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FA' 김범수, 최고의 가성비 자랑하며 성공작 예고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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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김범수는 원포인트 릴리프는 물론 셋업맨 심지어 마무리 투수 역할까지 전천후로 소화하고 있다. |
| ⓒ KIA 타이거즈 |
이 선수의 활약상은 단순히 이닝과 평균자책점만 놓고 볼일이 아니다. 세부 내용을 봐야 한다. 이닝은 3이닝이지만 6경기에서 1세이브 2홀드를 기록했다. 중요한 순간에 얼마나 활약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KIA가 던진 승부수 중 하나는 좌완 불펜 김범수 영입이었다. 3년 총액 20억 원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한 배경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바로 수 년간 반복돼온 '불펜 기복'을 해소하고, 경기 후반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다.
김범수는 이미 직전 시즌 전 소속팀 한화에서 70경기 이상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점대의 안정적인 성적을 기록한 검증된 자원이다. 좌완이라는 희소성과 더불어, 멀티 이닝까지 소화 가능한 내구성, 그리고 위기 상황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투구 스타일은 KIA가 원하던 이상적인 불펜 카드와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시즌의 출발은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개막전에서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3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졌고, 이는 팀의 대역전패로 이어졌다. 불펜 전체가 붕괴된 경기였지만, FA 영입생이라는 점에서 김범수에게 쏟아진 시선은 더욱 차가웠다.
당시만 해도 "20억 투자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회의적인 평가가 적지 않았다. 특히 불펜 전체가 동반 부진에 빠진 상황에서 김범수마저 흔들리자, KIA의 시즌 초반 구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야구는 결국 '과정'이 아니라 '흐름'의 스포츠다. 그리고 김범수는 그 흐름을 누구보다 빠르게 바꿔낸 선수였다.
위기 속에서 증명한 베테랑의 가치
개막전 악몽 이후 김범수는 완전히 다른 투수로 돌아왔다. 등판할수록 투구 내용은 안정됐고, 위기 상황에서의 집중력은 오히려 더 날카로워졌다. 단순히 성적이 좋아진 것을 넘어, 팀이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마다 자신의 역할을 해내는 모습이 반복됐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위기 대응 능력'이다. 주자가 쌓인 상황, 경기 흐름이 넘어갈 수 있는 고비에서 김범수는 과감하게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며 상대 타선을 정면 승부로 눌렀다. 이는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경험과 자신감이 함께해야 가능한 영역이다.
NC전에서 보여준 장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전날 같은 타자에게 밀리며 실점을 허용했던 그는 다음 날 다시 맞붙어 단 4구 만에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실패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다시 마주하고 결과를 바꿔낸 것이다.
김범수는 경기 후 "상대 타자만큼 내 공도 뜨겁다는 생각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이 짧은 한마디에는 그의 투구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상황에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공을 믿고 승부하는 태도, 지금 KIA 불펜에서 가장 필요한 요소다.
또한 그는 단순한 원포인트 릴리프가 아니다. 좌타자 상대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역할은 물론, 이닝 소화 능력까지 갖추며 불펜 운용의 폭을 넓히고 있다. 감독 입장에서는 한 장의 카드로 여러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멀티 자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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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범수는 두둑한 배짱에 더해 노련한 피칭이 돋보이는 베테랑 투수다. |
| ⓒ KIA 타이거즈 |
현재 KIA 불펜의 가장 큰 변수는 마무리 정해영(25, 우투우타)의 기복이다. 리그 정상급 클로저로 평가받아온 그는 시즌 초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으로 흔들렸고, 몇 차례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의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마무리의 불안은 단순히 한 포지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곧 불펜 전체 운용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팀 경기 운영의 안정성까지 흔드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KIA는 선발진이 리드를 잡고도 경기 후반을 버티지 못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범수의 존재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는 특정 보직에 묶이지 않는다. 7회, 8회, 심지어 9회까지도 상황에 따라 가장 중요한 순간에 투입된다. 전통적인 '셋업맨'이나 '마무리' 개념을 넘어선, 이른바 '하이레버리지 투수'로 기능하고 있다.
최근 경기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뚜렷하다. 불펜 소모가 많은 상황에서는 김범수가 일찍 투입돼 핵심 이닝을 책임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사실상의 마무리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는 이범호 감독이 그만큼 김범수를 신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과'다. 김범수가 등판한 경기에서는 최소한 대량 실점으로 무너지는 장면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는 곧 팀이 끝까지 승부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불펜이 안정되면 타선도, 선발진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만약 김범수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시즌 초반 불펜 붕괴 흐름 속에서 KIA는 훨씬 더 긴 연패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경기 후반을 책임질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팀은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무너지는 패턴을 반복했을 것이다.
시즌은 아직 길다. 불펜 역시 언제든 재편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 놓고 본다면 분명하다. 위기의 KIA를 지탱하는 버팀목, 그리고 흔들리는 팀을 다시 세우고 있는 핵심, 그 이름은 단연 김범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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