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또 축구천재 내려왔다

박린 2026. 7. 23.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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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예건. 아직 18세지만 뛰어난 기량을 선보여 K리그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장정필 객원기자


“예건 벨링엄!”

23일 전북 완주군 전북 현대 클럽하우스. 인터뷰 중이던 김예건을 향해 수비수 박지수가 이렇게 외쳤다. 최근 K리그 무대에 강렬하게 등장한 2008년생 초신성 김예건과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주드 벨링엄을 합한 애칭이다.

김예건은 지난 11일 울산 HD와의 ‘현대가 더비’ 후반 33분 원더골을 뽑아냈다. 키 1m70㎝의 김예건은 자신보다 15㎝나 큰 토마스를 끝까지 쫓아가 공을 뺏은 뒤 전진 드리블을 쳤다. 주발이 아닌 왼발로 때린 중거리슛을 골대 오른쪽 구석에 꽂았다. 몸을 날린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도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김예건은 두 팔을 벌린 채 마치 골을 예견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벨링엄의 전매특허 세리머니였다. 김예건은 “북중미 월드컵에서 벨링엄이 공수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형들이 팬들 앞으로 밀어줘 해봤다”며 씨익 웃었다.

앞서 김예건은 이달초 프로 데뷔전이었던 강원FC전에서도 ‘팬텀 드리블’을 선보였다. 공을 반대쪽 발에 옮긴 뒤 ‘유령’처럼 순식간에 2명을 제쳤다. 김예건은 “초2 때 메시와 이니에스타 영상을 보며 익힌 기술”이라고 했다.

프로 데뷔 단 2경기, 합산 출전시간 27분만에 데뷔골을 뽑아낸 김예건은 지난 13일 구단 사상 처음으로 고교생으로 정식 프로계약을 맺었다. 전주 영생고 3학년인 그는 2008년 8월생으로 다음달에야 18세가 된다.

앳된 얼굴에 작은 체구인 김예건은 “(이)승우 형과 샤워할 때 키를 재봤는데 제가 더 컸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그라운드에 들어가면 쫄지 않는다. 상대가 크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며 “밀리지 않으려고 코어 운동을 한다. 메시가 커다란 공을 활용해 버티는 훈련 영상도 찾아봤다”고 했다.

팬들을 매료 시킨 건 백패스 대신 어떻게든 공을 전진 시키려는 모습이다. 실패하더라도 계속 부딪히는 모습에서 청춘이 느껴진다. 김예건은 “라민 야말(19·스페인)은 도전을 많이 한다. 자신있게 시도를 많이 해야 멋진 장면도 나온다”는 소신 발언 했다.

전북에서 등번호 73번을 단 김예건. 17세 이하 대표팀 시절 맞붙어본 리오 은구모하가 리버풀에서 달고 있는 번호와 같다. 장정필 객원기자

축구계에서는 제2의 이강인(25)이 등장했다는 찬사가 나온다. 양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모두 소화하는 데다, 어린 시절부터 화려한 드리블로 ‘축구신동’이라 불린 점도 닮았다. 김예건의 어릴적 유튜브 영상은 1000만뷰가 넘을 만큼 화제였고, 네이마르에 빗대 ‘예이마르’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강인은 정교한 기술로 수비를 벗겨낸 뒤 공격적인 패스와 크로스를 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김예건은 “저는 좀 더 공격적으로 돌파하려 한다”고 했다.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한국-우루과이전 당시 김예건은 매치볼 키드로 나서 경기구를 전달하고 이강인과 인사를 나눈 인연도 있다. 김예건은 “스페인에서 자란 이강인 선수를 다시 만난다면 해외팀이 요구하는 역량과 스타일, 문화를 꼭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김예건은 초6 때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입단 테스트 제의를 받았지만 코로나19 탓에 무산됐다. 손흥민, 배준호이 속한 글로벌 에이전시(CAA 베이스)와 계약을 맺은 김예건은 “언젠가 유럽에서 뛰는게 목표”라고 했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 초신성 김예건. 장정필 객원기자


‘한국축구 절망에 빠지면 하늘에서 천재를 내려준다’는 말이 있다. 17세, 19세 대표팀을 거친 김예건이 이름(밝은 ‘예’, 세울 ‘건’)처럼 한국축구를 미래를 밝게 세워가고 있다. 김예건은 “언젠가 이강인 선수와 한 그라운드에서 뛴다면 재미있고 신날 것 같다. 4년 뒤 월드컵을 뛰는 게 꿈”이라고 했다.

완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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