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돕지 않는 설날은 없어... 설거지는 전담해야

이혁진 2026. 2. 17.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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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설날 연휴 보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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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기자]

 설날 떡만두국
ⓒ 이혁진
설날은 조상을 기리는 명절이지만 아내는 한숨부터 내쉬는 고역의 날이다. 그간 지켜온 관습과 전통에 눌려 몸이 먼저 반응하면서 준비하는 아내의 수고로움을 곁에서 지켜보는 남편의 마음은 안쓰럽다.

설 명절을 맞아 많은 사람이 해외로 놀러 간다고 마치 아내를 약 올리는 뉴스가 연일 들리니 아내 심정은 오죽하랴 싶다.

내가 명절 준비를 도와준다고 하지만 아내가 바라는 건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하는 심정이다. 나라도 명절을 없애주고 싶다.

그러나 희망이 그렇다 하더라도 집안에 어르신이 계시고 결혼하는 자식들이 있어 이때가 아니면 언제 만나고 가족이라는 걸 확인하고 배울 수 있나 싶다.

아내의 손길은 설날 일주일부터 부산하고 마음은 그 이전부터 시작돼 스트레스는 높아진다. 명절 준비를 혼자 하다시피 하는 아내를 내가 돕지 않으면 안 된다. 아내는 차라리 하지 않을망정 한다면 제대로 하는 성정이어서 더욱 괴롭다.
 굴무침
ⓒ 이혁진
은퇴 이후 정리하지 못한 것 중 하나가 명절과 제삿날 행사다. 축소한 것이 설날, 추석, 어머니 기일제사이다. 아내는 이를 40여 년을 뒷바라지했다.

올해는 특히 병치레하는 나를 배려해 차례상을 차리지 않았다. 아버지도 양해했다. 그러나 설날 상에 떡국만 올릴 수 없는 노릇, 평소와 다른 몇 가지 설날 음식을 마련했다.

우리 동네 시장은 중국동포들이 많이 찾아 설날 기분이 제법 난다. 이들과 섞여 장을 보니 설날 음식을 한 두 개 더 구입하게 된다.

집 살림을 돕는다고 해도 <은살남 : 은퇴 후 살림하는 남자>이 진짜 실력을 발휘할 때가 명절이다. 집에 오가는 사람 별반 없어도 치우고 치워도 쌓이는 설거지를 돕는 것이다.

평소에도 설거지를 하지만 명절에 설거지 걱정은 전혀 하지 말라고 미리 말해주면 아내의 스트레스의 반은 해결되는 것 같다.

오늘도 설날 아침상을 물리면서 설거지를 시작했다. 싱크대에는 엊그제부터 쌓인 설거지까지 한가득 담겼다. 설거지 무더기가 장난이 아니다.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아내가 오랜만에 웃는다. 이러한 표정은 편하고 즐겁다는 신호이다. 아내는 안보는 것 같아도 내 설거지 하는 일거수일투족과 소리를 듣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평소보다 더 깨끗이 닦으면서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도 뒤에 눈이 달려서 아내가 뒤에서 나를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끝나면 아내가 힐긋 검사하는 것도 대비했다.
 설날 설거지
ⓒ 이혁진
집살림을 거들어보지 않은 남편들은 아내의 명절 고충을 이해할 수 없다. 설거지만 제대로 도와줘도 아내는 한시름 놓는다. 깨끗한 싱크대에서 음식을 장만하는 아내의 기분도 새삼 달라진다.

이렇게 아내와 살림을 분담하면 아내는 쑥스럽게 과분한 칭찬을 퍼붓는다. 그 덕분에 설날 연휴도 시간이 잘 간다.

한 지인이 필자의 설날 일상을 전해 듣더니 "장차 인공지능이 설날을 대하는 우리 마음과 태도를 분석하고 설날을 대신 쇠는 날이 곧 도래할 것이다"라고 말해 웃었다.

가만 생각하니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을 감안하면 그럴 만도 하다. 필경 아내도 명절 때 인공지능의 출현을 기대할 것이다.
 설날 밥상에 오른 동치미
ⓒ 이혁진
나이가 드니 설날 차례상을 건너뛰는 것이 익숙하지 않지만 아내에게 조금 손을 덜어주니 마음은 가볍다. 흔히 오가는 덕담처럼 설날 명절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돼야 한다.

올해는 지난달 손자가 태어나 이번 설에는 아들만 어제 집에 잠깐 들러 할아버지께 세배를 드리고 갔다.

단출한 설날, 오늘 아침 아버지께 세배를 드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 group 》 시니어그룹 : https://omn.kr/group/senior_2024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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