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통합재가 확대 정책 속에 커지는 컨설팅 시장
이 기사는 통합재가 정책 속 현장의 고민과 현실을 살펴보고, 오랜 시간 쌓아온 현장의 경험과 신뢰가 정책 논의 과정에 충분히 반영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기자말>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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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이미지는 AI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통합재가 정책 확대 기조 속에 재가기관의 수익 구조 개선과 전환 전략을 내세우며 급성장 중인 '실버 컨설팅' 시장을 형상화한 모습. |
| ⓒ 김소연 |
통합재가서비스는 어르신이 요양시설에 입소하지 않고도 살던 집과 지역에서 필요한 돌봄을 종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간호, 요양, 목욕 등 다양한 서비스를 연계해 제공함으로써 어르신의 건강 상태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러한 방식은 어르신이 익숙한 지역사회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 역시 재가 중심 돌봄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통합재가서비스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제도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장기요양 현장에서는 또 다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바로 통합재가 전환을 주제로 한 각종 교육, 컨설팅, 프로그램 판매 등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낮에는 돌봄, 밤에는 행정"… 방문요양기관 현장의 현실
방문요양기관 대부분은 소규모 인력으로 운영된다. 센터장과 시설장, 사회복지사는 낮에는 수급자 가정을 방문하고 요양보호사를 관리하며, 밤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구하는 다양한 행정 서류를 직접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행정 부담 속에서 장기요양기관 관리 프로그램(ERP)을 활용하는 기관들도 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수급자 및 직원 관리, 본인부담금 정산, 급여 관리, 재무회계 정리 등 기관 운영에 필요한 행정 업무를 전산화해 보다 편리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작성해야 할 각종 서류나 행정 절차를 미리 안내하는 알림 기능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수도권의 한 방문요양기관 관계자는 "공단 업무를 보다 편리하게 처리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이용하고는 있지만, 매달 발생하는 이용료 역시 부담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 지출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소규모 기관 입장에서는 매달 지출되는 프로그램 이용료 역시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설명이다.
"통합재가 전환 안 하면 뒤처진다"… 확산되는 현장의 불안
최근 현장에서는 통합재가서비스 확대 정책을 둘러싸고 다양한 마케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컨설팅 업체와 플랫폼 기업들은 '통합재가 전환 전략'이나 '수익 구조 분석' 등을 주제로 설명회를 열며 장기요양기관 대상 교육과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장기요양 실무자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실무자가 올린 고민 글이 외부 홍보 자료에 인용되면서 작성자가 불편함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현장에서는 이런 방식의 홍보가 자칫 제도 변화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년 이상 방문요양기관에서 근무해 온 한 실무자는 "최근 통합재가로 전환하지 않으면 기관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식의 설명회나 홍보가 늘고 있다"며 "소규모 기관 입장에서는 정책 변화 자체보다 이러한 분위기가 더 큰 압박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제기되는 또 다른 문제는 수급자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란이다. 수도권의 한 방문요양기관 관계자는 "공단 직원이 수급자 가정을 방문해 서비스 이용 상황을 확인한 뒤 며칠 후 통합재가 서비스에 대한 안내 연락이 이어졌다"며 "기존 기관 입장에서는 수급자를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르신과 오랫동안 신뢰 관계를 쌓아온 요양보호사들도 혹시 다른 기관으로 서비스가 변경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며 "현장에서는 제도 변화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대형 마트와 동네 슈퍼가 공존하는 '돌봄 생태계' 필요
통합재가서비스 확대는 고령화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정책 방향으로 평가된다. 다만 장기요양 현장에서는 돌봄이 단순한 서비스 거래가 아니라 오랜 시간 형성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어르신과 요양보호사 사이에 형성된 신뢰 관계는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돌봄의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도 변화 과정에서 이러한 돌봄의 본질이 단순한 시장 경쟁이나 수익 구조 중심으로만 해석되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기관이 필요하듯, 지역사회에서 오랜 관계를 기반으로 돌봄을 제공해 온 소규모 기관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도의 목적이 돌봄의 질 향상이라면, 규모의 차이와 관계없이 다양한 형태의 기관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돌봄 생태계를 만드는 방향으로 정책 논의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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