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상징 된 바티칸, 교황이 마지막까지 강조한 것

이준목 2025. 5. 1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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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

[이준목 기자]

"교황은 우리에게 영적인 스승이다. 모든 인간은 육체의 감옥에 갇혀있다. 인간이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날 수도 없고 때로는 그 안에서 신음하고 힘들어한다. 지금은 우리가 내 생명의 시간에 대하여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시간을 통해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당신의 마지막 수업을 통해서, 내 생의 마지막 순간을 생각해 보고 싶다. 그 아픈 몸으로 버텨주셔서 감사하다. 우리에게 큰 수업이고 희망이자 위로가 되었다."

12일 방송된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에서는 로마와 바티칸을 찾은 잡학박사들의 수다가 펼쳐졌다.

바티칸 시국은 이탈리아 로마시에 위치하며 교황이 통치하는 가톨릭 신앙의 중심이자, 평화를 상징하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오늘날까지 존재하는 단일 국가로서는 가장 오래된 2천년의 장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지난 4월 21일, 제 266대 교황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고 전 세계의 애도 속에서 장례가 치러졌다. 후임으로는 콘클라베(추기경들의 교황 선출 선거)를 거쳐 지난 5월 9일 레오 14세가 새로운 교황으로 선출했다.

바티칸의 정원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중 한 장면
ⓒ TVN
추기경은 가톨릭 교회의 고위 성직자이자 교황의 자문단이다. 추기경의 라틴어인 'Cardinalis'는 우리말로 어원을 번역하면 문을 여닫는데 쓰이는 '경첩'이다. 곧 세상과 교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라는 의미를 담고있다. 현재 전세계에서 250여 명의 추기경이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인인 유흥식 추기경도 그중 한 명이다.

유흥식 추기경을 바티칸으로 불러들여 발탁한 사람 프란치은스코 교황이다. 그는 밝은 성격의 유흥식 추기경에게 '웃는 추기경'이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당신의 밝은 웃음으로 교황청을 가족적인 분위기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1년 6월 11일 유 추기경을 한국인 성직자로는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임명했고, 2022년에는 역대 4번째 한국인 추기경으로 서임했다.

바티칸에는 전 세계 각국의 문화적 특징을 살린 성모상들이 모여있는 특별한 정원이 존재한다. 유흥식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설득하여 한국 성모상 설치를 추진했다. 2024년 심순화 작가의 작품으로 12번째 성모상인 '평화의 한국 성모 성화'가 설치됐다. 한국적인 특징을 살려서 한복을 입은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모습을 모자이크 양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바티칸은 긴 역사만큼이나 수많은 기록과 자료의 보고다. 바티칸 도서관에는 교회 관련 자료는 물론이고 국가간의 수많은 외교문서와 서류, 문화유산들이 보존되어있다.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편지에서부터, 1333년경 교황이 고려 국왕에게 보낸 서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성경인 복음서가 쓰인 3세기 파피루스 등도 존재한다.

단테의 <신곡> 필사본도 도서관에서 보관 중이다. 인류 문학사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신곡>은 7일간에 걸친 지옥과 연옥, 천국 여행기를 담고 있다. 특히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비판하여 다양한 형태의 지옥을 묘사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신곡>의 구체적인 지옥 묘사와 세계관은 대중들에게 지옥에 대한 두려움을 일깨우며 오히려 신앙심을 일깨우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 위치한 조각상이다. 성모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를 무릎에 안고 비통해 하는 모습을 구현했다. 이탈리아어로 피에타(Pietà)는 비탄이나 슬픔, 자비를 의미한다. 미켈란젤로는 일부러 예수의 크기를 조절하여 엄마의 품에 안긴 아이같은 모습으로 절절한 비극성을 더 부각했다. 법학자 한동일은 "피에타는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바티칸을 대표하는 교황은 '신의 대리인'으로 불리우며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지만, 한편으로 역사에서는 오랜 세월 정치와 권력싸움의 중심에 있었다. 종교가 세상을 지배하던 시대에 교황이 통치하는 교황령은 사실상 일반적인 유럽 군주 국가와 다를 것 없는 막대한 권력을 행사했다. 세속적이고 탐욕스러운 행보, 권력 투쟁과 폭정 등으로 역사에 오점을 남긴 교황들도 있었다.

