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주가조작 '쩐주' 유죄... 또다른 '쩐주' 김건희 여사는?

항소심 재판부 "시세조종 행위 용이하게 해 이를 방조"...권오수 전 회장, 형량 오히려 늘어나

[이주연 기자]

▲ 법정 들어서는 손아무개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서 계좌가 활용된 이른바 '전주'(錢主) 손아무개씨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손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2024.9.12 ⓒ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전주'로 알려진 투자자 손아무개씨의 방조 혐의에 대해 12일 재판부가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따라 또다른 '전주'인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추가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손씨는 1심에서 주가 조작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검찰은 항소심이 열리면서 손씨에게 방조 혐의를 추가한 바 있다.

"시세 조종 사실 알고도 편승해 자금 동원"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권순형)는 이날 손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다만 주가 조작 공동정범 혐의에 대해서는 1심 판결과 마찬가지로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피고인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시세조종 사실을 알고도 편승해 자금을 동원해 매수세를 형성해줌으로써 시세조종 행위를 용이하게 했다"라며 "그에 따라 선의의 일반 투자자에 피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짚었다.

더불어 재판부는 방조 혐의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2차 주포 김○○씨가) 손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라고 요청했고, 손씨는 75억 원 상당의 주식을 매수했다"라며 "이상매매 주문을 제출하여 주가 부양을 용이하게 하고 (주가) 하락시 매도하지 말아달라는 김씨의 요청을 수락해 김씨 등의 시세조종 행위를 용이하게 해 이를 방조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손씨는 기자들과 만나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주가조작이 있었다는 걸 전혀 몰랐다, 주식을 팔지 못해서 못 판 거 뿐"이라고 말했다.

권오수 전 회장 형량 늘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이날 재판부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 대해서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 원을 선고했다. 이는 1심의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억 원보다 형량이 늘어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에 대해 "범행 전반의 주모자이자 의뢰자임에도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라며 "이 사건 범행으로 여러 유무형의 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권 전 회장 등 피고인 9명은 2009년 12월부터 3년여간 157개 계좌를 동원해 가장·통정매매를 통해 인위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공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1심 재판부는 김 여사 명의 계좌 4개 중 3개를 이 사건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블랙펄인베스트먼트가 직·간접적으로 운용했으며, 이에 따라 해당 계좌에서 이뤄진 거래 49건 중 48건이 유죄라고 판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