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슈]보잉 파업에 날벼락..."전투기도 생산 지연"
항공기 5400여대 생산주문 밀려
美·이스라엘, 전투기 생산재개 압박
보잉의 파업 장기화로 5400여대의 항공기 생산이 밀려 있는데다 전투기 생산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하마스, 헤즈볼라에 이어 이란과 교전까지 벌인 이스라엘의 경우, 미국 정부까지 움직여 전투기 인도를 독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잉은 주식과 채권 판매를 통한 대규모 유동성 확보로 경영 위기를 타개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파업이 계속 이어질 경우 민간과 군수분야 모두 큰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유동성 대책 발표에 한숨 돌렸지만…파업사태 장기화 우려보잉 노조 소속 기계공 3만3000여명을 중심으로 지난달 13일(현지시간)부터 시작한 파업이 한 달을 넘기면서 항공기 생산중단에 따른 피해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컨설팅 기업인 앤더슨이코노믹그룹은 이번 파업으로 현재까지 보잉 본사와 노동자, 주주, 협력업체 등이 입은 손실이 50억달러(약 6조8625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각종 항공기 기체 결함 사고와 실적 부진으로 급락한 보잉의 주가는 파업 여파에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연초 251.76달러로 시작했던 보잉의 주가는 현재 150달러선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지난 15일 최대 350억달러 규모의 자본 조달계획을 발표해 주가가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연초대비 38% 이상 낮은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보잉은 2018년 이후 6년 동안 330억달러에 이르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부채규모도 2018년 110억달러에서 올해 2분기말 기준 530억달러로 5배 가까이 늘어났다. 2026년 2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115억달러 규모 부채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 유동성 악화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14일 노조와의 임금협상 결렬과 파업까지 발생해 항공기 생산 공장들이 일제히 멈춰서면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됐다. 당시 보잉 노조는 40% 임금 인상과 확정급여(DB) 연금 복원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사측은 일단 대출과 채권 및 주식 판매 등을 통해 350억달러 규모 자본을 조달하고 전 세계 보잉 근로자 17만명의 10%에 달하는 1만7000명을 감원해 경영 위기를 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사 간 협상이 계속 결렬되면서 생산과 영업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오는 23일 발표가 예정된 3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졌다. 신용평가기관 S&P글로벌레이팅스는 "보잉은 3분기에 주당 9.97달러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며, 상업용 항공기 부문에서 30억달러, 방위산업 부문에서 20억달러의 세전 상각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며 "보잉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수준으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항공기 5490대 주문 밀렸는데…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도 영향파업이 길어지면서 항공기 생산 지연도 심각한 상황이다. 주력 기종인 보잉 737맥스(MAX)와 함께 보잉 767, 777 등 여객기 생산이 중단됐고, 보잉 789 드림라이너 공장에는 부품 공급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현재까지 약 5490대의 항공기 주문이 밀려있는 상태다.
보잉과 기존에 계약했던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의 신규 항공기 도입도 지연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7월 보잉으로부터 50대 항공기를 구매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제주항공도 지난 2018년 737-8 기종 항공기 50대에 대한 공급계약을 맺고, 지난해 11월부터 인도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진에어와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등도 737 기종 등 보잉 항공기 도입을 계획 중이었다.
해외 항공사들도 항공기 생산지연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만 항공사인 중화항공(CAL)은 보잉 777 기종 화물 항공기의 인수 지연에 직면했다. 홍콩 케세이퍼시픽과 독일 루프트한자에서는 항공기 인도 지연에 대비해 기존 항공기를 개조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美·이스라엘 동시에 전투기 생산 재개 압박…이란 방공망 강화 우려방산분야는 생산지연이 더 심각하다. 이미 주문이 완료된 전투기들이 제 때 생산되지 못해 중동지역 전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 정부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의 방위시장 조사업체인 포캐스트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8월 50대를 주문한 보잉 F-15EX 전투기의 생산속도를 높이라며 미국정부와 함께 보잉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포캐스트인터내셔널은 "이란의 방공망 타격을 준비 중인 이스라엘 입장에서 폭장력이 우수한 F-15EX 인도는 다급한 상황"이라며 "이스라엘 공군은 이란이 러시아의 S-400 방공망을 먼저 입수해 배치할까봐 F-15EX 전투기 수입을 서두르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F-15EX 전투기 뿐만 아니라 보잉 방산분야에서 생산하는 P-8 초계기, KC-46A 공중급유기와 E-7 조기경보통제기 등 다양한 형태의 군용기 생산도 파업으로 일제히 멈춰진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중동 산유국들은 전투기 인도 지연 가능성이 높아지자 서로 먼저 인도된 생산량을 확보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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