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출입문에 가벽 설치한 대통령실, “매우 심각히 보고있다”
“쾅, 쾅, 쾅.”
20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선 공사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동선이 드러나는 1층 정문 현관 쪽에 목재로 된 가벽을 설치하는 소리였다. 이날 오전부터 공사를 시작한 대통령실은 오후 늦게 한 명 정도가 드나들 수 있는 출입문을 뚫어둔 목재 가벽 설치를 마쳤다.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실 관계자는 가벽을 설치한 이유에 대해 “1층 공간이 기자들에게 완전히 오픈돼있다”며 “외교적으로나 여러 분야에서, 또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상황이 노출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어 가벽을 설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곧이어 가벽 설치가 도어스테핑과 연계돼있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MBC 대통령실 출입 기자와 이기정 홍보기획비서관의 18일 말싸움 때문이 아닌지, 도어스테핑은 계속될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연관돼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보안상 이유로 설치한다”고 말하면서도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에 대해 이렇게 부연했다.
“도어스테핑은 역대 정부에서 한 번도 시도된 바 없는 국민과의 새로운 소통 방식이다. 대통령이 얼마나 애정이 있는지는 여러분이 더 잘 아시리라 믿는다. 그런 자리에서 지난주 금요일(18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고, 대통령실은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다만, 향후 도어스테핑과 재발 방지를 포함해 이 사안을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
기자들과 이런 문답을 주고받은 후, 대통령실은 가벽 설치에 대해 “지난 2일 비공개로 진행된 윤 대통령의 외국 대표단 접견 시 일부 출입기자들이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대표단을 촬영한 일이 있었다. 무단 촬영임을 알렸음에도 촬영은 계속됐다. 외빈과의 사전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데 대한 외교가의 문제 제기도 있었다. 도어스테핑과는 무관하다”는 추가 입장을 내놨다. 당시 윤 대통령은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장과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일본 총리를 접견했다. 이를 촬영했던 매체는 대통령실의 문제 제기 후, 영상을 송출하거나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향후 도어스테핑 방식과 관련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식은 (가벽 가운데의) 문 설치가 끝나고 나면 자연스럽게 알려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대로 금명간 후속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중단하는 문제를 논의 중이다.
“대의와 명분이 있는 만큼, 금요일의 소동과는 별개로 유지하는 게 옳다”(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잠정적으로라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전 중앙일보에 “윤 대통령 임기 동안 도어스테핑을 안정적으로 진행하면 ‘국민 질문에 성실히 답하는 대통령’의 틀을 후임자가 깨는 게 쉽지 않을 거라 기대해왔다”면서도 “지금 상태 그대로는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는 무슨 질문이든 할 수 있지만, 지난 소동은 그 범위를 벗어났다”며 “같은 일이 재발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는데다, 어떤 식으로든 제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21일에 공식 일정이 없다. 이럴 경우 통상 도어스테핑을 해왔지만 지금 분위기로는 도어스테핑이 열릴지 두고봐야 한다.
23일 수출전략회의 주재하는 尹, “제2의 중동붐으로 기회 모색”
한편 윤 대통령은 23일 제1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한다.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정상외교의 경제성과를 구체화하는 전략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며 “외교일정의 성과들을 정부가 꼼꼼히 챙김으로써 경제 활성화와 민생 회복에 매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생중계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후속 회의 성격으로, 생중계 여부는 미정이다.
이 부대변인에 따르면 순방을 마친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1970년대 오일쇼크 시기에 중동특수를 통해 경제도약의 돌파구를 찾았는데 최근 중동 국가들이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만큼 ‘제2의 중동 붐’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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