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리뷰] ‘안나푸르나’ 알지, 한발 내딛기가 제일 어렵단 걸

정진영 2023. 6. 14. 05:1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나푸르나' 스틸. (사진=시네마뉴원 제공)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꿈을 꾸기에 사랑스러운 게 사람 아닐까.

‘안나푸르나’는 어느 봄날 등산을 가기 위해 만난 두 남자의 시시껄렁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대화를 담은 영화다.

얼마 전 제대한 후배 선우(차선우)와 함께 북악산 등산길에 오른 강현(김강현).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꿈꾸는 강현은 선우에게 등산의 매력을 이야기하기 시작하고, 대화는 자연스레 두 사람의 지난 관계들로 이어진다.

작품에서 안나푸르나는 은유로 사용된다. 그것은 늘 가슴 속에 품고 살지만 미처 시도해 보지 못 했던 꿈일 수도 있고, 잘해보려고 했으나 좋은 결말을 맺지 못한 관계일 수도,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관계를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안나푸르나' 포스터. (사진=시네마뉴원 제공)

영화에서 주로 안나푸르나는 강현과 선우의 지난 관계들에 빗대어진다. 두 사람 모두 호감을 가진 상대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아직 서툴다. “나한테서 부탁해서 안 되는 일 있어? 다 돼, 다 돼”가 습관인 강현은 원치 않게 자꾸만 여성들에게 어장관리를 당한다. 회피형 인간인 선우는 만남부터 이별까지 뭐 하나 자기 입으로 먼저 얘기하는 게 없다.

그럼에도 지난 관계들이 모두 힘들고 괴롭기만 했던 건 아니다. 때론 길을 잃어 헤맬지라도 어떨 때엔 크게 웃었고, 어떨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하기도 했다. 산의 정상을 향해가는 과정이 힘들지라도 나무 그늘 밑에서 느끼는 바람에 땀을 식히고 곧 정상이라는 표지판에 희망을 갖는 것과 비슷하다.
'안나푸르나' 스틸. (사진=시네마뉴원 제공)

'안나푸르나' 스틸. (사진=시네마뉴원 제공)
감독은 강현과 선우,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오르락내리락 했던 지난 관계들을 돌이켜 보고, 그럼에도 멈추지 말고 나아가자고 관객들을 위로한다. 김강현과 차선우는 자신의 이름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정도로 자연스러운 연기 호흡을 보인다. 두 사람의 대화가 마치 실제 경험담처럼 느껴질 정도다.
'안나푸르나' 스틸. (사진=시네마뉴원 제공)

전작인 ‘구직자들’과 ‘썰’에서 구직난, 청년실업, 사이비종교, 하류인생 등 다소 무거운 텍스트들을 특유의 가볍고 재치 있는 화법으로 풀어낸 황승재 감독은 이번 ‘안나푸르나’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다소 냉소적이고 냉철했던 전작들과 달리 따뜻하게 이어지는 대화의 호흡이 특징이다.

전체 관람가. 72분.

정진영 기자 afreeca@edaily.co.kr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