게 느끼고 열등감이나 걱정과 같은 부정적 감정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모습은 열정적인 태도로 비춰질 수 있겠으나, 때로는 변덕스러운 모습으로 비춰졌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 대상에 대해 일순 강렬한 관심을 느끼다가도 작은 문제로 인해 쉬이 강렬한 불쾌감을 느끼고 회피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과 관련, 학원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강렬한 관심과 의욕을 갖고 임했을 것으로 보이나, 점차 지루함이나 귀찮음, 열등감 등을 강렬하게 느끼면서 싫증냈을 수 있겠다.

그리고 A는 이러한 감정들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당장 느껴지는 감정에 일순 휘둘리기만 할뿐, 필요에 따라 그 감정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완하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A는 평소 다양한 감정을 느끼다 보니 이래저래 생각과 고민이 많지만, 이 많은 생각들을 정리할 만큼 언어적 유창성이 풍부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학원에 대한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해가며 인내력을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검사자 제안 : 때로는 성실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인내해보는 경험’이 필요해요.

아마도 A는 복싱이나 영어학원 뿐만 아니라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비슷한 태도를 보이 가능성이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과 의욕을 강렬하게 내비치면서 적극적으로 임하지만, 금세 여러 이유들로 질리면서 쉬이 포기하려 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일은 처음에는 쉽고 재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난이도도 점차 올라가고 좌절경험이 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A에게 중요한 것은 ‘싫은 느낌을 인내해보는 경험’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A의 부모님은 우선, ‘성실한 태도로 인내하면 좋겠다’는 기대를 내려놓으시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우리도 다이어트나 운동, 금연 등을 결심할 때 매번 성실하게 인내하는 것이 어렵다. 그만큼 ‘성실하고 완벽하게 인내하는 것’은 어렵고, 이때 ‘싫은 느낌’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더욱 인내가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조금 불성실하더라도 관두지 않고 꾸준히하는 것’을 목표로 지속하다 보면 A에게도 어느새 작은 성과가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A에게 자신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지속되다 보면 성실성도 조금씩 쌓일 수 있는 것이다.

이정민 임상심리사 ljmin09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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