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 용기로 새로운 표정 가진 이천 주택 ‘오브릭O-Brick’
건축가코너(ARCHITECT CORNER)
법규에 맞춰 정돈하고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니 건물은 새로운 표정을 가지게 됐다. 존재감이 느껴지면서도 주변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그렇게 건축주의 용기는 가족만의 따뜻한 보금자리로 결실을 맺었다.
정리 남두진 기자│글 자료 윤아영 대표(㈜윤아영건축사사무소)│사진 남경진 작가(FAY NAM)
DATA
위치 경기 이천시
건축구조 철근콘크리트조
대지면적 295㎡(89.24평)
건축면적 88.14㎡(26.66평)
연면적 170.58㎡(51.60평)
1층 49.2㎡(14.88평)
2층 59.64㎡(17.87평)
3층 61.74㎡(18.67평)
건폐율 29.89%
용적률 57.82%
설계기간 2023년 3월~5월
시공기간 2023년 6월~11월
설계 ㈜윤아영건축사사무소, ㈜무형건축사사무소
yay.architects@gmail.com 02-6497-6900
시공 건축주 직영
MATERIAL
외부마감
지붕 - 징크 250
외벽 - 테라코타 티브릭
내부마감
천장 - 목재 천장틀, 석고마감 후 실크도배
내벽 - 실크도백, 포세린타일
바닥 - 포세린타일, 타일패턴 강마루
단열 THK85 PF보드
창호 KCC pvc 창호
조명 매립 라인조명, LED 간접등
오브릭은 착공 후 골조공사가 진행되던 중 시공사와의 분쟁으로 몇 개월 동안 건축이 중단된 주택이었다. 젊은 30대 부부와 아이, 3인 가족의 첫 전원주택의 꿈은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고 우리를 찾은 건축주의 표정도 많이 어두웠다.
첫 단추는 잘못 끼웠지만 건축주는 이내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고쳐 매기로 결심했고 용기를 내 우리를 찾았다. 우리는 그런 그를 응원하고 싶었다. 우선 어설프게 시공돼 있던 기존의 모든 마감재를 과감하게 뜯어낸 뒤 새롭게 계획해 재시공에 돌입했다.
대지는 폭이 좁고 길이가 폭의 두 배 정도로 깊었다. 전면에는 막다른 도로가 위치했고 세 면이 인접 대지에 접했다. 우측과 후면에 닿은 인접 대지 옹벽 뒤에는 아파트 단지가, 좌측에는 1~2층 규모의 단독주택들이 조성돼 있었다.
오브릭은 조경하지 않아도 근처 아파트 단지의 조경을 함께 누릴 수도 있었고 잘 정돈하면 낮고 평범한 인접 부지 단독주택들 사이에서 비교적 높이를 가지면서도 반듯한 형태가 돋보일 수 있는 조건을 가졌다.
투톤의 오렌지 색상으로 단조로움을 탈피한 매스
이미 큰 틀이 어느 정도 완성된 매스를 변경할 수는 없었기에 주어진 조건에서 최대한 조화로운 계획을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애매한 금속 외장재와 스타코 마감으로 다양한 재료와 색상이 오히려 조잡했던 입면 계획도 전면 수정했다.
두 직사각형 매스에 사용한 테라코타 티브릭 외장재는 비슷하지만 다른 색을 선정해 물성적인 조화를 이룬다. 투톤의 오렌지 색상 차이를 통해 크기나 깊이에서 단조롭지 않은 분위기도 연출할 수 있었다. 오렌지 계열의 테라코타를 계획하던 중 오렌지의 ‘오’ 그리고 색상에서 터지는 탄성의 ‘오!’가 떠올라 새로 태어난 집에 ‘오브릭’이라 이름을 붙였다.
한마음으로 배수 문제 해결, 창호 라인도 정돈
소방관 진입창은 현행 법규에 맞지 않았기에 다시 계획했다. 어색했던 창호 라인을 정돈하니 파사드에 새로운 표정이 생겼다. 또 공사를 진행하며 여러 곳에서 누수가 발견됐는데 그 원인을 찾고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하기도 했다. 원인은 사람이 올라갈 수 없어 유지 보수가 불가능했던 3층 평지붕 배수에 있었다. 주변의 울창한 소나무 솔잎이 가득 쌓여 막혀 있던 것이었다.
누수 원인 발견을 계기로 우리는 파라펫이 올라와 있던 평지붕 계획안을 경사지붕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파라펫의 기존 높이는 유지하면서 턱까지 지붕으로 씌우고 그 틀 안쪽에 경사를 계획해 건물 후면으로 배수를 유도했다. 배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얼핏 보면 평지붕인 듯 날렵한 지붕선과 단출한 매스감도 유지할 수 있었다.
공간 활용과 디테일을 더해 군더더기 없는 실내 완성
인테리어 또한 많은 고민을 통해 건축주의 니즈와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풀어갔다. 현관에는 아이가 편하게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도록 벤치형 수납장을 제작했다. 전실은 현관과 같은 우드 톤으로 조성해 따뜻하면서 진입 시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 계단실 아래 자투리 공간은 창고로 활용하고 주방은 요리 영역과 홈바 및 다이닝 영역으로 구분한 후 키 큰 장을 더해 수납 효율도 높였다.
안방은 침대 아트월과 콘센트와 조명을 매립한 일체형 협탁을 마련해 미와 기능, 둘 다 잡았다. 여기에 크고 작은 드레스룸 두 개를 더해 충분한 수납도 이뤘다. 3층에는 가족 침실과 게스트룸 그리고 큰 욕실을 배치했는데, 욕실에는 아이가 물놀이도 즐길 수 있도록 대형 욕조를 제작했다. 복도는 바닥과 벽 그리고 히든도어로 요철을 없애고 우드 톤으로 통일감을 부여해 협소함을 덜었다.
주변과 어울리는, 정체성 가진 보금자리로 재탄생
건물의 첫인상은 정돈되지 않은 매스와 정체성 없는 단조로운 분위기가 강했지만, 우리의 작업을 거쳐 주어진 골조 틀과 가로 풍경 안에서 단순한 조형미를 가지게 됐다. 서로 다른 표정을 가진 주변 건축물 사이에서 색감으로 분위기를 산뜻하게 반전시키면서 동시에 형태와 질감으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계획했다.
어설펐던 기존 건물은 모두의 응원에 힘입어 가족 맞춤형으로 다시 태어났다. 잘못 끼운 첫 단추를 과감하게 풀었기에 결국 마지막 단추까지 무사히 끼울 수 있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건축주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우리를 찾아준 데에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가족만의 소중한 보금자리가 된 오브릭에서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내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