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고 있다” 내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

나의 창업 이야기

세상의 이치를 모두 깨달아 성인의 경지에 오른 스님께서 설파하신 무소유는 넘치도록 가진 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자제를 당부하는 가르침이지 헐벗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씀이다. 영하 10도가 넘는 추운 겨울날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거리로 내 쫓긴 빈자를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면 그는 거리에서 얼어 죽을 뿐이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수십 세기에 걸쳐서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였지만 또한 위정자의 통치 수단으로 사용되어 가난한 자들의 자립 의지를 꺾는 데에 지대한 역할을 한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최소한의 생존 활동을 하기 위해서 반드시 돈이 필요하다. 그것은 예수님이나 부처님의 가르침 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 등산을 하여 출근하는 곳은 황거 농장이다. 황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애칭이다. 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키우고 있다고 하면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아침마다 황거가 낳은 황금알만 수거해 오면 되는 줄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황거가 꾸준히 황금알을 낳게 하기 위해서는 사료도 적시에 주어야 하고 황거의 건강상태도 수시로 확인해 주어야 한다. 내가 황거를 키우기 시작한 지도 어언 25년이 되었다.

수만 마리의 생쥐가 거리로 쏟아져 나와 골목골목을 메우고 어디론가 내달려 가는 일은 없었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 대낮에 까마귀 떼가 하늘을 뒤덮어 태양이 가려져 칠흑과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일은 더욱이 없었다. 모든 것은 평상시와 같았으며 나와 같은 일반 서민들은 어떠한 전조증상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IMF라는 생소한 단어가 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날마다 IMF 경제위기에 대해 보도하고 있었다. 국가부도위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장롱 속에 보관하고 있던 금반지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IMF가 정확히 무엇인지도 모른 체 서민들은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영원히 갈 것 같던 금융회사들도 문을 닫는 곳이 생기고 중견기업과 대기업들도 하나둘 문을 닫았다. 정리해고라는 말이 일상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주변에는 여기저기 실업자들이 늘어났다. 내가 다니던 회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장은 회사를 누군가에게 넘기려 하였다. 자신이 현재 가지고 있는 채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말이다. 나도 사장과 면담을 하였으나 나에게는 사장이 가지고 있는 10억 원 정도의 채무를 해결해 줄 능력이 없었다. 사장의 제안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고 나는 사장의 제안 대상에서 빠지게 되었다.

그러한 때에 나는 창업을 결심하였다.

내가 매일 오르는 산에는 나무들이 울창한 숲이 있다. 아파트 5층 높이 정도로 매우 큰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이다. 나무들은 질서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고 숲이 우거져 햇빛을 가려줌으로 등산객들의 휴식 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등산객들이 휴식 장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은 그늘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무가 울창한 숲 바닥에는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있기 때문이다.

등산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 것은 커다란 나무들로 인해 햇빛이 아래까지 도달하지 않아 작은 나무가 자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는 질서정연해 보이고 안정되고 평화로운 상태로 보일 수 있지만 거기에는 등산객들에게는 전혀 관심 없는 작은 나무들의 희생이 깔려있다.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대형마트들이 들어선 곳에서 주변의 작은 구멍가게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내가 사는 동네에는 최근 대형 식자재마트가 들어왔다. 그 후 인근의 작은 슈퍼마켓 여러 곳이 문을 닫거나 축소하였다. 일반 주민들은 아무런 불만 없이 대형마트의 그늘에서 편안하게 쇼핑을 즐기고 있다.

기존의 기득권 세력이 모든 것을 독점하고 있는 이 사회에서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며 시작한다 하더라도 성공 확률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 내가 창업을 하겠다고 하니 주변에서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으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창업을 만류하였다.

나는 생각하였다. 지금 같은 위기의 상황에서 기존의 커다란 기업들이 쓰러져나갈 때가 처음 시작하는 회사도 햇빛을 쏘일 수 있는 기회이다. 흔한 말로 위기가 기회라고 생각했다. 위기의 상황에서 거대한 공룡은 자신을 유지시킬 수 있는 먹거리를 찾지 못해서 쓰러져 나가지만 작은 개미는 적은 먹거리로도 생명을 유지시켜 나갈 수 있다.

어차피 내가 맡은 업무가 영업이었으므로 이대로 그냥 버틴다고 해도 실적을 내지 못하면 회사에서 살아남기가 힘들게 되어 있었다.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지고 용기를 내어 기존에 다니던 회사를 나왔으나 막상 나오고 나니 막막했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도 없이 무일푼의 상태였고 집에는 아내와 세 아이가 있는 가장으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내가 모든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사무실을 얻을 보증금도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사업자등록은 당시 살던 빌라 주소로 하고 당시 나보다 먼저 회사를 나와 1평짜리 사무실에서 자기 일을 하고 있던 회사의 후배에게 부탁하여 의자 하나를 들여놓고 일을 시작했다. 사무실 출입문을 열자마자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바로 의자에 앉아야 되는 매우 좁은 사무실이었다.

어찌 되었든 사업자등록도 하고 출근할 사무실도 생긴 상태에서 이제는 팔아야 할 물건이 있어야 했다. 전에 다니던 회사의 사장님을 찾아뵙고 회사에서 취급하고 계신 상품 중에서 회사 시스템과 맞지 않는 상품이 있으면 판권을 넘겨주시기를 부탁드렸다. 사장님께서 한 가지 제품을 제안했다.

그 제품을 넘겨주는 대신 현재 가지고 있는 재고물량 1개를 구입하라고 했다. 그 제품의 가격은 350만 원이라고 했다. 당시 나에게는 350만 원의 돈이 없었다. 내가 돈이 없다고 말씀드리자 사장님께서는 그 정도 돈도 없으면서 어떻게 하려고 무모하게 회사를 오픈했냐는 말씀을 하였다. 결국 그 제안은 성사가 되지 못하였다. 회사를 오픈은 하였으나 갈 길이 막막한 상태였다.

그렇게 시작한 황거 농장이 이제는 안정적인 내 생활의 근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안정된 황거 농장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아이디어와 노력이 필요하다. 나의 황거 농장의 모토는 독특하거나 가장 싸게(Unique or cheapest)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후에 다른 글에서 좀 더 풀어서 쓰도록 하겠다.

*본 기사는 사례뉴스 안선영 필진기자가 쓴 컬럼입니다. 안선영 필진기자는 (주)에스엠월드써미트 대표로 25여 년간 '대한민국 재활케어 대표쇼핑몰'(www.smworld.co.kr)을 경영하고 있으며, 환갑을 1년여 앞두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하여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국어국문학과에 재학 중입니다. 브런치스토리에 필명 '라트'로 활동하며 에세이, 소설, 시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글/안선영 필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