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서 이상하게 안봐요" 외벌이 6쌍중 1쌍은 아내가 돈 번다
#경기 성남의 중견기업에 다니는 박모(34)씨는 외벌이로 가계를 책임지고 있다. 2020년 말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올해로 외벌이 3년 차다. 가사는 주로 남편이 맡는다. 박씨는 “주변에서 이상하게 보진 않는 것 같다”며 “넉넉하진 않아도 살림을 꾸려나가 정도는 된다. 업무 부담이 있다 보니 출산은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은 쉬고 아내가 생업에 뛰어드는 아내 외벌이 비중이 늘고 있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난 데다 임금수준이 올라갔고, 남성만 ‘바깥일’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사라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벌이 17%는 아내가 한다
아내 외벌이 비중은 꾸준히 증가했다. 관련 통계를 처음 집계한 2015년만 해도 아내 외벌이는 13.6%(9만9907명)에 불과했다. 6년 새 아내 외벌이 비중이 3.1%포인트 늘었다. 2019년(16.1%), 2020년(16.3%) 등 해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6년 동안 전체 신혼부부 수가 147만명에서 110만명으로 37만명 줄면서 아내 외벌이 부부 숫자 자체는 줄었다. 모수가 감소한 영향이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성별 경제활동인구 변화를 보면 아내 외벌이가 증가하는 이유가 나타난다. 2015년 여성 경제활동인구는 1만1426명, 경제활동참가율은 51.9%였다. 2021년은 각각 1만2186명, 53.3%로 늘었다. 같은 기간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4.1%에서 72.6%로 감소했다.
아내 외벌이, 자녀 없는 집 더 많아
아내 외벌이 부부는 남편 외벌이나 맞벌이 부부보다 자녀가 없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으로 아내 외벌이 부부의 56%가 무자녀 가구다. 같은 해 남편 외벌이(36.8%), 맞벌이(50.4%) 부부에서 자녀가 없는 비율보다 높았다. 아내가 경제적 부담을 많이 질수록 자녀 계획은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이 때문에 여성의 사회진출은 늘었지만, 출산·양육 부담은 남편과 충분히 분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혜미 한양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여성 외벌이 비율이 올라갔다고 해도 아직 육아에 있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역할을 강요받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유아 단계뿐 아니라 초등학교까지도 돌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경력단절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자은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최근 진행한 ‘기혼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출산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혼여성이 취업 상태일 경우 미취업보다 자녀 수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경우엔 미취업 상태일 때와 비교해 자녀 수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지만, 민간기업에 근무하는 경우 자녀가 없거나 둘째 이상을 상대적으로 낳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여성의 경제활동 자체가 아니라 직장 유형 등에 따라 자녀 수에 차이가 나는 만큼 출산에 호의적인 공공부문에 준해 민간부문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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