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군 저수지에 들어간 촬영팀이 빠져나오지 못한 이유

장혜령 2026. 4. 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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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살목지>

[장혜령 기자]

 영화 <살목지> 스틸컷
ⓒ (주) 쇼박스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귀신은 정말 있는 걸까. 인간이 죽으면 영혼은 사라지는 걸까, 어딘가로 향하는 걸까. 사후 세계를 향한 궁금증은 의문으로 시작해 괴담을 낳고 구전되어 퍼진다. 이야기는 이야기를 만들고 살이 붙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게 된다. 남을 말을 하기 좋아하는 인간 특성과 결합해 구구절절한 사연은 '한'으로 승화되고, 한을 품은 원혼이 해결을 원하는 콘셉트가 생겼다.

우리나라 대중문화에서 각종 미신과 전설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한국의 귀신을 총망라한 드라마 <전설의 고향>이 대표적이다. 영화계 쪽에서는 공포와 학원물을 결합해 입시지옥을 비춘 <여고괴담>이 등장해 사회 문제의 은유와 신인 등용문의 시초가 되었다.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한국의 호러 마스터 정범식 감독의 등장으로 <기담> <곤지암>이 흥행과 평단의 좋은 평가를 들었다. 호러 장르는 계절 특수성을 노린 흥행 보증수표였으나 트렌드가 바뀌면서 공포감 조성만으로는 인기를 끌기 힘든 시대가 됐다.

특히 호러 장르는 마니아 성향이 강해 대중성을 얻기 힘든 분야다. 국내 유일 장르 영화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고심 끝에 고유의 정체성을 포기하고 대중성을 받아들인 이유도 그래서다. 그사이 스마트폰과 OTT의 등장으로 예전과 다르게 변한 콘텐츠 시장의 지형은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체의 고민으로 확대되며 새로운 기로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인간 심연을 건드리는 존재와 그 실체를 밝히려는 호기심은 다른 양상으로 옮겨갔다. 유년기부터 거부감 없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으로 오컬트, 주술, 요괴, 전설 등의 영향이 실사 영화로까지 확대되어 부활의 가능성을 보였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처음 선보이는 영 어덜트 시리즈 <기리고>만 봐도 그렇다. 변형된 호러 붐은 1020세대를 중심으로 다시 형성되고 있다.

실존지 체험형 공포
 영화 <살목지> 스틸컷
ⓒ (주)쇼박스
영화 <살목지>는 로드뷰에 찍은 적 없는 형체가 포착돼 주민들의 항의가 커지자 로드뷰 업체 촬영팀이 당일치기로 재촬영을 위해 떠나는 과정을 그렸다. 촬영팀은 장비가 물에 빠져 위기에 봉착하고 장비를 전해 주려 후발대로 따라온 PD마저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겪는 하루의 이야기다.

촬영팀은 환한 낮에 도착했지만 일을 끝내지 못한 채 칠흑 같은 밤이 될 때까지 도무지 빠져나갈 방법을 찾지 못한다. 결말마저 모호하게 처리되어 찜찜한 기분이 오래가는 영화다. 동년배인 겁쟁이 감독과 강심장 배우가 만나 장르의 변주를 주는 데 성공 했다.

어릴 적부터 천착해 온 공포 영화에 대한 뚝심을 집약한 이상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단편 <함진아비> <돌림총>, 옴니버스 장편 <귀신 부르는 앱: 영>(고성행)을 통해 일찍이 재능을 인정받았다. 감독은 기존 살목지의 이미지와 SNS의 화제성에 이야기 살을 덧붙여, 공간에서 벌어지는 체험형 공포 영화로 발전했다.

젊은 층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주술적 소비, 집단 담력 테스트(흉가체험, 방탈출)와 맞물려 하나의 놀이, 인증 체험으로 유행할 만한 특성이 많다. 특히 스크린X(ScreenX)를 통한 시각 확장은 등장인물의 상황과 일치되는 체험형 공포를 선사한다. 깜짝 놀라게 만드는 점프 스케어의 타이밍까지 엇박과 정박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디지털 장비의 신선함
 영화 <살목지> 스틸컷
ⓒ (주)쇼박스
공포 영화는 시청각의 긴장을 선사하며 불쾌한 감정을 증폭하는 장르다. 인간의 원초적인 공포와 최신 디지털 기기를 결합한 신선함은 귀신을 믿지 않더라도 빨려 드는 핵심이다. 로드뷰 화면을 필두로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시각적 불안을 조성한다.

