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사진인데요?" 웨딩사진 얼굴만 AI로 '쓱'…교묘해진 저작권 도둑질

이지예 2026. 9. 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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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라도 걸리지 않으려고 신랑·신부 얼굴만 바꿔치기했다는 게 정말 소름 돋았죠. 남의 노동력을 그렇게 홀랑 가로채다니요."

이 대표는 "처음에는 자신들이 촬영한 사진이라는 식으로 부인하다가 증거를 제시하자 사과했다"며 "신랑·신부가 돈을 내고 함께 만든 소중한 결과물인데 남의 작업물을 가져가 자기 것처럼 사용하는 행위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발생한 뒤 사후 침해 구제뿐 아니라 저작물이 생성형 AI에 이용되는 단계에서부터 권리자가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함께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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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저작물 생성형 AI 변형해 상업적 활용
분쟁 조정 3년 새 70%↑…도용 발견 어려워
"저작물 AI 이용 거부 옵트아웃 권리 필요"

"혹여라도 걸리지 않으려고 신랑·신부 얼굴만 바꿔치기했다는 게 정말 소름 돋았죠. 남의 노동력을 그렇게 홀랑 가로채다니요…."

스튜디오 '뉴일무이'를 운영하는 이민아 대표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어딘가 익숙한 웨딩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뉴일무이가 드레스 제작부터 헤어·메이크업, 촬영까지 맡아 완성한 고객 사진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처음에는 자신이 촬영한 사진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먼저 이상함을 알아챈 건 함께 일하던 실장이었다.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던 실장이 "드레스도 똑같은데요?"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뉴일무이가 한땀 한땀 직접 제작한 드레스였다. 원본 사진을 꺼내 나란히 놓자 하나둘 같은 부분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포즈와 드레스는 물론 신부 손목에 채워진 작은 팔찌까지 똑같았다. 다른 것은 신랑·신부의 얼굴뿐이었다.

다른 셀프 스튜디오가 뉴일무이의 고객 사진을 가져간 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얼굴만 다른 사람으로 바꿔 자사가 직접 촬영한 사진인 것처럼 광고하고 있던 것이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자신들이 촬영한 사진이라는 식으로 부인하다가 증거를 제시하자 사과했다"며 "신랑·신부가 돈을 내고 함께 만든 소중한 결과물인데 남의 작업물을 가져가 자기 것처럼 사용하는 행위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생성형 AI를 이용해 타인의 사진이나 작업물 일부를 바꾼 뒤 자신의 결과물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저작권 도용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을 그대로 복제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얼굴이나 배경 등 일부를 생성형 AI로 변형해 도용 흔적을 감추는 식이다. 원작자조차 자신의 작업물이 도용됐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어려워진 만큼 생성형 AI를 통한 저작권 침해에 대응할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저작권 분쟁조정 접수건수는 2022년 103건에서 2023년 110건, 2024년 120건, 지난해 175건으로 3년 새 69.9% 증가했다. 저작권 상담은 2022년 17만6171건, 2023년 14만2355건, 2024년 14만5997건, 지난해 17만5065건으로 다시 늘었다.

저작권 분쟁조정 신청이 꾸준히 늘어난 시기는 생성형 AI가 대중화한 시기와 맞물린다. 챗GPT가 2022년 11월 처음 공개된 데 이어 구글은 2023년 3월 생성형 AI 서비스 '바드'를 선보였고, 같은 해 12월 제미나이를 공개했다. 분쟁조정 신청은 이 기간 꾸준히 증가했다. 다만 AI 관련 분쟁은 별도로 집계되지 않아 생성형 AI를 둘러싼 분쟁이 늘고 있어도 정확한 규모를 통계로 확인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저작권위 관계자는 "AI 관련 사건을 별도로 분류하고 있지는 않고 어떤 저작물인지에 따라 사진, 영상 등 해당 저작물 유형의 통계로 집계한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로 원본을 변형했다고 해서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원본 저작물을 토대로 만들었는지, 원본의 창작적인 표현이 결과물에도 실질적으로 유사하게 남아 있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다. 따라서 특정 사진을 생성형 AI에 직접 입력해 얼굴만 바꾼 경우라면 원본을 이용했다는 의거성을 판단하는 근거가 될 수 있고, 구도·인물 배치 등 창작적 표현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실질적 유사성도 따져볼 수 있다.

김기윤 김기윤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사진은 구도와 조명, 배경, 소품의 배치와 연출 등 촬영자의 다양한 창작적 선택이 반영되는 만큼 저작물로 인정된다"며 "개별 이용자가 저작권자 허락 없이 생성형 AI로 사진 일부를 고의적으로 바꾸고 다시 사용하는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법적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원작자가 자신의 저작물이 도용됐다는 사실을 발견하기조차 어려운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온라인에서는 사진에 표시된 저작권 문구나 워터마크를 생성형 AI로 지운 뒤 사용하거나 원본의 일부만 변형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등의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는 김모씨는 "제 사진에 워터마크를 교묘하게 지워서 도용된 사실조차 처음에는 알지 못했다"며 "나중에 블로그 이용자들이 알려줘서 신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저작권 침해가 발생한 뒤 사후 침해 구제뿐 아니라 저작물이 생성형 AI에 이용되는 단계에서부터 권리자가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함께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정상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저작권자에게 자신의 저작물을 생성형 AI 학습 등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선택할 수 있는 권리(옵트아웃)를 주면서, 일정한 요건 아래 저작물을 분석·학습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 면책 규정을 두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책"이라며 "옵트아웃된 저작물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라이선스를 받는 방식으로 계약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예 기자 eas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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