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네레논, 당뇨병 환자 콩팥병 진행 억제… 조기 치료로 투석 시기 늦춰야"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2024. 10. 3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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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특진실]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세중 교수
당뇨병 환자 3명 중 1명 콩팥병 동반
치료 늦으면 심혈관질환에 사망까지
피네레논, 올 초부터 국내 요양급여 적용
기존 약 대비 효과 좋고 부작용 적어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세중 교수는 “당뇨병콩팥병이 있으면 심혈관질환 위험 역시 높아진다”며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약물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콩팥병은 당뇨병 환자들이 겪는 대표적 합병증이다. 실제 당뇨병 환자 약 3분의 1이 콩팥병을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뇨병 발생 시기가 명확하지 않은 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당뇨병 진단을 받을 때 콩팥병이 함께 확인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당뇨병콩팥병 말기에 이르면 투석이나 콩팥 이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 상태에 이르지 않기 위해서는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약물 치료를 받아 콩팥병 진행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 '피네레논'은 올해 초 국내 요양급여 적용돼 당뇨병콩팥병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는 약이다. 새로운 기전과 함께 우수한 효과, 낮은 부작용 위험 등이 확인되면서 당뇨병콩팥병 치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현재 대한신장학회, 대한당뇨병학회, 미국당뇨병학회, 유럽심장학회 등 국내외 주요 학회에서도 피네레논을 2형 당뇨병 환자의 만성 콩팥병 진행 억제와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를 위한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세중 교수를 만나 당뇨병콩팥병의 원인과 임상을 통해 확인된 피네레논의 효과 등에 대해 들었다.

당뇨병 환자에게 콩팥병이 발생하는 이유는?

당뇨병과 콩팥병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혈당이 잘 관리되고 있더라도, 당뇨병으로 인해 만들어진 다양한 대사산물들이 혈관, 장기에 축적되면 여러 합병증들이 발생한다. 당뇨병콩팥병은 축적된 대사산물이 콩팥에 염증, 섬유화를 일으키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가족 중 당뇨병콩팥병 환자가 있는 경우 발생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

혈압이 상승하고, 알부민뇨가 발생한다. 알부민은 노폐물을 배출하고 부종을 조절하는 매우 중요한 단백질인데, 당뇨병콩팥병이 있으면 알부민이 소변을 통해 빠져나간다. 콩팥병이 계속 악화되면 신장 기능이 떨어져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심하면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하기도 한다. 문제는 콩팥병 특성상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대부분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드물게 콩팥 기능이 거의 상실된 후 상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기도 한다. 당뇨병 환자들이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콩팥 기능을 확인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나?

혈압 검사와 함께 소변검사, 혈액검사를 통해 알부민뇨, 크레아티닌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크레아티닌 수치를 알면 사구체여과율도 계산할 수 있다. 알부민뇨 수치를 뜻하는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이 30㎎/g 이상이거나 사구체여과율이 60㎖/분/1.73㎡ 미만이면 당뇨병콩팥병으로 진단한다. 당뇨병 환자는 최소 1년에 한 번 이상 검사받는 것을 권한다. 고혈압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엔 더 자주 검사해보는 게 좋다.

치료법이 궁금한데?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여러 약이 개발·사용돼왔다. 과거에는 주로 혈당이나 혈압을 조절해 콩팥 기능을 조금 개선하는 식이었고, RAS억제제처럼 콩팥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을 조절·차단하는 약도 사용됐다. 2000년대 들어 SGLT­2 억제제를 쓰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새로운 약인 '피네레논'이 개발·도입되면서 당뇨병콩팥병 진행 속도를 크게 낮췄다.

말기 콩팥병의 원인 중 48%가 당뇨병이다.

피네레논과 기존 약들의 차이는?

피네레논은 새로운 기전의 치료 접근 방식을 갖고 있다. 콩팥의 염증·섬유화에 관여하는 '무기질 코르티코이드 수용체'가 과활성화되는 것을 억제한다.

1980년대 약들과 비교하면 치료 효과가 5배 이상 차이난다. 기존 약들의 경우 혈압·혈당 조절을 통해 콩팥병 진행을 억제했으나, 피네레논은 콩팥을 직접적으로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 대규모 3상 임상시험 결과들을 보면, 피네레논을 사용했을 때 콩팥 관련 복합 평가 변수와 eGFR, UACR 등과 같은 콩팥 손상 지표가 개선됐다. 또한 심혈관계 원인으로 인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뇌졸중,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에 있어서도 위약 대비 유의한 감소 효과를 보였다.

심장과 콩팥은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는데, 피네레논은 두 기관과 관련된 위험 인자들을 모두 조절한다.

실제 효과를 체감하나?

피네레논은 올해 2월 국내 요양급여 적용됐다. 적응증에 해당되는 환자들에게 처방했더니, 단백뇨 감소 효과가 뚜렷했다. 환자에 따라서는 단백뇨가 70∼80% 이상 감소하는가 하면, 정상 수준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전에 사용하던 약에 비해 고칼륨 혈증 위험도 낮았다.

당뇨병콩팥병의 치료 목표는?

콩팥 기능이 현재보다 더 나빠지지 않도록, 또는 나빠지더라도 투석치료까지 받지 않도록 막는 것이 1차 목표다. 추가적으로 콩팥병이 진행되면서 생기는 빈혈, 대사성 산증, 혈관 석회화, 심근경색, 뇌졸중 등과 같은 콩팥병 관련 합병증들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심혈관질환은 말기 콩팥병 투석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당뇨병콩팥병 환자는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당뇨병콩팥병 환자에게 어떤 식이요법이 권장되나?

당뇨병 환자와 콩팥병 환자는 권장되는 식단이 다르다. 특히 당뇨병콩팥병은 진행 단계에 따라 식이요법이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환자가 어느 단계에 해당되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다.

초기 1∼2단계에는 저염식을 하고, 혈당이 올라가지 않도록 칼로리 섭취를 조절하고 제한하는 게 중요하다. 칼륨은 혈압 조절과 나트륨 배출을 위해 충분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당뇨병콩팥병이 진행된 4∼5단계에 이르면 칼륨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다. 이때는 고칼륨혈증 위험이 있으므로 칼륨 섭취를 제한하고, 인, 단백질, 나트륨 섭취량도 조절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섭취하는 일부 채소와 과일, 해조류에는 칼륨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피하고, 잡곡밥도 흰밥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복용 중인 약 또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담당 의사와 충분한 상담을 통해 식단을 관리하는 것을 권한다.

당뇨병콩팥병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많은 사람들이 '당뇨병은 혈당만 잘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혈당 수치가 괜찮아도 혈관이나 콩팥 등에 대사산물이 축적되면 여러 장기가 손상된다. 당뇨병이 있다면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다른 장기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알부민뇨 검사는 당뇨병 환자에서 만성 콩팥병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위해 중요하다. 조기에 진단을 받으면 약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기간도 길어진다. 당뇨병콩팥병으로 진단되면 꾸준히 치료받으면서 콩팥 건강이 악화되는 것을 지연시켜야 한다.

김세중 교수 프로필

­서울대 의대 졸업

­미시간대 의생명공학과 박사후 연구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

­대한신장학회 등록이사

­대한신장학회 중환자신장학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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