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옮기다 허리 삐끗, 20억원 매출 청년 갑부 만든 아이디어

미세전류로 마사지 효과 내는 보호대 개발 노트
많은 아이디어가 발상의 전환이나 우연에서 시작되지만, 상품으로 시장에 나오려면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은 엄두내기 어려운데요. 나만의 아이디어로 창업을 꿈꾸는 여러분에게 견본이 될 ‘창업 노트 훔쳐보기’를 연재합니다.
아나파코리아의 황인규 대표. /더비비드

아침부터 밤까지 스마트폰을 놓지 못해 손목 터널증후군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 골프나 테니스는 팔꿈치 통증의 원흉으로 지목된다. 압박 보호대라는 대안이 있지만 통증까지 줄여주지는 못한다. 물리치료가 효과는 확실하지만 병원을 꾸준히 방문해야 해서 번거롭고, 비용이 발생한다.

아나파코리아의 황인규(31) 대표는 전 세계 최초로 미세전류와 저주파가 동시에 발생하는 손목·팔꿈치 마사지기를 개발했다. 보호대 속 미세전류 셀에서 나오는 미세전류가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와 동시에 저주파의 통통 튀는 마사지까지 느낄 수 있다. 황 대표를 만나 보호대처럼 생긴 마사지기의 개발기를 들었다.

◇배터리 떨어진 신체의 급속 충전기

미세전류를 활용한 아나파코리아의 보호대 제품들. (왼쪽부터) 엘보 보호대, 무릎 보호대, 허리 보호대. /아나파코리아

우리 몸에는 자연적으로 40~60㎂(마이크로암페어)의 생체 전기가 흐른다. 생체 전기는 혈액순환을 돕고 세포를 재생시키며 근육통을 완화한다. 이른바 자가회복 기능이다. 그러나 몸에 무리가 가면 해당 부위의 생체전기 값이 떨어진다. 생체 전기가 약해지면 회복 기능이 떨어지고 통증이 생긴다. 인체 배터리가 부족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때 미세전류가 일종의 급속 충전기 역할을 한다. ‘미세전류’는 1~1000㎂의 미세한 전류를 말한다. 통증 부위에 미세전류를 흘려보내면 우리 몸은 이를 생체 전기로 인식한다. 건강할 때의 전류 값과 유사해지면서 생체기능이 활성화된다. 근육의 피로도(젖산)를 낮추는데도 영향을 준다. 이미 물리치료 분야에서는 미세전류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아나파코리아는 미세전류를 생성하는 셀을 직접 개발해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했다. /아나파코리아

아나파코리아는 미세전류를 생성하는 셀(화학적, 물리적 반응으로 방출된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장치)을 개발했다. 셀에는 전하를 띠는 이온화 경향의 물질을 배합한 구조체가 들어있다. +극과 -극을 가진 구조체가 결합된 셀에 전류가 잘 흐르게 하는 겔 물질을 바르면 전하가 이동하며 미세전류를 발생시킨다. 셀에서 나온 100㎂ 이상의 미세전류는 속근육까지 전달해 마사지 효과를 낸다.

2024년 아나파코리아는 미세전류와 저주파가 함께 나오는 보호대를 개발했다. 팔꿈치와 손목 등에 착용할 수 있다. 보호대 안에 전류가 통하는 은사(銀絲)를 넣었다. 실제 은을 혼방한 실이다. 통증이 있는 부위에 디바이스를 부착하고 작동하면 은사가 있는 부분에서 통통 치는 듯한 저주파 마사지를 느낄 수 있다. 현재 온라인몰에서 한정 최저가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사업 운영 간접 경험이 창업으로

황 대표는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창업했다. /더비비드

황 대표는 대학을 중퇴하고 아나파코리아를 창업했다. 만 23살의 어린 나이였다. 대학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했지만 창업하고 싶어 기다리지 못했다. “대기업 출신의 사업가 아버지와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던 형의 영향이 컸어요. 형의 쇼핑몰에서 모델을 하면서 사업 운영을 옆에서 살펴볼 기회가 많았죠.”

군 전역 후 복학해 장래를 고민할 때 집안이 크게 휘청였다. 아버지 사업이 망한 것이다. 창업의 뜻을 접을 법도 했지만 오히려 배우는 계기로 삼았다. “아버지 사업이 실패한 이유는 명확했어요. 인건비 등 고정 지출이 큰 상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리스크가 발생하니 막을 수 없었죠.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을 알았습니다. 사업을 할 때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았으니 잘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2016년 11월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살던 방까지 뺐어요. 다행히 2019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청년창업사관학교에 합격해 신제품 개발에 집중할 여력이 생겼어요.”

