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 속인 가짜약…100만명 앓는 녹내장 '플라세보' 통했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임상시험을 할 때 어떤 환자에게는 신약을, 다른 환자군에는 플라세보(Placebo)라는 위약(가짜 약)을 투여한다. 그 결과를 비교해서 신약의 효과를 검증한다. 그런데 이 위약도 약효를 낸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일종의 '심리적 약효'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안과 김영국 교수 연구팀(충남대병원 최수연 교수, 제주대병원 하아늘 교수)은 지난해 6월까지 발표된 녹내장 안약 치료 관련 임상시험 논문 40개의 위약 그룹만 따로 떼 분석했다.
녹내장은 실명을 유발하는 3대 질환 중 하나로, 국내 100만 명 이상이 앓고 있다. 시신경이 망가져 생긴다. 진행을 막기 위해 안압(눈의 압력)을 낮추며 이게 유일한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PubMed, Cochrane Library, EMBASE 등 학술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안압 감소 치료 관련 40개의 임상시험(무작위 배정) 결과를 통합해 표본 7829안(눈)을 확보해 33개의 위약 군(2055안)과 7개의 비치려 군(1184안)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 결과 위약군 환자의 안압이 투약 2개월 후 1.3 mmHg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위약 그룹과 비치료 환자 그룹을 비교했더니 위약군의 안압이 2.27mmHg 줄었다. 치료 전 위약 그룹의 평균 안압이 22.7mmHg인 점을 고려하면 5.7~10%의 안압 감소 효과를 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녹내장 안약 관련 위약 효과를 정량화한 연구가 부족한 편인데, 이번 연구는 안압 감소 치료의 위약 효과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근거를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플라세보 효과는 생리학적 영향이 없는 위약을 복용했을 때 상태가 개선되거나 이로운 작용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위약 효과는 우울증, 통증, 천식, 파킨슨병, 관절염 등 다양한 질병과 증상에서 임상 시험을 통해 입증됐다.
서울대병원 안과 김영국 교수는 “플라세보 효과는 낙관적인 믿음이 실제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대표적인 경우”라며 “진료 현장에서 녹내장 안약을 이용한 안압 감소 치료가 상당한 위약 효과가 있다고 인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안과학회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Ophthalmology’에 온라인 게재됐다.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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