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계열사 유증’ 잦은 이유 있었네

최창원 매경이코노미 기자(choi.changwon@mk.co.kr) 2026. 4. 2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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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조선 ‘실적 전성기’ 이끌지만…

한화그룹(이하 한화)이 방산과 조선을 앞세워 ‘실적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은 60조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재무 상태는 예상보다 빡빡한 상태다. 분명 외형은 커졌지만, 그 성장의 대가로 현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서다. 최근 계열사 유상증자가 잇따르는 배경 역시 단순한 투자 확대가 아니라 이미 현실화된 ‘현금 부족’을 메우기 위한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는 미국 태양광 밸류체인 구축, 방산·조선 생산능력 확충, 관계사 출자 등 대규모 투자를 동시에 밀어붙이면서 영업현금흐름(OCF, 잠깐용어 참조) 확대에도 불구하고 잉여현금흐름(FCF, 잠깐용어 참조)이 마이너스로 기록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23~2024년에는 연간 5조원 이상의 현금과부족이 발생했고, 2025년에도 약 3조원 규모의 ‘현금 구멍’이 이어졌다. 겉으로는 ‘확장 드라이브’지만, 내부적으로는 투자 청구서가 한꺼번에 몰리며 수조원 단위 현금 관리 부담이 본격화된 셈이다.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수석연구원은 “투자·운전자금(회사 영업에 필요한 자금) 소요 감안 시 현금흐름 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현금흐름 관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잘 벌어도 남는 돈이 없다

순차입금 어느새 30조원

한화는 요즘 돈을 못 버는 그룹이 아니다. 오히려 잘 버는 쪽에 가깝다. 숫자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한화의 에비타(EBITDA, 잠깐용어 참조)는 5조8557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4조539억원)과 비교하면 44.4% 증가다. 좀 더 직관적인 지표인 영업이익도 3조2708억원으로 전년 대비 60.2% 늘었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다. 벌어들인 돈보다 투자·유지에 쓰는 돈이 더 많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화가 설비투자에 쓴 돈은 4조8937억원이다. 여기에 운전자금 부담도 2조원 이상 불어났다. 결국 손에 남는 돈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화의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 1조6668억원이다. 2023년 마이너스 3조5822억원, 2024년 마이너스 6조1015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적자다.

돈이 부족해지자 차입도 빠르게 불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그룹 총차입금은 43조8761억원이다. 순차입금은 30조3989억원에 달한다. 202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실적은 좋아졌지만 빚 부담은 더 무거워진 셈이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가 순차입금 배율(순차입금/에비타)이다. 지난해 한화는 5.2배였다. 쉽게 말해 지난해 벌어들인 에비타를 전부 빚 갚는 데만 써도 5년 넘게 걸린다는 뜻이다. 보통 2~3배면 무난한 수준으로 본다. 4배를 넘으면 부담이 커졌다고 평가한다. 5배를 웃돌면 경계 구간으로 받아들여진다. 통상 신용평가사들이 개별 기업의 등급 하향 요인으로 제시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차입만으로 부족한 모습이다. 한화 계열사의 유상증자가 잦은 이유다. 2023년 이후 주요 유상증자 내역(신주 상장일 기준)을 살펴보면, 한화오션은 2023년 1조4970억원을 조달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2025년 2조9187억원 규모 자본 확충에 나섰다. 최근 한화솔루션 역시 당초 2조4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다가 주주 반발에 부딪히며, 1조8000억원 수준으로 축소해 자금 조달을 진행 중이다. 주요 그룹과 비교해도 한화 계열사의 유상증자는 빈도와 규모 모두에서 눈에 띄는 수준이다.

‘한화솔루션’ 신용등급 하향 압박

3년 만에 순차입금 7조 늘어

개별 계열사 중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펼치는 한화솔루션의 재무 부담이 가장 컸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한화솔루션의 순차입금은 약 7조원 늘었다. 2022년 4조9915억원이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12조2005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주요 계열사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크다. 막대한 투자의 결과물이다. 한화솔루션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 솔라허브 프로젝트(태양광 생산단지 프로젝트)에 3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투자 대부분이 차입으로 이뤄졌다.

