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500만원" 꿀알바가 아닙니다
[김관식 기자]
▲ 생동성(임상) 시험은 꿀알바가 아니다. 참여자 스스로 체질에 맞춰 부작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모집 업체의 난립으로 식약처의 수칙을 무시한 채 알림톡과 SNS로 정확한 '참여비'를 내세우며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인까지 무분별하게 홍보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
ⓒ Pixabay |
참여자들은 자신의 블로그에 '이곳'의 장점을 이것저것 열거하지만, 결국은 '돈'을 꼽는다. 평소엔 만져보기 힘든 목돈. 짧은 시간에 몇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손에 거머쥘 수 있다. 그 정도면 급한 대로 한두 달 생활비로 충당할 수 있으니까.
바로 '생동성 시험 알바' 이야기다. 20대 청년들에겐 '꿀알바'로 불리지만, 어쩌면 그만큼 어려운 현실을 살아내려는 이들의 반어법 아닐까. 이 아르바이트를 처음부터 제대로 알지 못하고, '설마 별일 없겠지...' 라는 생각으로 단순히 '목돈' 때문에 쉽게 생각하는 청년이 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 공짜는 없고, 무엇이든 대가가 따르기에 주의가 요구된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참여자를 모집하는 업체다. 식약처에서 권고하는 수칙을 무시한 채 최대한 많이 모집하는 데만 급급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하루에도 수시로 채혈... 부작용 등 동의해도 발병 시 입증 쉽지 않아
생동성 알바를 포털에서 검색하면 끝없이 펼쳐지는 후기를 볼 수 있다. 적지 않은 글이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평소와 다른 부작용이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가장 많이 눈에 띈 공통점으로 '몸살감기'를 꼽았다. 한 참여자는 "생동성 알바 1기를 마친 후 5일째 몸이 엄청 아팠다. 몸살감기? 코로나? 같은 느낌이어서 이게 약 부작용인지 내가 감기에 걸린 건지 궁금했다"며 "그 다음 2기 참여할 때 의사에게 물어보니 약 부작용이면 3일 내 나타나는데 5일이면 이미 약 성분이 배출된 시점이라 약 부작용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며 계속 몸이 좋지 않을 시 임상시험 포기를 권유했다고 적었다.
참여자들은 주고받은 부작용으로 잦은 기침이나 살짝 오는 두통 혹은 두통이 밤사이 심해져 열이 심해지거나 속이 매스꺼워 물만 마셔도 토할 것 같은 기분을 자주 느꼈다고 했다. 오한과 함께 전신의 근육통도 있었으며 그중 일부는 눈에 통증이 심했다고도 했다. 경미한 미각상실도 겪었다는 이도 있었다. 몇몇은 자신이 코로나에 감염된 것 아닌가 싶어서 진단키트로 검사를 했으나 '음성'이 나왔다고 적고 있다. 이 밖에도 발진과 가려움증을 겪은 이도 있었다.
물론 시작 단계에서 병원 측의 철저한 건강 체크와 함께, 생동성 시험을 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에 대한 동의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누군가는 해야 하고, 필요한 부분이며, 이는 공익에 부합한다"는 설명도 곁들여진다.
서울지역에 있는 한 약사는 "생동성 시험은 제약회사가 만든 복제약이 생물학적으로 동등한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는 시험이라 참여자도 이를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면서 "사전에 참여자의 건강을 철저히 따지기 때문에 자격이 미달할 수도 있다. 여러 부작용 등 상세한 설명을 듣고 동의를 받는다. 다만, 시험의 부작용은 어떤 약으로 하느냐에 따라 또는 참여자의 개인 체질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그래서 참여비가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 생동성 시험에 참여했던 참여자의 팔. 하루에도 수시로 이뤄지는 채혈로 팔에 멍이 들었다. |
ⓒ 네이버 블로그 |
한국, 의약품 임상시험 세계 4위... 전년 대비 9% 넘게 증가
지난 5월 9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발표한 '제약사 주도 의약품 임상시험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의약품 임상시험에서 4위를 기록했다. 분석에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ClinicalTrials.gov 자료를 활용했다. 무엇보다 전체 글로벌 임상시험 건수는 2022년 4729건에서 지난해 4470건으로 5.48% 감소했지만, 우리나라 임상시험 건수는 전년 대비 9.03%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김남희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임상시험 중 사망이나 중대 부작용으로 인한 입원 발생 자료'를 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임상시험 중 사망과 중대 부작용 발생은 모두 2,973건이었다. 이 수치는 생동성 시험은 제외한 순수한 수치다.
