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미국처럼 기준금리 0.5%P씩 못 내려"…영끌족에 '경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금리를 0.5%포인트(p)씩 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는 이른바 영끌족을 향해 갭 투자시 금융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고려하라며 다시 한 번 경고장을 날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3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긴축 기조를 종결했지만 어디까지나 ‘매파적 인하’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총재는 11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금융안정 상황을 감안할 때 미국처럼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를 단행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인플레이션이 10%이상 올라갔고 금리를 500bp(1bp=0.01%p) 이상 올렸으므로 금리가 떨어지는 속도가 빠른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금리를 3% 올렸다”며 “‘우리도 0.5%p 떨어지겠구나, 돈 빌려도 문제없겠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언급했다.
특히 영끌족을 향해 다시 한 번 경고장을 날려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갭 투자를 하고 싶으면 금융비용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 고려하면서 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 생각해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분들은 자기에게 책임이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8월 금통위 이후 꾸준히 수도권 집값 급등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후 정부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30조9671억원으로 8월 말(725조3642억원)보다 5조6029억원 증가했다. 월간 최대 기록이었던 8월(9조6259억원)보다 증가 폭이 약 4조원 정도 줄었다.
그러나 주택 구입 목적 개별 주담대의 경우 5대 은행에서 지난 달 하루 평균 3451억원이 새로 취급됐다. 8월 3596억원보다 4%가량 적지만 추석 연휴 사흘을 빼면 평균 3934억원으로 8월에 이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갈아치웠다.
이 총재는 대출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중장기적으로는 확대돼야 한다”며 “어떤 대출이든 자기 능력에 맞게 돈을 빌리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DSR 규제가 단기적으로 부작용이 있으니 가계대출 상황을 보고 정부가 판단하겠다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은행권이 대출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엇박자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은행들의 포트폴리오 70~80%가 부동산으로 쏠려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금리 인하가 조금 늦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1년 후에 평가해 달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에는 주택 관련 심리를 추가 자극하지 않도록 정부와 얘기해서 거시 안전성 정책을 강화한 다음에 하는 게 금리를 인하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어 “한은이 실기하지 않았냐는 분들이 있는데, 8월에 금리 인하를 안 했는데도 가계대출이 10조원 가까이 늘었던 걸 예상했는지 그분들에게 물어봐 달라”고도 했다. 이어 “반대로 한은이 좌고우면하는 과정에서 금리를 더 올리지 못해 이런 상황이 초래됐다는 견해도 있는데, 그런 비판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2년간 물가를 안정시키는 과정은 한 사이클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나라보다 빨리 물가 목표 2%를 달성했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이나 외환시장도 큰 문제 없이 관리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현 3.5%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p 낮췄다. 2021년 8월 0.25%p 인상과 함께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가 3년 2개월 만에 종료된 것이다.
이날 금통위원 6명 가운데 5명은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연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5명은 기준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미국 대선 결과와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상황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을 냈으며, 나머지 1명은 3.25%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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