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범죄24時]“전직 대통령 비자금 현금화에 투자”…30억 사기 친 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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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을 보관 중인 비자금 창고 '창'.
그렇게 만난 B씨(67)와 C씨(52)는 "일주일 만에 5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니 믿기 힘들다는 것도 이해한다"면서 "한 두 푼이 아닌 만큼 은행에서 현금보관증을 발급해주겠다"고 A씨에게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은행 역시 A씨가 단순히 B씨와 C씨의 사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판단해 현금보관증을 발급해줬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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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현금보관증까지 발급하는 치밀함
A씨는 2021년 4월 지인으로부터 ‘창’에 대한 설명을 처음 들었다. 지인은 “전직 대통령들이 직접 관리했던 비자금 창고가 있다”면서 “금괴나 외화가 어마어마하게 보관돼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이 ‘검은돈’들을 현금화하기 위해 투자금이 필요하다”며 “30억원을 투자하면 일주일 뒤에 45억원으로 돌려주겠다”고 A씨를 설득했다.
상식 밖의 기대 수익에 A씨가 반신반의하자 이 지인은 ‘창’을 관리하는 회장님을 소개했다. 그렇게 만난 B씨(67)와 C씨(52)는 “일주일 만에 5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니 믿기 힘들다는 것도 이해한다”면서 “한 두 푼이 아닌 만큼 은행에서 현금보관증을 발급해주겠다”고 A씨에게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다.
며칠 뒤 A씨는 B씨와 C씨를 만나 한 은행을 방문했고, 실제로 현금보관증 발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A씨는 자신이 가진 돈은 물론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가용 가능한 현금을 모두 끌어모아 30억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재차 B씨, C씨와 은행을 찾아 현금보관증을 발급받고 모두 투자했다. 은행에서 발급해 준 현금보관증이 있기에 사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약속한 일주일이 지나도록 수익금은커녕 투자금도 입금이 되지 않았고, A씨는 은행을 찾았지만 투자금은 모두 사라지고 난 뒤였다. B씨와 C씨 역시 연락이 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1년 넘게 지속되자 A씨는 그제야 자기가 사기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은행 역시 A씨가 단순히 B씨와 C씨의 사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판단해 현금보관증을 발급해줬을 뿐이었다. 결국 A씨는 2022년 8월 이들 일당을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경제3팀은 B씨와 C씨를 포함해 모집책 2명 등 모두 5명에 대해 장기간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A씨의 돈 30억원 대부분이 수표였던 탓에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데 애를 먹었다.
범행 개요를 파악하고, 일당들에게 혐의를 적용하는 데까지 걸린 기간만 1년 4개월. 경찰은 지난해 12월27일 B씨와 C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범행 대상을 물색하고, 끌어들인 모집책 등 나머지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원 역시 올해 1월18일 같은 혐의로 이들을 모두 기소했다. 올해 2월부터 시작된 재판은 오는 12월13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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