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초등학생들 모여 "일렬주차" 외치는 이유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김은진 기자]
▲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하는 행복한 등굣길 캠페인 10월21일부터 안양시 덕천초등학교에서 도보통학 및 자전거, 씽씽카 정리주차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함께하는 캠페인이다. 사진은 김재봉교장선생님과 자치회 담당 선생님과 학생자치회, 학부모회. |
ⓒ 김은진 |
등교시간,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앞에서 학생들이 외치는 소리다.
아이의 학교는 안양천을 따라 가로로 배열된 아파트 단지 끝에 위치한다. 학교에서 반대편 단지 끝까지는 두 정거장 이상 차이가 난다. 그래서 거리가 먼 학생들은 자전거와 씽씽카를 이용해서 등교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학교 앞까지 온 자전거와 씽씽카는 학교 내에 출입을 금하고 있다. 왜냐하면 운동장에서 타고 다니다가 자칫 차량과 부딪칠 수도 있고 아이들끼리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 행복한 등굣길 캠페인 10월21일부터 안양 덕천초등학교에서는 행복한 등굣길 캠페인을 열고 있다. 등교시 이용하는 자전거와 씽씽카를 바르게 주차하여 나와 타인의 안전을 지키고자 시작된 캠페인은 11월1일까지 실시한다. |
ⓒ 김은진 |
자전거 거치대 수용대수는 15대 정도이다. 부족한 거치대 증설에 대해 시청 건설과에 문의해 보았다. 상가 앞은 아파트 땅인 사유지로 시에서 자전거 거치대를 증설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렇다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 건의하여 자전거 거치대를 증설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편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를 해보았다. 하지만 입주자 대표회의에서도 도보통학을 하던지 인근의 시설을 이용하면 좋겠다고 했다.
등교시간이 촉박해 오면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등교하게 된다. 하교 후 바로 학원에 가는 경우에도 자전거를 타고 가면 편하니 더 그렇다. 이용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자전거를 주차할 때 바쁘게 가다 보니 제대로 주차하지 않고 인도에 놓고 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행인들도 위험하고 아이들도 위험했다. 겹겹이 쌓인 자전거를 그대로 두고 가기 때문에 행인들 안전에 위협이 되었다.
▲ 교육 3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하는 행복한 등굣길 캠페인 10월 21일부터 11월 1일까지 안양의 한 초등학교에서 도보통학 유도 및 자전거, 씽씽카 정리주차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 김은진 |
학생들이 첫날에는 어색해 했지만, 점점 적극적으로 캠페인에 참여하여 "일렬주차 합시다. 정리주차 합시다" 하며 외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은 '이걸 누군가 정리해 주겠지, 또는 이렇게 해도 되겠지' 생각했지만 점점 정리가 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잘 정리해야지' 로 바뀌었다고 한다.
캠페인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 (6학년) 학생의 말이다.
"등교할 때마다 학교 앞 도로에 킥보드나 자전거가 널브러져 있어 보기에도 좋지 않고 통행하기에 위험해 보였습니다. 안전한 도보 통학을 위한 캠페인을 통해 친구들이 더 바르고 안전하게 자전거나 킥보드를 둘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어 뿌듯했고 통학로가 더 깔끔해져서 기분이 좋습니다. "
학교 앞은 점점 행복한 등굣길이 되어 가고 있었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학부모들은 대부분 선생님과 사이좋게 소통한다.
어떤 교육이든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선 가정 연계 교육이 필요하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집에서 실천하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토론한 문제를 집에서도 부모님과 대화하다 보면 교육이 더 힘을 얻고 지지를 얻는다고 생각된다. 그러니 교사와 학부모간 소통이 잘 이루어지면 아이들도 더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학교로 가는 길이 안전하고 행복한 길이 되도록 학생, 교사, 학부모가 다 같이 웃는 날이 이렇게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캠페인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나오셔서 아이들과 같이 대화 나누고 응원해 주셨다.
아침마다 교문에서 학생들 등교맞이를 하고 계신 김재봉 교장선생님이 캠페인 활동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학부모회와 학생자치회, 선생님들이 같이 캠페인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니 보기가 좋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자전거와 씽씽카의 바른 이용 습관이 길러지기를 바랍니다."
캠페인 기간 동안 매일 아침 아이들을 이끌어 주신 자치회 담당 선생님도 소감을 말씀해 주셨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캠페인에 참여해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모두 참여하니 더 뜻 깊다고 여겨집니다."
이번 캠페인에서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며 정을 쌓은 학부모님들이 봉사를 하셨다. 자전거를 주차를 도우며 등교맞이를 한 6학년 학부모 이아무개님의 의견이다.
"아침에 학교 앞에서 아이들 친구들도 만나고 반갑게 인사 나누니 좋습니다. 앞으로도 아이들이 질서를 잘 지키며 자전거와 씽씽카를 이용했으면 합니다."
▲ 행복한 등굣길을 위한 자전거씽씽카 정리주차 캠페인 김재봉교장선생님과 자치회 담당선생님, 학생 자치회, 학부모회가 모여 캠페인을 하고 난 후 오전 9시 경의 모습이다. |
ⓒ 김은진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마이크에 대고 욕한 대통령 측근... 그 배짱이 섬뜩한 이유
- '부자감세안' 믿는 구석이 있다...12월 2일 기다리는 윤 정부
- 옷을 벗고 쇠사슬 감은 할머니들... 이제 우리 차례
- "면접 전날 '박장범 유력' 소문"... 실세는 김건희가 정한다?
- 조국 "윤석열·김건희는 보수의 수치"...'탄핵' 정조준
- 수능 전날 개봉하는 이 영화가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
- 한강 열풍 속, 노무현 정부의 '창의한국' 주목하는 이유
- 기이했던 '열탕' 제주, 그걸 제일 먼저 발견한 만화가
- 노영희 "이준석, 명태균에 7~8회 여론조사 의뢰하고 돈 안 내"
- 쌀독에 묻혀있던 윤동주 시, 친구 덕에 알려진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