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앞에서 '탕탕'…러 여성갑부 고려인, 살벌한 이혼 소송
러시아에서 최고 부유한 여성으로 꼽히는 타티야나 바칼추크 와일드베리스 창업자가 남편 블라디슬라프의 이혼 과정 중 사망자가 발생한 총격전이 일어났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타티야나는 고려인으로, 결혼 전 성이 ‘김’이었다. 그는 육아 휴직 중이던 2004년 창업한 와일드베리스를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키운 자수성가 신화의 주인공이다. 지난 7월 남편인 블라디슬라프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제기했으며 회사 합병 문제 등을 놓고 지속해서 갈등을 빚어왔다.
NYT에 따르면 이날 총격전은 모스크바 크렘린궁 맞은편에 위치한 와일드베리스 사옥에서 벌어졌다.
이날 남편인 블라디슬라프는 건장한 남성들을 대동하고 협상을 하겠다며 사옥을 찾았다. 그러나 로비에는 타티야나가 고용한 경비원들이 지키고 있었고 결국 총격전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블라디슬라프는 러시아 경제매체 RBC에 창고 건설과 관련한 협상 진행을 위해 동료들과 함께 사무실을 찾았지만 입구에서 경비원의 공격을 받았고 이로 인해 1명이 부상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이 공개한 현장 영상에는 건장한 남성들이 언쟁을 벌이다 그 중 한 명 이상이 총을 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타티야나는 블라디슬라프의 이런 주장에 성명을 내고 두 사람 간 협상은 계획에 없었으며 남편이 회사를 급습하려다 실패한 것이라고 즉각 부인했다.
타티야나는 텔레그램에 울먹이는 영상에서 “무장한 남성들이 사무실을 급습해 총격전을 일으켰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죽었다”며 “블라디슬라프, 도대체 뭐 하는 건가. 부모님과 아이들을 어떻게 보려고 그러는가”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와일드베리스가 러시아 최대 옥외광고 업체인 루스 아웃도어와 합병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와일드베리스의 지분은 타티야나가 99%, 블라디슬라프가 1%를 보유하고 있는데, 블라디슬라프는 합병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타티야나는 지난 7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블라디슬라프는 이혼의 대가로 와일드베리스의 지분 절반을 요구하고 있다.
타티야나는 영어 교사로 일하다 2004년 육아 휴직 중 인터넷 쇼핑몰 와일드베리스를 창업했다. 아이를 돌보는 여성 등 쇼핑할 시간이 없는 사람을 위해 독일 의류 사진을 웹사이트에 올려 온라인으로 주문받아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는 이 쇼핑몰을 지난해 2조5000억 루블(약 40조2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등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키웠다. 타티야나의 자산은 81억달러(약 11조원)로 추정된다.
NYT에 따르면 이번 사건으로 2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28명이 체포됐다. 사망자는 건물 경비원이라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러시아 수사위원회(RIC)는 이번 사안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으며, 사건 당시 현장을 찾은 경찰관 두 명도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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