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봇고 교장입니다, 왜 굳이 '새로운 특목고'입니까

오성훈 2025. 9. 5.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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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AI 인재 육성 특목고를 지방에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제99과제는 "과학고·영재학교·마이스터고를 중심으로 AI 인재를 조기 발굴·육성"하고, "AI 중점학교를 확대한다"라고 못 박고 있다.

물론 마이스터고만으로는 AI 인재 수요 전체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미 전국에 고르게 분포된 마이스터고를 업그레이드하면, 지방 청년들도 굳이 서울로 오지 않고 양질의 AI 교육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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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대통령 "지방에 AI 인재 육성 특목고" 검토 지시했지만 기존 마이스터고 활용이 훨씬 효과적

[오성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9차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5.9.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4일 대통령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AI 인재 육성 특목고를 지방에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얼핏 반가운 소식 같지만, 곱씹어보면 걱정이 앞선다. 왜 굳이 '새로운 특목고'일까.

우리 사회에서 특목고라 하면 대부분 과학고를 떠올린다. 과학고는 뛰어난 학생을 뽑아 수월성을 키우는 학교지만, 졸업 후 산업 현장으로 곧장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의대 진학 비율이 높아 사회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말한 특목고는 과학고만을 뜻하는 것일까, 아니면 산업 현장과 직결된 마이스터고까지 아우르는 말일까.

법은 이미 길을 열어두었다

사실 마이스터고는 법적으로 이미 특목고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0조는 이렇게 규정한다.

교육감은 특수분야의 전문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를 특수목적고등학교로 지정·고시할 수 있다.

여기에 산업수요맞춤형 고등학교, 곧 마이스터고가 포함된다. 새로운 간판을 달지 않아도, 제도는 이미 존재한다.

정부 계획에도 같은 답이 있다

이재명 정부의 공식 문서도 이를 뒷받침한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제99과제는 "과학고·영재학교·마이스터고를 중심으로 AI 인재를 조기 발굴·육성"하고, "AI 중점학교를 확대한다"라고 못 박고 있다. 결국 새 학교를 세우는 대신, 기존 마이스터고를 AI 특화로 강화하면 된다는 얘기다.

현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내가 공모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서울로봇고등학교를 보자. 로봇설계·로봇제어·로봇소프트웨어·로봇정보통신 네 개 학과에서 학생들이 직접 로봇을 설계하고 제작하며 현장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기술을 익힌다. 졸업생들은 로봇 및 AI 관련 기업, 삼성전자, DB하이텍, 한국항공우주산업, LH 같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당당히 일하고 있다.

한 학생은 "인문계의 치열한 경쟁 대신 로봇을 택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졸업생은 KF-21 전투기 조립 현장에서 "국가 핵심 산업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이 크다"라고 전했다. 이 짧은 고백 속에는 마이스터고가 열어주는 새로운 진로와 삶의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재 전국 57개 마이스터고 중 상당수가 이미 AI·로봇·소프트웨어 분야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이 학교들을 지역 특성에 맞게 업그레이드하면, 새 학교 설립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새 특목고를 짓는 데는 부지와 교사 충원까지 300억 원 이상과 3~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기존 마이스터고의 AI 특화 전환은 학교당 30~50억 원, 1~2년이면 충분하다. 새 집을 짓기보다, 지금 있는 집을 고쳐 쓰는 편이 더 빠르고 실속 있는 셈이다.
 서울로봇고등학교 로봇제어과 소개 사진
ⓒ 서울로봇고등학교
보완책도 필요하다

물론 마이스터고만으로는 AI 인재 수요 전체를 감당하기 어렵다. 기초 연구와 이론적 탐구를 위해 과학고·영재학교의 역할도 여전히 중요하다. 또 일부 마이스터고는 교사 전문성이나 장비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해법은 있다. 정부가 산업 전문가를 겸임교사로 채용하고, 대학·기업과 장비를 공동 활용하는 제도를 강화하면 된다. 현장과 연결된 교육은 그렇게 힘을 얻는다.

간판보다 중요한 것

AI는 연구실 안에서만 성장하지 않는다. 공장에서 로봇을 다루고, 스마트팜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드론으로 국가 안보를 지키는 기술자들이야말로 AI 시대의 핵심 인력이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목표도 마이스터고 활용이 훨씬 현실적이다. 이미 전국에 고르게 분포된 마이스터고를 업그레이드하면, 지방 청년들도 굳이 서울로 오지 않고 양질의 AI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나는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특목고 신설이 아니라, 기존 직업교육 시스템의 혁신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간판보다 중요한 건 그 학교에서 아이들이 어떤 미래를 배우느냐다. 지역 청년의 삶을 바꾸는 학교, 그것이 진짜 미래교육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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