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 ‘휘발유 품절’ 안내… “수도권, 겨우 2~3일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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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12시19분, 우편 배송 오토바이 한 대가 서울 관악구의 한 셀프 주유소로 진입했다.
집배원은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대신 주유기 쪽을 응시하며 한 바퀴가량 돌더니 그대로 주유소를 빠져나갔다.
하루 평균 300~350대의 휘발유 차량이 이 주유소를 찾지만, 전날부터 이날 점심시간까지 급유에 성공한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한 주유소 직원은 "하필 휘발유가 (저장용량의) 3분의 1만 남았을 때 파업이 시작됐다"며 난색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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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일주일 버티기 어려워
“이번 주 중후반 피해 급증할 것”
29일 오후 12시19분, 우편 배송 오토바이 한 대가 서울 관악구의 한 셀프 주유소로 진입했다. 집배원은 오토바이에서 내리는 대신 주유기 쪽을 응시하며 한 바퀴가량 돌더니 그대로 주유소를 빠져나갔다. 5분도 채 안되는 시간에 오토바이 3대가 같은 행동을 되풀이했다.
이 주유소에 있는 주유기 2개에 모두 ‘휘발유 품절’이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진입로 앞에 설치된 대형 가격판에도, 주유기 옆에 기대어 놓은 노란색 플라스틱 입간판에도 품절 공지가 나붙었다. 하루 평균 300~350대의 휘발유 차량이 이 주유소를 찾지만, 전날부터 이날 점심시간까지 급유에 성공한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엿새째 이어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기름줄’이 끊긴 주유소가 속출하고 있다. ‘기름 대란’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9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주유소 21곳에서 ‘기름(휘발유) 재고가 없다’고 알려왔다. 전날 오전부터 재고 부족 조짐이 보이더니 하루 새 그 수가 배로 늘었다. 기름 부족을 겪는 주유소 중 일부는 휘발유만 품절이지만, 고급 휘발유까지 바닥난 곳도 있었다. 실제 서울 송파구의 한 주유소는 재고 부족으로 30일부터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재고 부족 사태를 겪은 주유소는 모두 수도권 지역에 위치했다. 서울이 17곳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 3곳, 인천이 1곳이었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한 주유소 직원은 “하필 휘발유가 (저장용량의) 3분의 1만 남았을 때 파업이 시작됐다”며 난색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번 기름 운송중단 위기는 정유업계에서 거의 처음 겪는 일이다. 주유소로 석유제품을 운반하는 탱크로리 기사들이 파업에 대거 동참했다. 탱크로리 기사들의 화물연대 가입률은 지난 6월 10%에서 최근 7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4대 정유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와 계약을 맺은 탱크로리 가운데 70~80%를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운행하고 있다.
주유·정유업계는 파업이 장기화하면 수급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 수도권의 경우 재고 소진까지 1주일, 비수도권의 경우 2주 정도 걸리는데 이미 파업이 일주일가량 진행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 전 재고를 많이 채워 놓도록 했지만 피해 상황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정유사 측에서 비노조원 등을 동원해 수송을 시도하고 있지만, 화물연대 측의 직간접 위협으로 대체수송을 꺼린다고 한다. 이번 주 중후반이 되면 피해가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운전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친언니를 병문안하기 위해 강원도 속초로 향하던 오정자(64)씨는 서울 서초구 한 주유소 앞에서 차를 멈춰 세웠다. 오씨는 “고속도로를 탔다가 기름이 떨어지면 낭패”라며 “차는 집에 다시 가져다 두고 고속버스를 타려 한다”고 말했다.
황인호 송경모 김용현 성윤수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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