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짜리 주식을 67만원에…고려아연, 파격적 유증 결의

/사진 제공=고려아연

고려아연이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최근 경영권 분쟁으로 줄어든 유통 수량을 늘리고 시세 보다 낮은 가격에 개인 주주들이 주식을 취득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명분일 뿐 사실상 임직원을 주주로 모시기 위해서다. 우리사주조합이 신주 취득 시 향후 주주총회에서 약 3%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은 주식 취득에 따른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법에서 정한 최고 한도로 할인율을 적용했다.

이례적 일반공모 증자 배경은

고려아연은 30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신주 373만2650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는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소각대상 자기주식 204만30주를 제외한 총 발행주식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공모 방식은 일반공모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신주를 모집해도 기존 주주에게 먼저 배정한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반해 고려아연은 전량 일반인에게 풀고 일부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한다. 올초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식발행 관련 문구를 재정비하면서 '관계 법령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원에 대하여 신주를 배정한다'는 일반공모 관련 내용을 정관에 기재했다. 이에 근거해 이번 일반공모를 진행하게 됐다.

현재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보유한 의결권 기준 지분은 약 43.9%다. 반면 최윤범 회장 일가와 베인캐피탈의 의결권 지분은 약 19%다. 최 회장 측 우호 지분 20%를 더해도 MBK파트너스 연합이 앞선다. 이에 시장에선 최 회장 측이 의결권을 더 모으기 위해 고려아연의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매각하는 시나리오를 점쳤다.

그러나 6개월 처분 제한 기간 때문에 당장 매각이 어렵고 배임행위 우려도 있다. 이에 신주 발행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자사주 매각과 동일하게 우리사주조합원을 활용할 수 있고 리스크도 적다.

자본시장법상 우리사주조합원에 배정할 수 있는 물량은 최대 20%다. 이를 감안해 고려아연은 모집수량의 20%인 74만6530주를 임직원이 우선 취득하게 할 방침이다. 만약 미달 없이 목표한 수량이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다면 지분 3.4%(발행 신주 고려)의 의결권을 보탤 것으로 추산된다.

신주 배정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돼 MBK파트너스 연합의 의결권 지분율도 35.8%로 줄어들 전망이다. 같은 조건으로 계산하면 최 회장 측과 특수관계인 의결권 지분도 15.9%로 하락한다.

법상 최대치 '30%' 할인…파격 조건

이번 고려아연 증자에서 주목할 점은 기준주가에서 30%의 할인율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최근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진행한 사례를 보면 샤페론 25%, 에스디바이오센서 5%로 각각 할인율을 적용했다.

증권의 발행 및 공시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청약일전 과거 제3거래일부터 제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주가를 기준주가로 정하고 일반공모 증자의 경우 여기에 30% 이내에서 더 깎을 수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종가 113만8000원 △10월 23일 종가 87만6000원 △10월 22일 종가 87만4000원의 평균치 95만6116원을 기준주가로 보고 여기에 30% 할인율을 적용해 신주 발행가액을 67만원으로 정했다. 이는 MBK파트너스가 처음 제안한 공개매수 가격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우리사주조합원의 주식 취득 부담을 낮춰주는 동시에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일반 주주를 유인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현재 고려아연이 100만원이 넘는 시세에 거래되는 것을 감안할 때 증자 참여로 얻게 될 시세 차익이 상당할 전망이다.

고려아연 측은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적대적 M&A를 방지하고 임직원과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 보호함으로써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