◇'휴대용 물리치료실’ 표방하고 개발 시작

청년창업사관학교 시절의 황 대표와 동료 창업가들의 모습. 검은 안경에 회색 옷을 입은 인물이 황 대표다. /황인규 대표 제공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시기, 무거운 짐을 들다 허리·팔꿈치를 삐끗해 물리 치료를 받았다. "병원에서 받은 진단명은 외측상과염(테니스엘보)입니다. 통증 없애겠다고 안 해본 게 없습니다. 붙이는 파스는 매번 그때뿐이었고, 냄새도 지긋지긋했죠. 무엇보다 열감 때문에 일어나는 피부 발진이 더 괴로웠습니다. 시중에 팔던 팔꿈치 보호대는 주변 근육이나 피부를 잡아주는 기능 외에 통증 경감의 효과는 없었어요. 단순 압박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이 경험에서 미세전류를 이용한 휴대용 건강용품을 떠올렸다. “물리치료실에 갔더니 통증이 있는 부위에 겔을 바르고 기계에 전선을 연결한 다음 미세전류를 흘려주더군요. 문득 ‘이거 때문에 매번 병원을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 2~3회 방문을 권하는데, 물리치료 한 번에 5만~10만원을 내야 했습니다. 한 달에 병원비만 100만원 넘게 낸 적도 있어요. 물리치료기와 비슷한 휴대용 치료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아나파 미세전류 보호대 개발기

1. 기능성 더해 경쟁우위 갖추기

(왼쪽부터) 엘보 보호대 부품도와 제품으로 만든 모습. /아나파코리아

통증 경감 의학 논문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사람 몸에도 40~60㎂(마이크로암페어) 정도의 미세한 생체 전류가 흐르는데요. 1~1000㎂ 구간의 미세전류를 통증이 있는 부분에 흘려보내면 세포 재생과 혈액순환을 돕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팔꿈치에 미세전류를 흘려보냈더니 5일만에 증상이 76~91%까지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죠.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이후 미세전류와 저주파를 이용한 휴대용 미세전류 마사지기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미세전류 생성 셀부터 만들기로 했다. 완성에 꼬박 2년이 걸렸다. “맨 처음엔 캡슐처럼 생긴 셀을 개발했는데,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펜던트로 활용 가능한 목걸이, 팔찌 등 액세서리류에 셀을 적용했어요.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할 수 있도록 셀을 개발한 후에도 소형화 연구를 계속 진행했어요. 액세서리를 시작으로 미세전류 칫솔과 치약, 파스 등으로 제품군을 늘려나갔습니다.”

미세전류 액세서리를 사용하던 소비자들에게서 기능성 보호대를 출시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 목걸이나 팔찌 판매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느낀 참이었다. 시장조사에 나섰다. “경쟁사 제품들을 살펴보니 관절을 압박하거나 지지하는 데 그치는 보호대 위주였습니다. 피부에 문질러 근육통을 완화해 주는 치료기기는 가격이 비쌌죠. 관절을 지지하는 데서 나아가 미세전류 셀로 마사지 효과도 낼 수 있다면 경쟁력이 있을 거라 판단했습니다.”

2. 이용자 편의 우선으로 설계 및 제작

미세전류 패드를 탈부착할 수 있다. 좌우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아나파코리아

미세전류 패드를 탈부착하는 형태를 구상했다. 지지나 압박이 필요할 땐 패드 없이 일반 보호대처럼 쓰다가 마사지 효과를 내고 싶을 때 미세전류 셀 패드를 부착하는 방식이다. " 패드가 분리돼 관리가 간편합니다. 땀에 젖은 보호대는 세탁하고, 패드는 물티슈로 닦아주면 됩니다. 위생적이죠. 다만 저희 제품 포함 어떤 패드도 너무 오래 착용하지는 마세요. 어떤 보호대든 장시간 착용하면 근력이 되레 떨어질 우려가 있거든요. 하루 3시간 이내 착용을 권합니다.”

편의를 위해 좌우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탈부착형 패드도 사용 부위에 맞게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피부에 밀착해도 불편하지 않게 미세전류 셀을 작게 변형했어요. 이 과정에서 목걸이형 미세전류 셀(2년)보다는 수명이 줄었습니다. 보호대용 패드는 1년간 충전 없이 쓸 수 있어요.”

원단에도 신경 썼다. “시중에 판매되는 보호대 제품들을 긁어모아 분석했어요. 해외에서 수입한 저렴한 소재로 만든 보호대는 올이 쉽게 나갔어요. 압박과 지지 효과도 떨어졌죠. 잠수복에 쓰이는 국내산 네오프렌 원단을 쓰기로 했습니다. 네오프렌은 신축성이 좋고 변형이 적어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소재입니다.”

3. 각종 테스트로 안전성과 효과 입증

아나파코리아가 그동안 받은 디자인등록증 및 특허증과 시험결과들. /아나파코리아

헬스케어 제품인 만큼 안전성과 효과 입증에도 힘을 쏟았다. “KOTITI 시험연구원에서 피부접촉 알러지 반응 테스트를 완료했습니다. 중금속이나 환경호르몬, 방사능이 발생하지 않는 것도 확인했죠. 보호대에 필요한 인증이란 인증은 다 받은 셈이에요.”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중앙대 체육교육과 운동생리학 담당 교수 팀과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미세전류 보호대 착용 그룹과 미착용 그룹을 나눠 효과를 실험했습니다. 미착용 그룹과 비교했을 때 착용 그룹의 근육 불편함과 운동 자각도(힘든 정도)가 34%, 근육피로도가 22%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어습니다.”

