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 깎는’ 연금 감액제도 폐지한다더니…정부 개혁안엔 빠졌다

김은빈 2024. 10. 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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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제도 폐지 추진’ 발표 1년째 감감무소식
은퇴 후 일했다고 삭감된 가입자 ‘12만명’
OECD도 폐지 권고…전문가 “불합리한 제도 없애야”
쿠키뉴스 자료사진.

정부가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제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번 연금개혁안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은퇴 후에도 생업 전선에 나가는 건강한 고령자들이 239만여명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해당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정부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공개하며 연금개혁 과정에서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 고령자의 경제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다.

종합계획안을 발표한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후속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 관계자는 30일 쿠키뉴스에 “5차 종합계획 발표에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제도를) 과제로 포함시킨 만큼 정부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보험료율 조정이 시급하기 때문에 이번 개혁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제도 개선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금액 깎여도…은퇴 후 일하는 노인 239만여명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는 연금 수급 시점 이후 일정 기준 이상의 임대·사업·근로 소득이 생기면 금액 수준에 비례해 노령연금을 깎는 제도다. 소득이 있는 수급자에 대한 과보장을 방지하고, 연금 재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취지에서 마련됐다.

전체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 월액(A값)보다 소득이 더 많이 생기면, 연금이 삭감된다. 올해 A값은 298만9237원이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많든 적든, 이를 넘으면 최대 절반까지 감액된다. 적게는 10원, 많게는 100만원 넘게, 최대 5년간 깎인다. 

하지만 상당수의 고령층은 연금 수령액이 깎여도, 생업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22년 연금통계’에 따르면 4대 보험이 적용되는 등록취업자로 분류된 65세 이상 인구 904만6000명 중 연금을 받으면서도 일을 하는 노인은 238만9000명에 달했다. 이들의 월 평균 연금 수급액은 74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연금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계속 하는 이유는 주로 ‘생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월 평균 연금 수급액은 최저생계비보다 훨씬 적다. 2022년 기준 최저생계비는 1인 가구 116만5887원, 2인 가구 195만6051원, 3인 가구 251만6821원, 4인 가구 307만2648원이었다. 

실제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의 고령층 부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보면, 올해 5월 기준 연금을 받는다고 답한 고령층의 51.2%는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향후에도 일을 하고 싶다고 답한 고령층 중 51.3%는 일을 원하는 주된 이유로 ‘생활비에 보탬이 돼서’ 혹은 ‘돈이 필요해서’라고 답했다.

이 제도로 연금액이 삭감된 수급자는 올해 6월 말 기준 12만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공단이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에게 제출한 ‘소득 활동에 따른 노령연금 적용 현황’에 따르면 대상자가 많아지며 삭감액 규모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2167억7800만원으로 2000억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347억4300만원으로 이미 지난해 절반 수준을 넘었다.

연금액이 충분치 않은데 은퇴 후 생업전선에 나간다는 이유로 수령액을 깎는 제도를 두고 가입자들의 원성이 높다. 생산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고령층의 근로를 장려해야 하는 고령사회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감액 제도 폐지를 권고했다. 한국과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인 일본 역시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 도쿄신문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65세 이후 임금 합계액과 연금액을 합쳐 50만엔(한화 약 442만원)을 넘으면 연금 지급액을 줄이고 있는데, 이 감액 제도가 고령자 취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고 제도 폐지나 감액 규모 축소 등을 논의해 연내 결론을 내리겠다고 지난 7월 발표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위원(한국연금학회 전 회장)은 “현재 국민연금 수령액도 많지 않은데, 일을 한다는 이유로 깎는 건 적절치 않다. OECD에서도 폐지를 권고했다”며 “재정 부담이 일부 있겠지만, 불합리한 제도는 없애는 것이 맞다. 감액 제도를 유지하는 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 연금정책국 관계자는 “감액 제도를 폐지하자는 입장은 그대로”라면서도 “재정 측면에서 폐지를 하면 지출이 커지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단계적으로 폐지할지 등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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