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기 끌었지만 애물단지 된 ○○○숙박시설
한때 다주택자 규제 회피 수단으로 인기를 누렸던 생활형숙박시설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0월 14일부터 전국 10만실 규모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이 불법 건축물로 간주될 위기에 처했다. 2021년 5월 건축법 개정으로 생숙의 숙박업 등록이 의무화되면서다. 신규 생숙뿐 아니라 기존 시설에도 소급 입법이 적용되는 탓에 그동안 생숙을 내 집 삼아 거주하던 수분양자들은 날벼락을 맞게 됐다.
2012년 장기 투숙 호텔 개념으로 도입된 생숙은 수분양자가 전·월세 임대 계약을 맺어 임대 수익을 내거나 호텔·콘도처럼 숙박시설로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다. 다만 취지와는 달리 투자자들은 생활형숙박시설을 운영해 월세나 숙박료를 벌어들이기보다는 웃돈을 붙여 전매하면서 시세 차익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또 암묵적으로 주거용으로 쓰이면서도 주택 수에는 포함되지 않다 보니 생숙은 다주택자 규제를 피하는 틈새 상품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생숙은 법적으로 주택이 아니다 보니 대출 규제에서만 자유로운 게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가 중과되지 않는다는 점이 투자자 구미를 당기게 했다. 생숙은 청약통장도 필요하지 않고, 당첨된 후 바로 매도할 수 있어 단타 수요를 끌어모았다. 생김새는 주택과 비슷하고 주변 시세보다 저렴해 웃돈을 노린 투자자가 몰렸다.
실제로 2021년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공급된 생숙 ‘롯데캐슬르웨스트’는 분양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876실을 모집하는데 58만명 넘게 몰리며 평균 657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용도 변경 마친 곳은 전체 1% 불과
다만 생숙 같은 숙박시설은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면 불법 건축물로 본다. 전 정부 역시 생활형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불법 사용할 경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단속에 나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2021년 10월 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의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내놓은 조치(건축법 시행령 개정)였다. 건축법 시행령은 개정 당시 이미 분양됐거나 준공 후 사용 중인 생숙까지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실거주 목적으로 생숙을 매입한 사람들은 숙박업으로 등록해 거주한다고 해도 전입신고가 불가능해졌다.
대신 정부는 오는 10월 14일까지 2년간은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뒀다. 용도 변경이 쉽도록 건축법상 오피스텔에 적용되는 여러 규제도 한시적으로 완화했다. 유예 기간 이후 생활형숙박시설에 분양자 본인이 살면 불법으로 간주해 매년 공시가격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건축법 시행령 개정 이후 지금까지 오피스텔로 용도가 변경된 생숙은 1173실(전체의 1.1%)에 그친다. 그동안 전국 592개 단지에 생숙 10만3820실이 공급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용도 변경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생숙 소유자가 오피스텔로 전환할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닐 터. 다만 용도를 바꾸려 해도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다. 용도 변경의 대표적인 걸림돌은 주차장 확보다. 오피스텔로 바꾸려면 주차장 면수를 더 늘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지자체 조례를 바꾸거나 건축물을 뜯어내고 다시 지어야 한다. 복도 폭 확대도 같은 맥락이다.
또 주택 용도로 바꾸기 위해서는 현재 상업지역, 녹지지역 등을 주거지역,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준공된 단지는 주민의 80%, 준공 전 단지는 주민 100% 동의를 받아야 용도를 변경할 수 있다.
생숙을 용도 변경하지 못할 경우 수분양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다.
우선 매년 공시가격의 1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물며 거주하는 방법이 있다. 가령 생숙 공시가격이 3억원이면 매년 3000만원이 부과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기 위해 생숙의 원래 목적대로 숙박업을 운영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영업 신고는 30개실 이상부터 가능하기 때문에 운영업체에 위탁을 해야 한다. 이 경우 인테리어 비용을 비롯해 수수료 등을 수분양자가 부담해야 한다. 최후의 수단은 생숙을 되파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되며 생숙 시장에도 한파가 이어지고 있어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관련해 지난 8월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과 주택산업연구원이 공동 개최한 ‘생활숙박시설 당면 문제와 관련 제도 개선안’ 세미나에서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주택이나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분양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1인 가구가 많고, 수도권 주택 공급 필요성을 감안해 생숙도 ‘준주택’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석호영 명지대 법무행정학과 교수도 “생숙 규제를 소급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용도 변경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시가격에서 10%씩 매년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데 이는 기존 소유자에 대한 재산권 침해”라고 덧붙였다.
반면 생숙을 준주택으로나마 주거용으로 인정하면 인근 주거지역 주민으로부터 과밀 학급이나 주차난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생숙은 건축법상 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용지부담금, 교통유발부담금 등 주택이 부담해야 할 의무를 규정한 지자체의 지구단위계획에서도 제외돼 있다. 앞서 여수시는 웅천지구 내 생숙의 용도 변경을 위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했으나 주변 주민 반발로 갈등을 겪고 있다.
처음부터 숙박업을 목적으로 인허가한 건물이니 취지에 맞게 사용되도록 관련 정책을 정비하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무분별하게 용도 변경을 허용하는 것은 특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며 “주거용이 아닌 생숙을 주거용으로 알고 분양받았다면 업체를 상대로 소송 등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유예 기간 연장 등 추가 조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실거주 또는 실제 피해자에 가까운 경우에 대해 구제나 지원 방안이 없을지 고민 중”이라면서도 “ ‘법 지키는 사람은 다 바보냐’ 하는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물론 정부가 10월부터 이행강제금 부과에 나서더라도 해당 제재의 위헌 문제와 건축법 개정안 소급 입법 적용의 법적 다툼 여지도 남아 실제 부과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정책 집행 형평성 등을 이유로 정부가 생숙 주거 허가에 부정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수분양자와 정책당국 간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7호 (2023.09.20~2023.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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