평화의 상징

오늘날 바티칸은 오욕의 역사를 벗어나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전세계의 정상들이 바티칸에 모여 교황에게 전쟁의 불가피성을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교황청은 단호히 전쟁 반대에 대한 입장을 고수하며 각국 정부에 평화를 호소했다. 최근의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평화는 가능합니다. 평화는 의무입니다. 평화는 모든 사람의 우선적인 책임입니다"라고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이다. 개혁적인 성향과 소탈한 성격으로 유명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88세의 고령에도 교황으로서의 소명과 일정에 충실하기 위하여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인물이었다. 12명의 에이즈 환자를 만나 직접 그들의 발을 씻겨준 일화는 유명하다. 심지어 교황은 건강이 악화되었을 때도 사람들과 함께 하기 위하여 입원 시기까지 미뤘을 정도였다.

보통의 나라들은 국가 원수가 위독하거나 유고 시에는 정치적 파장을 고려하여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하지만 바티칸은 국가 원수인 교황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한동일은 과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파킨슨병에 걸려 투병하던 모습까지 공개했던 사례를 거론했다. 당시 "저런 모습까지 보이는게 맞을까" 의구심을 갖던 한동일에게 "그런 교황의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는다"는 이탈리아 지인들의 이야기가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다고.

한동일은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얼마나 기능적이었나 생각하게 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아픈 모습을 공개한 이유도 그거다.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교황의 모습을 통하여 당신의 마지막을 생각해보라'고 마지막 수업을 하는 것"이라면서 "영적인 스승으로서 교황의 모습이 큰 희망과 위로가 되었다. 감사하다"라며 교황을 향한 존경심을 전했다.

'천재'의 기준은 무엇일까. 천재를 뜻하는 영어 지니어스(Genius)의 어원은 본래 '수호신'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고대 로마인에게 천재란 탁월하고 창조적인 재능보다는 과거의 것을 탐구하여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에 가까웠다. 천재가 독창적인 존재를 뜻하는 의미로 바뀐 것은 근대 이후부터다.

건축가 유현준은 천재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정의하며 기발한 상상력을 유명했던 이론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예로 들었다. "남들이 볼 때는 '저런 상상을 왜 하지?' 싶지만, 바로 그런 것들이 천재들의 공통점이 아닐까"라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김상욱은 "상상력의 근원은 노동"이라는 리처드 파인만의 어록을 인용하며 "보통 천재는 정답을 바로 찾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파인만은 '천재는 이게 정답인 줄 어떻게 알았을까?'라고 묻는다. 천재라서? 아니다. 남들이 안볼 때 이미 100가지 가능성 중 99개를 다 시도해보고 하나의 답을 찾아낸 거다. 천재도 다 노력이라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한동일은 천재들의 숨은 노력과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사회 풍토를 지적했다. "누군가의 결과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태도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천재도 엄청난 반복과 실패를 겪고 나오는 건데, 결과물을 냈을 때 그 안에 녹아든 시간과 투자한 노력을 함께 보려는 시각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로마 외곽에 위치한 체스티우스의 피라미드 뒤편 숲속에는 '비가톨릭 신자 묘지'가 있다. 가톨릭 신자가 아닌 개신교, 무신론자들이 이곳에 안장되기 시작하며 오늘날에는 포용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자유를 추구했던 영국의 유명 시인 존 키츠, 퍼시 비시 셸리 등의 무덤도 이곳에 있다.

잡학박사들은 본인의 묘비에 기록될 문구를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유현준은 '세상을 화목하게 하려 했던 건축가'라는 문구와 함께 "비가 내리면 물이 담기는 그릇에 만들어서 글자를 읽으려고 허리를 숙인 사람의 얼굴이 물 위에 비쳤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안희연은 "단 한 권의 책, 단 한 페이지, 단 한 줄의 문장, 단 하나의 단어, 마침내 백지 안으로 걸어 들어간 사람, 여기에 잠들다"라고 쓰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안희연 "이렇게 죽음의 장면을 상상해 보는 게 너무 좋은 것 같다. 마지막을 준비했던 교황의 삶처럼, 인간이 살아있을 때 죽음의 모양을 상상해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조금씩 그곳(사후)에 가까워지고 있는 거라면, 나의 죽음을 어떻게 완성해 갈 것 인가에 대해서 생각하는 과정이, 우리의 삶을 채워나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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