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36시간 ‘승무원 수색전’… 정보자산 총동원 미국이 빨랐다

이가현 2026. 4. 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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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역사상 가장 대담한 작전”
F-15E 이어 A-10공격기도 격추
美 “방공망 무력화” 주장과 괴리
이란 남서부 상공에서 3일(현지시간) 미군 항공기가 수색 작전에 투입된 헬기 2대에 공중급유를 하고 있다. 엑스 캡처


미군이 이란 상공에서 작전 도중 격추된 전투기 승무원을 36시간 만에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월 28일 개전 이후 이란의 공격에 미 군용기가 격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대담한 작전”이라며 “미군이 이란 상공에서 압도적인 제공권과 공중 우위를 확보했음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은 4일(현지시간) 이란 남서부 코길루예·보예르아흐마드주에서 이란 혁명수비대(IRGC)에 의해 지난 3일 격추된 F-15 스트라이크 이글(F-15E)에 탑승했다 실종된 승무원 1명을 구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실종 승무원 구조 직후 트루스소셜에 “우리가 그를 찾아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대담한 수색·구조 작전 하나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썼다. 그는 실종 승무원에 대해 “용감한 전사”라고 칭하며 “적진 깊숙한 곳에서 포위가 좁혀지고 있던 상황에서 미군은 강력한 무기로 무장한 수십대의 항공기를 투입해 그를 구출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악시오스에 따르면 격추 당시 전투기에는 조종사와 실종된 무기체계 장교(WSO) 등 2명이 탑승해 있었다. 2명 모두 피격 후 ‘비상사출’로 탈출했다. 이 중 조종사는 격추 당일 구조됐으나 나머지 한 명은 소재를 바로 파악하지 못했다. 구조에 나선 헬기 2대도 이란군 공격을 받아 탑승자 일부가 부상을 입었지만 무사히 기지로 복귀했다.

미국과 이란은 실종된 무기체계 장교의 신병 확보를 놓고 약 36시간 동안 팽팽한 수색전을 펼쳤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군은 수백명의 특수부대 병력과 수십대의 전투기·헬기, 사이버·우주 분야를 포함한 다양한 정보 자산을 총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이란 국영TV는 약 6만 달러(약 9000만원)의 현상금까지 내걸며 코길루예·보예르아흐마드주 주민들에게 수색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승무원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단속했다. NYT는 체포 즉시 생포해 인질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F-15E 전투기가 격추된 당일 미국의 A-10 선더볼트Ⅱ 워트호그 공격기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격추됐다. 기체는 바다에 떨어졌으며 단독 탑승한 조종사 1명은 구조됐다. F-15E와 A-10 공격기가 이처럼 잇따라 격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이란의 방공망이 거의 무력화됐다”고 주장해 온 것과는 큰 괴리를 보였다고 BBC는 지적했다.


미 공군 F-15E 전투기에 탑승했다 적진 한복판에서 실종된 승무원 구조 작전은 미군으로서도 까다롭고 위험한 작전이었다. 오사바 빈 라덴 암살 작전을 수행한 미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네이비실 팀 6(데브그루) 등 수백명이 투입됐다. 미군 고위 당국자는 뉴욕타임스(NYT)에 “미 특수작전 역사상 가장 도전적이고 복잡한 임무였다”고 했다. 이란과의 전쟁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승무원 신병이 이란에 넘어갔을 경우 여론 반발 등 향후 협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일 뻔했다.

NYT는 4일(현지시간) 전현직 미군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약 36시간에 걸친 F-15E 실종 승무원 수색 작전의 전말을 전했다. 실종 승무원은 당시 권총 외에 아무런 방어 수단도 없이 은신 중이었다고 한다. 이란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해발 2100m가 넘는 고지대로 옮겨 다니기도 했다.

미군 C-130 수송기와 구조 헬기들은 실종 승무원을 찾기 위해 이란 산악 지형 상공을 저고도·저속으로 비행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이란 남서부 지역에서 낮게 비행하며 수색하는 미군 항공기를 향해 이란군이 총격을 가하는 영상이 게시되기도 했다. 수색을 이어가기 위해 상공에서 공중급유를 받는 미군 헬기도 포착됐다.

NYT는 실종 승무원이 은신하는 지역으로 접근하던 이란군 차량을 향해 폭탄을 투하하고 사격을 가하는 교전 상황도 발생했다고 전했다. 실종 승무원을 구조한 뒤 해당 승무원과 특수부대원들을 후송할 예정이던 수송기 2대가 고장 나 새로운 수송기를 투입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새로 투입한 수송기로 모든 병력을 안전하게 후송한 뒤 미군은 수송기가 적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파괴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의 기만 전술도 뒷받침됐다. 실종 승무원은 신호 장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란이 신호를 탐지할 수 있어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IA는 이란 당국에 이미 승무원을 구조해 이동시키고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려 혼선을 줬다. 전투기가 격추돼 추락한 지점이 이란 내 반정부 정서가 강한 지역이어서 실종 승무원이 주민들로부터 은신처를 제공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이 승무원을 인질로 확보했다면 협상에서 지렛대로 삼을 가능성이 높았다. 1993년 10월 소말리아 ‘모가디슈 전투’ 당시 헬기 조종사 마이클 듀런트 준위가 생포된 후 클린턴 행정부를 향한 철군 여론이 높아졌다. 심문을 당하는 듀런트 준위 영상이 공개되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됐던 것이다.

반면 이란은 미군의 승무원 구조 시도를 저지했다고 주장했다. 5일 이란 파르스 통신에 따르면 이란군을 통합지휘하는 하탐알안비야 대변인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이란 공화국군, 바시즈 민병대, 법 집행 부대 대원들의 신속한 합동 대응 덕분에 적군의 필사적인 구조 작전을 저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구조에 투입된 미군 헬기, 수송기도 격추했다고 덧붙였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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