살목지로 들어가는 장면을 360도 파노라마 카메라로 촬영해 왜곡된 화면이 낯선 이상함을 안기며 초반 몰입도를 높인다. 전반적으로는 핸드헬드 촬영해 불안감을 조성하며 광활한 자연에서 조여 오는 고립된 감정의 대비를 사실적으로 전하는 데 일조한다.

예전이라면 사진이나 동영상 정도로 한정된 식상함이었겠지만 실제 고스트헌터가 사용하는 장비를 사용해 현실성을 고려했다. 유령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모션 디텍터나 라디오 주파수로 수음되는 원리로 대화가 가능한 고스트 박스의 등장은 관객을 사로잡는다.

특정 장소가 품은 에너지가 영화를 지배한다. 살목지는 충청남도 예산군 저수지로 낚시하기 좋은 공간이자 심야 괴담회에 소개된 심령 공간이기도 하다. 영화 속에서는 생사를 넘나드는 길목으로 불리는 금기의 장소다. <곡성> <곤지암> 같이 실존 지명을 제목에 썼다. 내비게이션이나 휴대폰이 잘 작동하지 않는 점도 섬뜩함을 더한다. 촬영팀은 길을 잘못 들어 돌탑을 건드려 저주가 시작되며 원혼이 따라붙는다.

숲과 저수지의 모호한 경계, 낮에도 강한 음기, 물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음산함이 내내 깔려있다. 낮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자연 경관이 밤이 되자 무서운 얼굴을 드러낸다. 마치 사람의 머리를 연상케 하는 나무와 왕버들 군락지의 비주얼은 낮과 밤의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금기를 잘못 건드린 결과
 영화 <살목지> 스틸컷
ⓒ (주)쇼박스
촬영팀은 원혼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한다는 축시(새벽 1시-3시)쯤 본격적인 공격을 당한다. 죽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살목지의 소문과 물귀신의 속성과 넋걸이 의식(물에 빠진 영혼을 구제하기 위해 특정 물건을 넣는 행동)이 더해져 섬뜩함이 배가 된다.

돌탑은 흔히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주술적인 공양의 의미지만 영화 속에서는 강원도 산악 지역의 호식총 풍습과 연결 지었다. 호식총은 호랑이가 사람을 잡아먹고 남은 시체를 거두어 돌무덤을 쌓고 시루를 엎어 쇠꼬챙이를 꽂아 봉인하는 형태다. 호랑이에게 당한 영혼은 호랑이 부하인 창귀가 되어 산 사람을 홀리는 창귀가 된다는 설화의 흔적이기도 하다.

물귀신도 다양한 형태로 등장한다. 지인의 얼굴과 목소리로 유인한 후 안정감을 주어 갑자기 해치거나, 갑자기 튀어나와 깜짝 놀라게 만든다. 환시와 환청으로 현실을 망각하게 하는 것을 물론, 압도적인 저수지의 지형은 마치 미궁에 빠진 듯 벗어날 수 없는 지옥과 다름없다. 물에 닿기만 해도 다음 타깃으로 지목되어 긴장감이 극대화된다.

탄탄한 연기력으로 중무장한 배우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눈으로 직접 본 것만 믿는 수인(김혜윤)이 이성의 끈을 끝까지 부여잡고자 한다. 이종원, 김준한, 김영성, 오동민 등 다수의 영화 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연기의 앙상블이 돋보인다. 7명의 관계는 전 연인, 현 연인, 가족이기 때문에 일명 물귀신 작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스크린 신고식을 마친 세정 역의 장다아다. 공포 채널 유튜브 채널의 소재를 위해 디지털 장비를 이용한 공포의 순간을 기록하면서도 끝까지 활약한다.

화제성은 단연 압도적이다. 1020의 트렌드와 가미되었으며, 캐릭터의 전사를 명확히 하지 않는 설정으로 결말의 미스터리까지 더했다. 다만, 과학적인 원인 규명이나 명확한 팩트가 아닌 괴담과 상상으로 쌓아 올린 결말에 호불호가 나뉘겠다. 캐릭터의 전사나 괴담의 실체 등 설명이 부족해 스토리의 긴밀한 개연성을 우선시한다면 아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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