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루빈'이 키운 메모리 몸값…삼성·SK하이닉스 협상력 커질까

윤영숙 기자 2026. 5. 26.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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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200 NVL72 BOM 780만달러 추정…메모리 비용 435% 폭등

AI 랙 상승분 40%가 메모리…HBM4·고용량 D램 수요 확대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AI) 플랫폼인 베라 루빈(Vera Rubin)에서 메모리 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수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여전히 AI 서버 랙 원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세대 전환 과정에서 원가 상승을 가장 크게 밀어 올리는 항목은 메모리라는 분석이다.

◇ 베라 루빈 메모리 비용 435%↑ 전망…HBM4 공급 구도 주목

26일 외신과 모건스탠리 자료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차세대 VR200 NVL72 랙 1대의 부품 원가(BOM)는 약 780만달러(약 118억원)로 추정된다. 기존 GB300 NVL72의 399만달러와 비교하면 95%가량 늘어나는 수준이다.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메모리다. VR200 NVL72의 메모리 비용은 기존 37만3천939달러(약 6억원)에서 200만1천600달러(약 30억원)로 435%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전체 랙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9%대에서 25% 안팎으로 올라간다.

GPU 원가도 252만달러에서 396만달러로 늘지만, 증가율은 57% 수준이다. 금액 기준으로는 GPU가 여전히 최대 원가 항목이나, GB300에서 VR200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늘어나는 원가의 40% 이상은 메모리에서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AI 서버 경쟁이 GPU 확보에만 그치지 않고, 이를 뒷받침할 고성능 메모리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모건스탠리가 추정한 VR200 NVL72 랙 비용 명세[출처: 야후 파이낸스 재인용]

베라 루빈 세대의 핵심 메모리는 HBM4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GPU 옆에 붙이는 고성능 메모리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GPU가 데이터를 빠르게 받아 처리해야 하는 만큼 HBM의 성능과 용량이 중요해진다.

시장에서는 베라 루빈에 들어가는 HBM4 공급 구도를 주목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업체별 물량 비중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SK하이닉스가 가장 큰 비중을 가져가고 삼성전자가 뒤를 잇는 구도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일부 시장 추정에서는 초기 HBM4 공급 비중이 SK하이닉스 50~70%대, 삼성전자 20~30%대, 마이크론테크놀러지 10~20% 안팎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는 고객사 인증, 수율, 가격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추정치다.

SK하이닉스는 HBM3와 HBM3E를 거치며 엔비디아 공급망에서 앞서 나간 바 있다. 삼성전자는 HBM4 최초 양산 출하를 계기로 점유율 회복을 노리고 있다. 마이크론도 HBM4 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어 본격 양산 단계에서는 공급 구도가 다시 바뀔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HBM4[출처: 연합뉴스 자료사진]

◇ 증권가 실적 전망도 상향…메모리 가격 상승 반영

국내 증권가의 메모리업체 실적 전망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매출액을 708조원, 영업이익을 367조1천억원으로 전망했다. 이 중 반도체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영업이익은 356조7천억원, 메모리 영업이익은 361조3천억원으로 추정했다.

D램과 낸드 평균판매단가 상승률은 각각 273%, 291.8%로 제시했다. 고부가 제품인 소캠(SOCAMM)2와 HBM4 출하가 실적을 끌어올릴 것으로 본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이 제시한 삼성전자의 목표가는 55만원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각각 708조원, 377조원으로 추정했으며, 삼성전자의 목표가는 57만원으로 상향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매출액은 353조원, 영업이익은 267조원으로 전망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가격 인상 가시화와 추론 수요 증가에 따른 낸드 업황 개선 속도가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점 등을 근거로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380만원으로 100% 상향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최근 SK하이닉스의 목표가를 380만원으로 상향하면서 HBM으로 촉발된 메모리 공급 부족이 구조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하이퍼스케일러와의 LTA(장기공급계약)가 1년이 아닌 최대 5년의 계약으로 확대되면서 중장기 물량 변동성을 줄이고, 높아진 판매단가로 영업이익률의 하방 리스크가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1곳의 하이퍼스케일러와 LTA 계약을 완료했고, 추가로 1개사와 계약 체결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며, SK하이닉스는 4곳과 LTA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파악했다.

메모리 수요 확대는 HBM에만 그치지 않는다. 차세대 AI 서버는 고용량 D램, LPDDR 계열 메모리, 엔터프라이즈 SSD도 함께 필요로 한다.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하려면 데이터를 저장하고 빠르게 불러오는 능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HBM 생산 확대가 범용 D램 공급을 줄이는 점도 메모리 가격에는 우호적이다. HBM 물량이 늘수록 일반 D램 공급은 빠듯해질 수 있고, 이는 전체 D램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이 된다.

다만 변수도 있다. VR200 NVL72 랙의 원가가 780만달러 수준까지 높아진다는 것은 빅테크의 투자 부담도 커진다는 뜻이다. AI 서비스 매출이 인프라 투자비를 따라가지 못하면 고객사들이 발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ysyoon@yna.co.kr<저작권자 (c)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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