임상시험을 진행했을 때의 모습. /아나파코리아

기술 보호차 미세전류 관련 기술로 3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파스류인 미세전류 동전 패치의 경우 미국 FDA에서 의료기로 등록됐습니다. 추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미세전류 보호대를 의료기기로 등록할 계획입니다. 중앙대학교와 함께 임상시험도 했어요. 미세전류가 근육통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숫자로 확인하기 위해서죠. 20대 남성 10명을 대상으로 3일간 하루 1시간씩 미세전류가 흐르는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근육 불편함은 34% 완화되고 근육피로도는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 한차례 낭패본 후 발품 팔아 찾은 공장

제품 제조 공장의 모습. /아나파코리아제품 제조 공장의 모습. /아나파코리아

시행착오도 많았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 외주 제작을 맡겼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재질부터 모양까지 요청했던 바와 전혀 다른 제품이 나온 것이다. “알고 보니 이미 만들어 둔 제품에 저희 로고만 박아서 새로 만들었다고 준 거예요. 양쪽으로 착용 가능하게 요청을 했는데, 왼쪽에만 착용 가능한 제품이었어요. 심각했죠.”

발로 뛰는 것 말고는 방도가 없었다. 타사 제품을 분석한 자료를 들고 직접 공장을 찾아다녔다. “스케치와 타제품을 보여주며 이런 부분을 보완해 달라고 구체적으로 요청했습니다. 정말 디테일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말씀드렸어요. 그러면 10곳 중 8~9곳은 나가라고 해요. 그분들 입장에선 소량 생산이라 수익이 크지 않거든요. 그래서 공장 대표님들을 설득했어요. 당장은 귀찮겠지만 제품을 잘 팔 자신이 있으니 매출을 확실하게 높여드리겠다고요. 겨우 맞는 곳을 찾았습니다.”

5. 뉴욕, 홍콩 등 대도시 오프라인 매장에 납품

5종의 보호대.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무릎 보호대, 발목 보호대, 손목 보호대, 허리 보호대, 엘보 보호대. /아나파코리아

2021년 미세전류 무릎 보호대를 시작으로 5가지 보호대를 순차적으로 출시했다. 자사몰과 온라인 커머스 플랫폼 등에서 제품을 판매 중이다. 액세서리에서 보호대로 제품군을 확장해야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은 적중했다. 2022년 연매출 20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 약 4억5000만원에서 매해 150% 이상 신장한 수치다.

제품 출시 후에는 후기를 빠르게 쌓는데 주력했다. “사진 후기를 남기는 분에게 아나파 천연 치약을 무료로 보내주는 이벤트를 진행했어요. 덕분에 1만 개가 넘는 후기를 확보할 수 있었죠. 후기는 포털 검색 시 노출 순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프로 야구선수 둥 운동선수 협찬을 진행했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인플루언서 활용 전략이죠. 아마존, 큐텐 싱가포르, 이베이 등 유명 해외 전자 상거래 플랫폼에도 입점했습니다. 먼저 제안을 받아 뉴욕의 골프 매장과 홍콩의 백화점 건강식품 매장에도 제품을 납품한 상태입니다.” 현재 온라인몰에서 한정 최저가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나파 미세전류 팔꿈치 마사지기와 손목 마사지기. 미세전류에 저주파 마사지를 결합했다. /아나파코리아

소비자의 호응에 힘입어 2024년에는 신제품을 출시했다. 미세전류에 저주파까지 결합한 보호대다. "미세전류는 생체 전류보다도 더 낮은 구간의 전류라서 작동 여부를 몸으로 느끼기 어려워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저주파를 결합했습니다. 저주파는 주파수를 이용해 속근육을 자극하고 근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데요. 마치 아이의 손으로 토닥토닥 두들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죠. 지난 3월 팔꿈치 마사지기에 이어 손목 마사지기를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출시 전 체험은 필수, 마케팅도 직접하세요

개발한 제품을 착용하고 있는 황 대표. 그는 제품 개발 후 출시 전에 제품을 꼭 사용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나파코리아

제품을 개발할 땐 체험은 필수다. “직접 사용해 봐야 뭐가 부족한지 압니다. 당장 출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최소 한 달 정도는 전방위적으로 사용성을 테스트하세요. 저는 ‘내가 불편하지 않아야 소비자도 불편하지 않다’ 믿는 편이에요. 그래서 전 직원 모두 사용하게 했습니다. 지인이나 부모님께도 보호대를 채워드렸어요. 그러다 보면 분명히 보완해야 하는 단점이 나옵니다.”

대표가 직접 마케팅을 공부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제품 개발은 본인이 하고 마케팅은 외주를 맡긴 분들 중에 잘 되신 분을 거의 못 봤어요. 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도 같은 분과에 14개 기업 정도가 있었는데, 그중 10곳이 폐업했습니다. 마케팅 기술이 부족했던 게 공통점이었어요. 생존력을 키우려면 대표가 직접 마케팅을 공부하고 적용도 해봐야 합니다.”

/박찬희 외부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