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모인데 웬 '체외충격파'…국민 의료비 갉아먹은 과잉진료

20대 A씨는 지난달 어깨 탈구 등으로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정형외과 의원을 찾았다. 의사는 "수술하지 않아도 나을 수 있다"며 그를 입원 시켰다. 어깨만 아팠는데도 별다른 설명 없이 그 외 부위를 포함한 '전신 치료' 명목으로 체외충격파 치료를 5번 시행했다. 뒤늦게 A씨가 받아든 청구서 비용은 270여만원이었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각종 비급여 주사 치료도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어깨 상태가 호전되지 않은 A씨는 이곳을 퇴원해 대학병원으로 옮겨갔다. 진료 내역서를 본 담당 의사는 깜짝 놀라면서 "여기엔 체외충격파를 해도 효과가 없다"라고 했다. 결국 그는 뒤늦게 수술대에 올랐다. A씨는 "치료 시기도 놓치고, 돈도 낭비했다"면서 "의원에서 실손 보험금 때문에 진료 서류 내용도 마음대로 작성하길래 놀랐다"고 말했다.
체외충격파 실손 보험금 지급, 3년 새 800억원 급증
근골격계 질환에 적용하는 비급여 치료인 체외충격파의 '과잉 진료'가 국민 의료비를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비싼 가격을 매기는 걸 넘어 마구잡이 시행, 진료 내역 조작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체외충격파로 지급된 실손 보험금도 3년 새 80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7일 중앙일보가 5개 손해보험사(메리츠·삼성·현대·KB·DB)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체외충격파 치료에 지급된 실손 보험금은 2021년 3160억원에서 2024년 3940억원으로 꾸준히 늘었다. 또한 지난해 1~9월 체외충격파 실손 보험금(대형 손보사 2곳 기준)은 2024년 1~9월과 비교했을 때 1~3차 의료기관 모두 5~35.4% 늘었다. 의원, 상급종합병원 가릴 것 없이 체외충격파 진료가 증가했다는 걸 보여준다.
어깨 아픈데 '전신 치료' 300만원 청구, 효과는 없었다
골관절염·족저근막염 환자 등에 적용하는 체외충격파는 말 그대로 몸 밖에서 충격파를 가해 통증 감소, 기능 개선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가운데, 의학적 필요성을 훌쩍 넘어선 사례가 이어진다. 의료기관이 비용 부담이 적은 실손보험 가입자 등에게 불필요한 진료를 부추기는 식이다.

"관행처럼 굳어져" "신경차단술과 세트로 권해"
C씨(28)는 탈모 증상이 있어 서울의 한 병원에서 두피 주사, 피부 마사지 등을 받았다. 하지만 이 병원은 B씨 진료 서류에 시행하지도 않은 체외충격파 등을 받은 것으로 기재했다. 보험금 때문에 근골격계 치료 목적으로 둔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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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급여에서도 제외…건보·실손 누수 부추겨
이런 과잉 진료가 누적되면 결국 환자 부담을 늘릴 뿐 아니라 건강·실손보험 양쪽의 재정 누수로 이어진다. 정부는 지난해 2차 의료개혁 실행방안 등으로 비급여 적정 관리에 나섰지만 갈 길이 멀다.
지난해 12월 열린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에선 환자가 도수치료·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방사선 온열치료를 이용할 때 '관리급여'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들 3개 비급여엔 고무줄 진료 대신 통일된 가격·기준이 매겨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선 검토 후보군 중 하나였던 체외충격파는 의료계 반발 속에 제외됐다.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당장 관리 대상이 될 가능성은 작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체외충격파의 연간 진료비 규모(2024년 3월 보고 기준)는 약 8400억원이다. 관리급여 대상과 비교하면 도수치료(1조4496억원) 대비 적지만, 신경성형술(2244억원)·온열치료(996억원)보단 훨씬 많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체외충격파 같은 비급여 진료에서 의사·환자 등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커지면서 건보와 실손 재정을 깎아 먹고 있다. 이는 선량한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인상 등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면서 "급여·비급여 진료를 섞어 하는 병행진료를 통제하는 등 과잉 비급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종훈ㆍ채혜선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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