▲ 참여자가 인터넷에 올린 생동성 시험 연구센터에 붙은 안내문 |
ⓒ 네이버 블로그 |
한 약품 관계자는 "생동성 시험이라 해서 임상시험보다 안전하다고 확언하기 어렵다. 물론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일어날 확률이 낮긴 하다"면서도 "의약품을 식약처에서 판매 허가하는 것은 의약품이 안전하다는 얘기가 아닌, 이익(치료적 효과로 얻는 이익)이 위험(약물의 독성 및 부작용)보다 높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약물에 대한 반응은 개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쉽게 생각해선 안 될 것"이라 당부했다.
식약처 권고 무시... SNS와 알림톡 난립, 청소년에 그대로 노출
그런데도 여전히 청년들 사이에선 생동성 알바가 '꿀알바'로 불리고 있다. 문제는 한 번 하고 나면 불안감이 무뎌져 반복적인 참여로 돈을 버는 이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다만 한 번 참여하면 6개월간 지원할 수 없다.
식약처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30조 14항'에서 참여자의 지원 제한 규칙을 마련했다.
임상시험실시기관의 장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하기 전에 임상시험에 참여하고자 하는 본인의 동의를 받아 6개월 이내 다른 임상시험에 참여하였는지 여부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지정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하여 확인하고, 6개월 이내 다른 임상시험에 참여한 사람을 제외할 것
참여자가 갈수록 느는 데는 이를 중간에서 모집해 알선하는 업체의 상술이 있다. 이들은 '쉽게' '단기간' '고수익'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청년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식약처 권고(가이드라인)를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 2019년 2월 식약처가 관련 기관과 모집 업체에 배포한 임상시험(생동성 시험 포함) 대상자 모집 관련 유의사항 보도자료. |
ⓒ 식품의약품안전처 |
▲ 2019년 2월 식약처가 관련 기관과 모집 업체에 배포한 임상시험(생동성 시험 포함) 대상자 모집 관련 유의사항 보도자료. |
ⓒ 식품의약품안전처 |
▲ 생동성 시험 모집 업체가 회원에게 보낸 알림톡.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되며, 간단한 지원 방법과 함께 지역과 일자, 참여비용까지 상세히 나와 있다. |
ⓒ 김관식 |
국내 대표적인 아르바이트 사이트 한 곳에서 '생동성'을 키워드로 검색해 보니 총 1328건이 나왔다. 그중 '생동성 건강기능식품 참여자 모집 중'을 클릭하자 관련 사이트로 연결, 제목과 달리 고혈압부터 갱년기 건강기능식품, 코로나19 후유증 치료제 등 다양한 시험 목록으로 이어졌다.
▲ SNS를 통해서 여과 없이 참여자를 모집하는 업체의 생동성 시험 홍보 문구. 청소년에게도 주의가 요구된다. 식약처가 권고하는 주의사항은 지키지 않고, 가격을 제시해 가이드라인을 벗어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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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도 생동성 시험에 참여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모집 업체 |
ⓒ 김관식 |
업체들은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도 시험에 참여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국내 체류하는 동안 급전이 필요한 외국인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한국에서 사람 상대하지 않아도 되며, 큰 문제 없이 수개월 생활비로 쓸 수 있는 큰돈이다.
생동성 시험과 임상 시험은 필요하다. 그러나 식약처 권고대로 그 부작용에 따른 위험성을 충분히 공지해 모집하지 않는다는 점은 돌아봐야 한다. 특히, 구체적인 비용을 명시해 일시적으로 고액을 손에 쥐고자 하는 심리를 이용한 '꿀알바'로 왜곡되는 것은 문제다. 남녀노소 어린이 청소년 등에도 무분별하게 노출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글쓴이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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