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날아드는 문자, 서글픕니다

전영선 2024. 9. 1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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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 전화도 못 믿어 홈페이지에서 확인... 언제쯤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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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 기자]

아침 9시 50분경,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걸려온 곳은 042로 시작하는 번호였다. 망설이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전혀 모르는 번호였기 때문이다.

요즘은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는 아예 받지 않는다. 대부분의 전화가 열에 아홉은 광고이거나 설문 조사이거나 보험 관련 전화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보이스피싱(전화 음성으로 개인정보를 탈취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사기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모르는 전화번호, 어쩔까
▲ ▲ 전화도 문자도 의심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 firmbee on Unsplash
처음에는 걸려온 전화를 받지 않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알지 못할 급한 전화이거나 휴대폰에 저장되어 있지 않지만 나를 아는 누군가의 전화는 아닐까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주변 지인 몇몇이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걸려오는 전화마다 번번이 광고라는 사실을 인지한 이후로는 모르는 번호는 아예 받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급하면 문자를 날릴 테지'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닌 게 아니라 잠시 후 받지 않은 전화번호로 문자가 왔다.

"안녕하세요. 통계청 행정자료관리과 ○○○입니다. 통계청에서는 통계작성에 활용하기 위해 기업통계등록부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2024년 7월에 신규로 사업자등록을 하셨거나 변경 신고하신 사업체를 대상으로 대전에 소재한 통계청 본청에서 전화를 드려 기본사항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문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 문자는 믿어도 되는 걸까.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켜고 통계청 사이트에 들어갔다. 통계청 첫 화면을 훑다 보니 '통계청소개' 항목이 눈에 띄었다. 마우스를 눌렀다. 이번에는 그중 조직도를 찾아 마우스를 눌렀다. 그러자 조직도가 죽~ 떴다. 거기서 '행정자료관리과'를 찾았다. 있다!
▲ 통계청 조직도 문자에서 말한 '행정자료관리과'를 찾았다.
ⓒ 통계청
'행정자료관리과'에 마우스를 고정하고 검지를 눌렀다. 그랬더니 행정자료관리과 대표 전화번호와 함께 150여 명에 이르는 직원의 이름과 직위·직급, 담당업무, 전화번호가 떴다.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거기서 내게 문자를 보낸 직원의 이름을 찾았다. 해당 직원의 이름은 마우스를 검지로 다섯 번 더 누르고서야 찾을 수 있었다. 직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문자가 온 전화번호와 일치했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서야 제대로 걸려온 전화가 맞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오후 5시가 좀 지났을 무렵, 문자를 보낸 통계청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벨이 울리자마자 전화를 받았다. 여자였다. 그녀는 전화를 받아주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시작으로 필요한 사항을 물었다.

그녀가 원한 답은 간단했다. 내가 등록한 출판사(지난 7월 말 출판사를 내고 사업자등록을 했다)가 어떤 종류의 책을 출판하는 곳이냐는 것이 그녀가 원하는 답의 전부였다. 나는 답을 하고 전화를 바로 받지 않아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녀는 보이스피싱 때문에 그런 분이 많다며 통계청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 보라는 안내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안전하시길
 은행에서 받은 스미싱 문자 주의 안내문.
ⓒ 최은경
상냥하게 서로 인사를 주고받은 뒤 전화를 끊으며 이 단순한 업무조차도 힘겹게 하고 있을 많은 이들이 떠올랐다. '의심'이 키운 불편함. 이러한 현상을 불러온 주범은 당연히 보이스피싱이다.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2022년 자료(보이스피싱 현황, 유형, 추이와 대응 관련 시사점)에 따르면, 2006년 보이스피싱이 최초 발생한 이후 2021년까지 보이스피싱 누적 피해 금액은 3조 8,681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유형은 크게 금융회사를 사칭하는 '대출사기형'과 검찰 등을 사칭하는 '기관사칭형'으로 나뉘는데, 이는 대략 3:1의 비율로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니 공무조차도 의심을 살밖에.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는 보이스피싱이 전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지난해 통계를 보면 대출사기형은 줄었지만 기관사칭형은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2016년 3,384건이었던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은 지난해에는 11,314건으로 7년 새 네 배 가까이 증가했다.
▲ 경찰청 보이스피싱 현황 2016년부터 2023까지 보이스피싱 발생건수와 피해액
ⓒ 경찰청
통계개발원이 밝힌 피해 대상도 눈여겨 볼 만하다. 70대 이상 고령층이 취약할 것이라는 사회통념과 달리, 거의 모든 연령층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 누구도 보이스피싱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보이스피싱은 왜 근절되지 않는 걸까?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검거 인원 중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총책'의 비율이 약 2%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들의 검거를 위해서는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과의 국제공조가 강화되어야 한단다.

그런 점에서 보이스피싱 신고가 국번 없이 112번으로 일원화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담당 부처가 달라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야 했던 예전과 달리 한 번의 신고로 사건 처리부터 피해 구제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종 수법에 철저히 대비하고, 예방-대비-대응-사후관리 등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 대응할 방침이라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출처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이제 곧 추석이다. 추석을 앞두고 은행들로부터는 메신저피싱(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사용자에게 접근하여 개인 정보를 훔치는 범죄)에 주의하라는 문자가 날아든다. 그런데 이 문자마저도 의심의 눈길로 바라본다. 서글픈 현실이다.

전화도 문자도 의심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그날이 하루빨리 다가오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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