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정체성’이 뭐길래…미국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배의 후배 저격 [손태규의 직설]
이번에도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선수다. 국가대표 전 주장과 국가대표 선수의 갈등이다. 그러나 미국 여자 축구다. 축구가 아니라 종교와 이념 문제다.
생제르맹에서 뛰는 21세 미드필더 코빈 앨버트가 “성 소수자(LGBTQ+)를 증오했다”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앨버트를 저격한 것은 17년 동안 국가대표에 7년 주장을 지낸 39세 메건 러피노. 결국 앨버트는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러피노도 자신의 정치이념을 위해 어린 후배를 희생시켰다며 비판을 받고 있다.
기독교와 애국주의는 미국 사회에서 성 정체성 이념의 공격 대상이다. 여자 축구 국가대표 선후배 사이의 갈등이 그 실상을 보여 주었다.
■성전환 문제로 고통 겪은 청소년을 동정한 대가
앨버트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어느 청소년의 고백 영상을 올렸다. 이 청소년은 자신이 성전환자일지 모른다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하나님을 만난 뒤 성전환자가 아님을 알고 그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독교 신자인 앨버트는 공감을 했다.
국가대표 선배인 러피노가 가장 먼저 공격에 나섰다. “‘나의 신념’ 뒤에 숨어 있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보다 더 포용하고,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고 있는가? ... 만약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그 신념은 모두 ‘증오’일뿐이다. 그 증오 때문에 (성전환) 아이들이 극단 선택을 하고 있다...그 끔찍한 증오를 하루하루 견디는 나의 모든 성전환 친구들과 나는 함께 있다.”
러피노는 나중에 앨버트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고 언론에 확인했다. 동성연애자인 그녀는 앨버트가 성전환 문제로 고통 겪은 청소년을 동정한 것이 성전환에 대한 모독이며 성 소수자에 대한 ‘증오’라고 판단한 것이다. 오랫동안 정치 발언·행동으로 논란을 빚었던 러피노가 포문을 열자 앨버트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앨버트의 소셜미디어에는 자신의 신앙에 관한 내용들이 있었다. 미국 독립기념일에 가족과 함께 “우리들의 대명사는 U.S.A.”라고 밝혔던 영상도 함께 있었다. 그녀의 종교와 애국심도 그 청소년에 관심을 보인 대가를 치렀다. 엄청난 압박을 받았다.
결국 앨버트는 그 동영상을 올린 것에 대해 사과했다: “나의 행동을 진심으로 사과한다. 남에게 상처 주는 글에 공감한 것은 성숙되지 못하고 무례했다. 그러나 결코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팀 동료, 다른 선수들, 친구, 팬들 그리고 상처받은 모든 사람에게 죄송하다. 축구를 할 수 있고 세계무대에서 뛰는 것은 영광이며 특권이다. 더 잘 할 것을 약속한다”고 적었다. 공격을 받았던 영상과 글들도 모두 지워버렸다.
미국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가 성 소수자와 관련해 논란이 된 것은 두 번째다. 2017년 대표 3년의 제일린 다니엘스는 자신의 종교에 근거해 ‘반-성 소수자’ 신념을 밝혔다가 동료 등으로부터 심한 압력을 받자 국가대표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그녀는 “축구연맹이 ‘성 소수자 자부심의 달’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선수복을 입고 싶지 않았다. 내 영혼에서 그런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2022년에는 소속 구단이 만든 ‘성 소수자 자부심’ 깃발이 그려진 선수복을 거부하며 경기에 나가지 않았다.
■“성전환 여자가 진짜 여자”
앨버트가 사과하고 게시물을 지우자 러피노 비판이 이어졌다. 성 정체성에 대해 다른 견해를 표현하는 사람들을 마구 비난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 터져 나왔다. “왜 ‘개인의 신념’을 ‘증오’"라고 말하는가? 왜 자신의 종교 정체성을 밝혔는데 영상을 지우고 사과를 해야 했나? 왜 어린 여자 선수를 이념과 종교 때문에 파괴하는가?”
“어린이들이 증오 때문에 실제로 극단 선택을 하고 있다”는 러피노의 주장도 거짓이라는 것. 특히 러피노의 성 정체성 관련 과거 발언이 문제가 되었다.
러피노는 2023년 월드컵 16강에서 페널티 킥을 실수했다. 미국은 탈락했다. 그녀는 바로 은퇴하면서 “성전환 여자가 진짜 여자”라고 말했다. 그래서 여자라고 주장하는 생물학적 남자들이 여자 국가대표에 합류하는 것은 환영받을 발전이라고 했다.
“생물학적 남자가 여자의 기회를 빼앗는다고 보지 않는다. 여성 스포츠를 보호하기 위한 ‘반 성 소수자 법은 ’헛소리‘다. 생물학적 남자가 여성 스포츠에서 엄청난 이득을 보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들이 여자들의 자리를 빼앗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 소수자 공포증’일 뿐이다.” 러피노의 논리들이다.
러피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 등을 땄다. 농구에서 올림픽 금메달 5개를 딴 수 버드와 8년 째 동성애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녀는 2015년 월드컵의 국가 연주 때 따라 하지 않았다. 2016년부터 국가 연주 때 무릎 꿇기에 앞장섰다. 미국을 늘 인종차별 국가라고 비난한다. 국가대표 시절 대선의 특정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앨버트는 대학 2학년을 마치고 지난해 파리 생제르망에 입단했다. 러피노 은퇴 뒤 개편된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올해부터 주전으로 뛰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종교와 그 신념에 따른 행동이 국가대표 선배의 공격 대상이 될 줄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성 정체성 이념 때문에 국가대표 동문 관계가 무너져 버렸다.
미국에서 프로 스포츠가 정치이념에 물든 지는 오래됐다. 순수한 체력과 기술의 경쟁만이 아니다. 이념 투쟁이 심각하다. 머지않아 러피노의 말대로 생물학적 남자가 여자 축구에서 뛰고 국가대표로 선발될 지도 모른다. 그러면 여자 축구는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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