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 한다고 이렇게 죽어야 하나"…정부 '갑질 호소' 경비원 극단선택 근로감독 착수

이태준 2023. 3. 18.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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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최근 70대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남구 아파트에 대해 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장시간 근로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빌딩의 관리 사업장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앞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와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은 지난 17일 이 경비원이 숨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는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철저히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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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직장 내 괴롭힘 및 근로기준법 포함 노동관계법 점검 실시 예정
노동관계법 위반사항 관련 형사입건 및 행정처분도 조치 방침
서울지방청장 "고용환경 악화시키는 노동 관행 근절에 모든 역량 쏟을 것"
경비단체 "억울한 죽음 없도록…노동부 및 서울시, 철저히 조사해야"
경비원 투신 사망사건이 일어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에 걸려 있던 추모 현수막ⓒ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최근 70대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강남구 아파트에 대해 근로감독에 착수했다. 장시간 근로로 노동자 사망 사고가 발생한 서울 종로구 빌딩의 관리 사업장에 대해서도 조사에 나섰다. 경비원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관리책임자의 처벌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18일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서울지방청과 강남지청 근로감독관 10여명은 전날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근로감독에 돌입했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경비원이 숨진 채 발견됨에 따른 조치다. 해당 경비원은 숨지기 전 동료들에게 '관리 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앞선 지난 8일에는 서울 종로의 한 빌딩에서 나흘 동안 퇴근하지 못하고 62시간 연속으로 인한 경비 노동자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유족들은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용부는 이번 근로감독에서 직장 내 괴롭힘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전반에 대한 심층적인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과도한 연장근로가 있었는지 여부도 조사한다. 아울러 다른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사업주의 부당한 업무 지시와 직장 내 괴롭힘 등 추가 피해 사실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부당해고 및 불법파견 위반여부 등도 점검할 계획이다. 근로감독을 통해 확인된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형사입건 및 행정처분 등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노길준 서울지방청장은 "근로자의 인격권과 휴식권을 침해하고 고용환경을 악화시키는 부조리한 노동관행을 근절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겠다"며 "근로자 사망과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조 서울본부와 아파트노동자 서울공동사업단은 지난 17일 이 경비원이 숨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시는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철저히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단체들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동료를 잃은 노동자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철저한 조처를 부탁드린다"며 "여러분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노인 노동자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민들에게 호소했다. 한 현직 경비원 역시 "우리도 똑같은 사람인데 경비복만 입으면 인간 취급을 못 받는다. 경비 일을 한다고 이렇게 비참하게 죽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용노동부ⓒ연합뉴스

갑질 근절을 위해서는 고용 형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단체들은 "아파트 노동자들은 초단기 계약을 맺어 파리 목숨을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관리자들이 근로계약 해지를 무기 삼아 갑질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몇 개월 단위의 초단기 계약이 불법은 아니지만, 고용 불안에 시달린 노동자가 관리자의 갑질을 감내하게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이 아파트 경비원들 근로계약서를 살펴본 결과 이들 역시 올해부터 3개월짜리 근로 계약을 맺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 아파트 경비원으로 11년간 일한 박 모(74)씨는 지난 14일 오전 '관리책임자의 갑질 때문에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동료들에게 전송한 뒤 아파트 9층에서 투신해 숨졌다. 동료들은 박씨가 관리소장의 부당한 인사 조처와 인격 모독을 견디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비원 약 20명은 이날 오전 관리사무소 앞에 모여 소장에게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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