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욱 사진전 '헌사와 모방, 뻔한 차용'…예술에 대한 질문 던지다

김성룡 2026. 3. 8. 19: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가 유병욱(55)의 개인전 '헌사와 모방, 뻔한 차용: Real Big Project'이 오는 22일까지 서울 서초구 '갤러리반포대로5'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유병욱]

이번 전시는 “예술의 가치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삼성의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유명 작가들의 대표작을 모티브 삼아 재해석한 작업 들을 초대형·고품질의 파인아트 프린트로 선보인다.

[사진 유병욱]

전시장에서 관객이 마주하는 풍경은 다층적이다. 촬영 장비가 스마트폰이라는 사실이 던지는 단순성과 ‘원작이 아닌 모방과 차용’이라는 전제가 주는 부담감,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는 거대한 크기와 탁월한 품질로 구현되어 전시장에 당당히 걸려 있는 상황. 이 겹겹의 맥락 속에서 관객은 필연적으로 혼돈에 빠진다. 그리고 묻는다.

[사진 유병욱]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그 가치가 작품 이미지 자체에 있는가, 아니면 작품을 둘러싼 전시 공간의 권위에 있는가. 혹은 작가라는 이름과 명성에서 비롯되는가, 아니면 프린트의 물질적 크기와 완성도에서 비롯되는가. 작가는 이 질문을 배경에 두지 않고, 오히려 전면화하여 관객이 직접 체험하게 한다.

[사진 유병욱]

유 작가는 "예술은 독창성만으로 정의되지 않는다. 우리는 끊임없이 차용하고, 변주하며, 다시 쓰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예술적 가치와 의미를 만들어 간다"고 말한다.

[사진 유병욱]

이번 전시는 단순한 패러디나 차용을 넘어, 예술적 창작 행위의 본질을 되묻는 일종의 '미학적 실험'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일상적 도구와 초대형 파인아트 프린트라는 고품질 매체의 충돌, 모방과 차용이라는 흔히 ‘뻔하다’ 여겨지는 방법론의 재맥락화,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전시장과 관람 행위의 권위적 장치가 서로 부딪히며, 우리는 결국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가장 근원적인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따라서
「헌사와 모방, 뻔한 차용」

은 단지 사진을 ‘보는’ 전시가 아니라, 예술과 이미지, 그리고 가치 판단의 구조를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철학적 장(場)으로 기능할 것이다.

전시장 풍경 [사진 유병욱]

관람객은 전시장에서 왠지 낯익지만 혹시 하는, 낯선 이미지들과 마주하며, 예술이란 고유성과 진정성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는 인용과 재해석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시도임을 새롭게 확인하게 될 것이다.

전시장 풍경 [사진 유병욱]

유병욱은 중앙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예술가를 위한 파인아트 프린팅 전문 랩 ‘닥터 프린트(Dr. Print)’를 창업했다. 또한 올해 4회를 맞는 〈여주국제사진전 YIPF〉을 설립하여 전시 총감독으로 활동하며, 작품 제작과 전시 기획, 기술적 실험을 넘나드는 폭넓은 예술적 여정을 이어오고 있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