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AI, 美기술 도입만 급급하다간”…한국의 치명적 오판 [Focus 인사이드]

2026. 8. 1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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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국방부와 인공지능 기업 앤스로픽(Anthropic) 간의 갈등은 국방 분야에서 AI가 어디까지 들어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앤스로픽의 AI 모델 클로드(Claude)는 미 정부 기밀망에 배치돼 정보분석,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작전계획, 사이버작전 등에 활용됐다. 그런데 앤스로픽은 클로드를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국내 감시와 인간의 개입 없이 표적을 선정·공격하는 완전자율무기에는 사용하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미 국방부는 합법적인 군사적 활용에 기업이 별도의 제약을 두는 것에 반대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불거졌다. 주목할 점은 미국 국방부의 AI 논쟁이 ‘국방에 AI를 도입할 것인가’를 넘어 ‘AI를 어디까지, 어떤 조건과 책임 아래 사용할 것인가’의 단계로 이미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앤스로픽의 AI 클로드. 로이터=연합


오늘날 미국의 국방 AI 역량이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그 배경에는 새로운 안보환경과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법과 조직, 예산과 획득 제도를 끊임없이 바꾸어 온 오랜 제도적 경험이 있다. 더 근본적인 것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개척자적 인식이다. 처음부터 완벽한 제도를 만들기보다 먼저 시도하고, 실패에서 배우며, 잘못된 제도를 다시 고쳐 나가는 문화가 오늘날 미국 국방혁신의 중요한 토대가 됐다.

그 출발점의 하나를 1949년 CIA 법(CIA Act)에서 찾을 수 있다. 1947년 국가안보법이 중앙정보국(CIA)을 창설했다면, 1949년 CIA Act는 새로운 정보기관이 기존 행정체계의 틀만으로는 제대로 활동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인사·예산·조달 등에서 상당한 유연성을 부여했다. 이러한 제도적 유연성의 정신은 훗날 민간 첨단기술을 국가안보에 끌어들이는 새로운 방식으로도 이어졌다. 1999년 CIA 주도로 설립된 비영리 전략투자기관 In-Q-Tel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모든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유망한 민간기업을 초기부터 발굴·지원해 국가안보 수요와 연결하는 방식이다. 창업 초기 팔란티어(Palantir)에 대한 In-Q-Tel의 투자와 정보기관이라는 초기 수요자의 존재는 기술을 검증하고 시장에 뿌리내리는 데 결정적 발판이 됐다. 오늘날의 팔란티어 뒤에는 혁신기업의 가능성을 일찍 발견하고 위험을 함께 감수한 정부의 역할이 있었던 것이다.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 미국은 단순히 더 좋은 로켓을 만드는 것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이듬해 국방부에 고등연구계획국(ARPA·현 DARPA)을 만들었다. 기존 군 조직의 당면한 소요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실패 가능성이 높더라도 미래의 판도를 바꿀 기술에 과감히 투자하도록 한 것이다. 미국은 ‘기술적 기습(Technological Surprise)’을 당한 뒤 또 다른 기습을 막기 위해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든 것이다.

첨단 민간기술을 국방에 접목하는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다.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2015년 실리콘밸리와 국방부를 연결하기 위해 ‘국방혁신실험단(DIUx)’을 만들었다. 민간 첨단기술을 기존 국방획득체계보다 빠르게 군에 도입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초기에는 권한과 예산, 국방부 관료체계와의 관계, 군과 기술기업 간 문화 차이 등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미국은 이를 실패로 끝내지 않았다. 운영방식을 수정하고 2018년에는 ‘x(Experimental·실험)’을 떼어내 DIU로 전환했으며, 이후에도 조직의 위상과 권한을 계속 조정했다. 미국의 강점은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있었다는 데 있지 않다. 잘못된 제도를 고칠 수 있었다는 데 있다.

우리도 중요한 출발선에 서 있다. AI 시대에 맞는 국방 인공지능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국방인공지능법’이 여야 의원 33명의 참여로 공동 발의됐다. 법안에는 국방 AI 기본계획과 위원회·정책센터 설치뿐만 아니라 신속 획득과 규제 특례 등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러나 법에 혁신을 명시하는 것과 실제 혁신이 일어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미국의 경험이 보여주듯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과감히 시험하고, 실패를 감수하며, 필요하면 예산·조직·획득 방식까지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과 제도적 여건이다. 그런 점에서 국방인공지능법 제정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지난 4월 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이민법 시위대가 팔란티어 지역 본부 앞에서 이민법 단속에 AI 활용을 그만두라고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미국의 경험은 우리에게 몇 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

첫째, 조직 하나를 신설한다고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AI 조직이 합참과 각 군, 방위사업청, 연구기관, 민간기업과 연결하고 현장의 작전적 요구가 신속하게 기술개발로 이어지는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둘째, 처음부터 완벽한 체계를 만들려 해서는 안 된다. 작은 규모로 시험하고, 실패하고, 수정한 뒤 성공한 모델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몇 년씩 걸리는 기존 무기체계 획득 방식만으로는 몇 달 단위로 발전하는 AI와 소프트웨어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셋째, AI 기업을 단순한 방산 납품업체인 ‘벤더(Vendor)’가 아니라 국가안보 역량을 함께 만드는 ‘파트너(Partner)’로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 방산 비리에 대한 우려로 군과 기업 간 접촉 자체를 조심스러워했던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접촉을 줄여 비리를 막는 시대’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정부(군)와 기업이‘투명하게 소통하며 함께 혁신하는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최신 무기와 AI의 성공을 보면서 그것을 얼마나 빨리 도입할 것인가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미국의 ‘현재 모습’이 아니라 그곳까지 도달한 과정이다. 미국은 새로운 위협과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제도를 만들고 실험했으며, 시행착오가 생기면 다시 고쳐 왔다. 1949년 CIA Act에서 오늘날 국방 AI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온 것은 특정 기술이 아니라 이러한 혁신의 방식이었다.

미국의 국방 AI 발전 과정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의 인식, 그리고 그 경험을 끊임없는 제도 개선으로 이어가는 능력이다.

박철균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부원장·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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