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펄 시스터즈를 한 번쯤 떠올리게 되죠.
둘 중 언니였던 배인순을 다들 기억하시나요?
무대 위에서는 밝고 힘 있게 노래하는 사람이었고, 그 시절 그녀의 목소리는 한 시대의 흐름을 바꿨죠.
하지만 그녀의 삶은 노래처럼 밝게 흘러가지는 않았대요.

배인순은 돌연 동아그룹 최원석 당시 회장과 결혼을 발표했습니다.
겉으로 보면 화려하고 행복했을 것 같지만, 그녀는 결혼 생활 탓에 인생이 망가졌다고 할 정도로 힘들었대요.

집 안에는 비서들이 상주하고, 남편이 출근하는 아침마다 비서들과 고개 숙여 인사했다고 하죠.
그녀는 사람들이 모이면 남편을 '회장님’이라 불렀고, 둘이 있을 때도 편안하지 않았다고 회상했습니다.
신혼의 감정이 자리 잡을 틈이 없고, 생활은 회사 조직 같은 질서 속에서 이어진 거예요.

그중에서도 배인순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는 부분은 시집살이예요.
늘 혼나는 것도 모자라, 시어머니는 화가 났을 때 일부러 파란 소파를 보고 “까맣다”고 말했대요.
그녀가 “파란색이에요”라고 정정하면, 혼낼 수 있기 때문이었죠.
마치 화풀이 대상처럼 며느리를 대했던 거예요.

또한 시어머니의 감정이 불편해지면 시댁으로 바로 호출이 들어오기도 했다는데요.
그녀는 “왜 그러냐”라고 따지는 대신, “죄송해요”라며 무릎을 꿇고 늘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배인순은 늘 ‘어떻게 조용히 지나갈까’만 생각했던 거죠.
숨 막히는 시간이 이어진 만큼 몸이 먼저 반응했대요.
그녀는 시댁 근처만 지나가도 가슴이 뛰고, 그 동네만 봐도 마음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올라온다고 해요.
그만큼 긴장과 두려움이 깊게 쌓였던 거죠.
2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결국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혼 이후에 배인순은 집 밖으로 나가질 않았대요.
아이들 생각 때문에 겨우 일상을 이어가지만, 마음이 회복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던 거예요.
그럼에도 배인순은 어느 순간부터 시어머니를 미워하는 마음보다 이해하는 마음이 더 남는다고 말해요.

"그분도 외로움 속에서 어쩌면 방법을 몰랐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가수가 아니라, 재벌가 며느리가 아니라, 그저 한 사람이 된 배인순의 이야기.
그녀의 시간들이 안쓰럽게 다가오네요.

이 콘텐츠는 뉴스에이드의 제휴사 콘텐츠로서 운영 지침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