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바꾼 뒤 호투 펼친 더거… 선발 ERA 9위 SSG에 힘 실어줄까
모든 걸 바꿨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SSG 랜더스 투수 로버트 더거(29)가 반등의 실마리를 찾았다.
더거는 1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3피안타 1사사구 3탈삼진 1실점했다. 5-1로 앞서던 6회 교체됐고, 구원진이 동점을 허용해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다. 하지만 팀은 7-5로 승리했고, 더거도 웃을 수 있었다. 경기 뒤 만난 그는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팀이 이겨 좋다"며 "한 이닝 더 던지고 싶었지만, 자신감을 얻은 느낌으로 마무리한 것도 괜찮다"고 했다.
무엇보다 투구 내용이 좋았다. 81개를 던졌는데 주무기 투심을 비롯해 대다수의 공이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했다. 스트라이크 55개, 볼 26개. 특히 낮은 코스의 공이 상당히 잘 들어갔다. 주자를 내주더라도 흔들리지 않았다. 더거는 "구종을 신경 쓰지 않고 스트라이크 존에 최대한 많이 넣으려고 했다. 볼넷이 많아 출루를 많이 내줘 결과가 안 좋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더거는 시범경기 전까지만 해도 기대를 모았다. 메이저리그 경력도 있고, 트리플A에서도 29경기 7승 10패 평균자책점 4.31을 찍었다. 타고투저인 퍼시픽코스트리그에서 거둔 성적이라 KBO리그에서도 성과를 낼 것으로 보였다. 미국 전지훈련 때도 상태가 좋았다.
하지만 시범경기부터 급격히 나빠졌다. 지난 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는 3이닝 14실점하며 KBO리그 역대 최다 실점 타이를 기록했다. 더거 자신도 "내 커리어 사상 최악의 피칭”이라고 돌아봤다. 중계화면엔 슬픈 눈을 한 더거의 모습이 잡혔다. 다음 경기에서도 KT 상대로 1이닝 4피안타 4실점했다.
배영수 SSG 투수코치는 "세밀한 핀 포인트 제구를 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KBO리그에선 충분히 더거의 볼로도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데 무브먼트를 많이 주려 해서 조정했다"며 "선수와 대화를 통해 변화를 줬다"고 했다. 더거는 "완벽하게 던지려다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낳았다. 주변에서 너무 완벽하려 하지 말고 공격적으로 던져보라 했다"며 "울려고 한 건 아니다. 조금 지쳐 있었다. SSG가 나를 왜 데려왔는지를 생각하며 회복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SSG 구단 관계자는 "더거의 낮은 패스트볼이 ABS에서 스트라이크가 되지 못했다. 이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이숭용 SSG 감독도 더거와 포수 이지영에게 모든 걸 맡겼다. 아직까지 배터리 호흡이 완벽하진 않지만, 점점 나아지는 모습이다. 타자들도 초반에 대량득점해 더거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더거는 "점수가 많이 나 자신감을 얻었고, 더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었다"고 했다.
한국 생활에도 만족하고 있다. 더거는 "한국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곳이 많아, 아내가 편하게 아이를 보고 있다"고 했다. SSG는 팀 평균자책점 9위(6.08)다. 3위(14승 9패)를 달리고 있지만, 불안한 이유다. 선발승은 6승인데 김광현 혼자 3승을 거뒀다. 위기를 넘긴 더거가 힘을 내준다면 이숭용 감독의 고민도 해결될 수 있다.
인천=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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