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가격 올린 정부… “공급량 늘려 환자 불편 해소”

한성주 2022. 11. 3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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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부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1정당 건강보험 지급액 최대 39원 인상
3일치 처방받으면 환자 부담 103~211원 소폭 증가…일반약은 가격변동 없어
가격 올리는 대신 제약사에 증산 의무 부과…환절기 7200만정 확보
“약 찾아 약국 전전하는 일 없을 것”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의 한 약국.   사진=박효상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된 감기약 품절사태가 해소될 수 있을지 정부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감기약 가격을 인상을 단행한다. 지난 23일 개최된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조제용 해열·진통·소염제의 건강보험 상한금액을 다음 달부터 최대 39원 인상한다고 의결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타이레놀’, ‘타세놀’, ‘펜잘’ 등 감기약 제품의 주성분이다. 가격이 인상되는 품목은 현재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아세트아미노펜 650밀리그램 18개 품목이다. 기존 상한금액은 1정에 50원~51원이었다.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다음달부터 내년 11월30일까지 1년간 상한금액은 최대 20원의 가산을 적용해 1정에 70원~90원으로 조정된다. 이후에는 일괄 70원으로 맞춰진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지금까지 고질적인 물량 부족 현상을 보였다. 코로나19 백신이 대규모로 접종되면서 수요가 폭증했다. 백신 접종 후 몸살 기운이 느껴지는 이상반응에 대비해 가정에 구비해두려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환자들의 발열 및 오한 등의 증상에 대해서도 아세트아미노펜 처방이 계속됐다. 코로나19 환자와 예방접종자의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절기가 도래하면, 약국가에서는 아세트아미노펜 ‘품절 대란’이 발생했다.

정부가 제약사를 향해 증산을 독려했지만,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감기약은 수요가 증가할수록 가격은 낮아지는 구조다. 지난 2006년부터 도입된 사용량 약가 연동 협상제도(PVA)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감기약은 청구 금액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제약사와 건강보험공단이 협상을 통해 10% 범위 내에서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 이런 탓에 업계에서 감기약은 수익성이 없는 비인기 품목으로 여겨졌다.

조제용 제품 부족 현상은 더욱 심각했다. 처방전 없이도 구매할 수 있는 일반 판매용과 비교하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구매하는 조제용의 단가가 더욱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을 취급하는 제약사들은 제한된 원료를 조제용보다 일반 판매용 제품 생산에 할애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 컸다. 인터넷상에는 지역 육아 카페를 중심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이 남아있는 약국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기도 했다. 약국에서는 조제용 제품을 공급받지 못해, 약국의 손실을 감수하고 단가가 더 높은 일반 판매용 의약품을 뜯어 조제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일반 판매용조차 확보하지 못한 약국에서는 환자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약가 조정으로 당분간 감기약 수급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건강보험 상한금액 인상과 함께 정부는 업계의 증산을 이끌어낼 강제력을 확보했다. 보건복지부는 아세트아미노펜 품목을 공급하는 18개 제약사에 상한금액이 가산되는 기간 해당 품목의 증산 의무를 부과했다. 

제약사들은 내년 11월30일까지 1년간 아세트아미노펜 약품의 월평균 생산량을 기존 대비 50% 이상 확대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환절기에 접어들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부터 내년 4월까지는 집중관리기간으로 설정, 월평균 60%까지 생산량을 확대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월평균 공급량은 기존 4500만정에서 전체기간(13개월) 평균 6760만정으로 증가한다. 집중관리기간에는 7200만정 수준으로 확보될 전망이다.

환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일 6정씩 3일분의 약을 처방받는다고 가정하면, 1회 처방 시 품목에 따라 103원~211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약국이나 편의점 등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 판매용 품목은 이번 약가 조정과 무관하기 때문에 가격에 변동이 없다.

정부는 13개월간 약가 조정의 효과를 지켜보고 향후 가격을 재차 손보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아세트아미노펜 원료 수급과 생산 설비 등을 고려해 조율한 증산 목표인 만큼, 시장 상황을 신속히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오창현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동절기 하루 평균 코로나19 환자가 13만명, 독감 환자가 3만명 꾸준히 발생한다고 해도 현재 증산으로 확보되는 공급량이면 여유롭게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도 병행할 예정이다. 오 과장은 “약이 부족해서 환자들이 약국을 전전하는 상황이 없도록 공급을 면밀히 관리할 것”이라며 “공급 물량이 많아지면 일부 판매자가 재고를 과도하게 확보해두는 경우가 없도록, 생산자·도매업체·약국 각 단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주의 조치를 전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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