문제는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한화솔루션은 2023년 5792억원 흑자에서 2024년 영업손실 300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고, 지난해는 영업손실 3648억원으로 적자폭이 더 확대됐다. 신사업 투자로 빚은 늘었는데, 벌어들이는 돈이 없는 꼴이다.

커지는 재무 부담에 한화솔루션은 지난 2년간 자산 매각과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 등 대규모 자구책을 시행했다. 구체적으로 전남 여수산업단지 내 유휴부지, 울산 사택부지, 신재생에너지 개발자산 등 1조60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했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서도 7000억원을 조달했다. 그럼에도 재무 부담은 여전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용등급은 하향 압력을 받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솔루션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순차입금 의존도와 에비타 대비 총차입금이 각각 30%, 4.5배를 지속 웃돌 경우, 회사의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긍정적)’로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순차입금 배율 3.5배를 기준선으로 잡고 있는데, 지난해 기준 한화솔루션의 순차입금 배율은 29~30배에 달한다.

결국 한화솔루션은 유상증자를 통한 급한 불 끄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한화솔루션은 4월 17일 정정 공시한 증권신고서에서 현재 진행 중인 유상증자(1조8000억원 규모)가 끝나면 순차입금 배율이 올해 말 5.9배로 떨어진다고 추정했다. 물론 이 역시 기준선을 웃돈다.

증권 업계는 신용등급 하향시 2028년 상반기 기준 차환 부담이 1조원 이상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방산·조선 ‘효자’ 맞지만…

4~5배 늘어난 CAPEX 부담

한화의 실적을 끌어올린 축은 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과 조선(한화오션)이다. 2021년 2771억원 수준이던 방산 영업이익은 지난해 1조9217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조선의 영업이익 변화는 더 극적이다. 2021년 1조7547억원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1조1676억원 영업이익으로 점프했다.

다만 이들 역시 현금 유출 부담은 있는 편이다. 방산과 조선은 대표적인 ‘선투자 산업’이다. 수주를 따내는 순간부터 돈이 들어오는 구조가 아니다. 설비와 인력, 원자재를 먼저 투입해야 한다. 특히 최근처럼 수주가 빠르게 늘어나는 국면에서는 오히려 현금이 더 빠르게 빠져나간다.

수치로도 나타난다. 방산 부문 CAPEX는 2021년 3193억원에서 지난해 1조2614억원으로 약 4배 불어났다. 조선 부문 CAPEX도 한화오션 인수 당시(2023년) 1330억원에서 지난해 6933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호황 사이클에 힘입어 수익성이 CAPEX와 운전자금을 훌쩍 넘어서고 있지만, 사이클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 사례도 경계심의 배경으로 작용한다. 2000년대 후반 조선 업종은 역대급 수주잔고를 기록하고도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예상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에 발목을 잡힌 탓이다. 금융위기가 터진 후 원가가 급등하자 납기 지연과 주문 취소가 줄을 이었다.

[잠깐용어]

*영업현금흐름과 잉여현금흐름

현금흐름은 ‘발생주의’가 아닌 ‘현금주의(현금이 들어온 시점 기준)’에 따라 회계 장부에 기록된다. 영업현금흐름(OCF)은 영업 과정에서 발생한 현금흐름을 의미한다. OCF가 마이너스라는 건 영업을 할수록 현금이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잉여현금흐름은 당장 융통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을 뜻한다.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면, 기업은 외부 차입이나 증자 등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진다.

*에비타(EBITDA)

에비타는 이자(Interest)·법인세(Tax)·감가상각비(Depreciation)·무형자산상각비(Amortization)를 빼기 전 이익이다. 쉽게 말해 기업의 ‘영업 자체에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감가상각처럼 실제 현금이 나가지 않는 비용을 제외하기 때문에, 기업의 사업 경쟁력을 확인할 때 활용된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7호(2026.04.29~05.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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