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과 금융당국, 그리고 옛 속담 [친절한 쿡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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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언의 발화자가 누구이며 발화자가 언급한 '당사자'는 누구일까요.
금융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을 대상으로 한 발언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사실상 정치권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며, 이를 금융당국이 받아들인 것임을 알 수 있죠.
이런 상황에서 연이은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과 행보를 보면 의도가 없다고 아무리 말한다고 하더라도 의도가 있어보일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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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소송’(DLF 사태 소송) 시절과 달리 지금 같은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아마도 당사자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
이 발언의 발화자가 누구이며 발화자가 언급한 ‘당사자’는 누구일까요. 금융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회장을 대상으로 한 발언임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이복현 원장은 지난 14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서 회담을 가졌습니다. 이같은 회담은 윤석헌 전 원장 때인 2019년 5월 이후 약 3년6개월 만에 있는 것으로,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당장 2개월 뒤 금융지주 회장들부터 각 금융사 CEO들의 임기가 끝나고, 차기 대표의 선임권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이죠.
물론 금융감독원에서는 ‘금융사 지배 구조에 대한 감독 활동’ 차원이라며 선을 그었습니다. 다만 이복현 원장은 앞서 언급한 발언과 함께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후임자 물색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금감원 뿐 아니라 금융위원회도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그간 1년7개월 간 미뤄왔던 우리금융 제재심을 오후에 최종 확정했죠. 당장 오전에 제재심과 관련한 이야기를 한 이후 불과 하루도 안되서 이같은 결정이 나온 것은 정말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에 대해 김주현 위원장은 “(손 회장 제재안이) 그동안 너무 지체돼 있다고 국회에서도 지적이 있었다”며 “지금 시장이 어렵지만 금융위가 해야될 것은 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연말 전에 정리해야 될 것은 빨리 하나씩 정리하자는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정치권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며, 이를 금융당국이 받아들인 것임을 알 수 있죠.
자, 금융당국에서는 금융사에게 개입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꾸준히 강조하고 있지만, 일련의 발언들을 보면 진실됨이 느껴지는지요? 글쎄요, 기자는 그렇게 보이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꼽자면, 시기가 너무 공고롭습니다. 당장 신한금융은 진옥동 행장, 농협금융은 손병환 회장과 권준학 행장의 임기가 다음 달 만료됩니다. 내년 3월에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박성호 하나은행장 등 주요 금융사 인사들의 임기가 끝나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연이은 금융당국 수장들의 발언과 행보를 보면 의도가 없다고 아무리 말한다고 하더라도 의도가 있어보일 수 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실제로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개입에 대해 우려, 더 나아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당국의 눈치를 봐야만 하는 금융사들의 공식적인 발언은 없지만, 이들과 반발각을 세우는 노조에서조차 금융당국의 개입을 경계하고 있는 상황이죠.
예를 들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우리은행 펀드사태 제재 심사를 1년 넘게 미루다 갑자기 제재를 한 것에 대한 말들이 무성하다”며 “현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날리고 외압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고 비판했으며, 기업은행 지부는 “투명·공정하게 이뤄져야 할 기업은행장 선임이 혼탁해지고 있다”며 “낙하산은 꿈도 꾸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이는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선진 금융’과도 거리가 먼 행동입니다. ESG경영기조 확보, 투명한 사외이사 선출과정, 자체적인 내부통제시스템 마련 등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이 진행하고 있는 노력을 후퇴시키는 행위입니다.
옛 속담에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 ‘오이 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은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금융당국이 진정으로 투명하고 자율적인 금융사의 경영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되새길 필요가 있는 지혜입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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