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쓰의 재발견]⑨한국인 10명 중 8명 "푸드 업사이클링 뭔가요?"

임온유 2024. 9. 2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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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푸드 업사이클링 인식조사' 결과
푸드 업사이클링 모른다 85%…구매경험도 17%
맛·가격 등 제품 경쟁력 개선이 최우선 과제

전 세계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푸드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지도가 현격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푸드 업사이클링을 통해 재탄생한 제품이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식품이라는 부정적 인식도 상당했다.

26일 아시아경제가 시장조사기관 마크로밀 엠브레인에 의뢰한 '푸드 업사이클링 인식조사(전국 20~59세 남녀 200명 대상, 8월5일부터 8월7일까지)'에 따르면 '푸드 업사이클링을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22.5%에 그쳤다. 나머지 응답자의 46.0%는 '처음 듣는다'고 답했고, 31.5%는 '들어본 적 있지만 개념은 모른다'고 답했다. 10명 중 8명이 푸드 업사이클링을 알지 못하는 셈이다.

한국인 10명 中 8명 "푸드 업사이클링 뭔가요?"

인지도가 낮은 만큼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을 구매해본 사람도 드물었다. 응답자의 83.5%가 '구매한 적 없다'고 답했다. 다만 '앞으로 구입 의향이 있다'는 소비자는 85%에 달했는데 대부분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것 같다(84.1%)'는 이유를 들었고, '건강에 좋을 것 같아서(19.4%)' '소비를 통해 나의 가치관을 드러낼 수 있어서(19.4%)' 등이 뒤를 이었다.

소비자의 구매를 가로막는 요인으로는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을 잘 몰라서'라는 응답이 43.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서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했다는 이미지가 별로라서(33.3%)' '품질이 떨어질 것 같아서(33.3%)' '위생적이지 않을 것 같아서(30.0%)'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은 안전하지 않을 것 같아서(6.7%)' '탄소 저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아서(6.7%)'가 꼽혔다.

가격 측면에서도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하면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는 답변이 57.5%였고, '비슷하면 구매할 것'이라는 응답은 40.0%였다. '일반 제품보다 비싸도 구매할 것'이라는 답변은 2.5%에 그쳤다. 앞으로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제품의 이미지와 신뢰도, 가격 등을 개선해야 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영양학적 우위, 판매로 직결되지 않아"…결론은 '맛'

전문가들은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짚었다. 입맛이 지닌 보수성을 고려했을 때 푸드 업사이클링 산업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선 친환경 가치 소비라는 사회적 인식 제고도 중요하지만 기성 식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매력적인 맛과 가격 등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만다 오엔브링(Amanda Oenbring) 미국 업사이클링 푸드 협회(UFA) CEO[사진=임온유 기자]

아만다 오엔브링 미국 업사이클링 푸드 협회(UFA) 최고경영자(CEO)는 무엇보다 제품 경쟁력, 그중에서도 맛을 강조했다. 업사이클링 푸드의 영양학적 강점은 이미 드러났지만 영양학적 우월성이 더 많은 판매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일례로 맥주 양조 후 남은 맥아의 찌꺼기인 맥주박으로 만든 피자 도우는 일반 도우보다 더 많은 섬유질과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면서도 "업사이클링 푸드의 경쟁자는 일반 식품이기 때문에 결국 맛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업사이클링 푸드라는 개념을 강조하기보다 일반 식품과 다름없다는 점을 알리고 우수한 맛으로 시장을 키워 더 많은 소비자가 경험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신선식품 유통·판매 전문기업 '오이식스'의 토우카이린 소노코 이사도 "소비자들도 버려지는 음식물 등으로 환경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며 "환경에 좋은 제품이라는 쪽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맛있고 새로운 형태의 가치를 부여한 상품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푸드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시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푸드 업사이클링이 푸드테크의 핵심 분야로 성장하고 있는 유럽에서도 여전히 높은 인식에 비례한 만족스러운 소비성과가 나타나고 있진 않다.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의 맛이 아직까진 기존 제품의 맛을 뛰어넘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비베카 올린 코펜하겐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푸드 업사이클링에 대한 높은 이해 수준에도 불구하고 맛이나 가격으로 인해 소비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제품의 맛이 좋다면 비싸더라도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맛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베카 올린(Vibeke Orlien) 코펜하겐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사진=구은모 기자]

그러면서 맛의 문제는 화학적 측면에서의 개선과 낯선 맛에 대한 적응, 두 가지 차원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짚었다. 올린 교수는 "유청이나 우유 등 동물성 단백질은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어 다양한 질감 표현이 가능하지만 식물성 단백질 혼합 제품은 상대적으로 단단하고 거친 질감을 가지고 있다"며 "식물성 업사이클링 단백질 제품의 화학적 질감을 동물성 제품과 비슷하게 개선하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낯선 맛에서 오는 거부감에 대해선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이 맥주박처럼 익숙하지 않은 재료로 만들어진다는 게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맛을 배우기 위해 어린이는 10번, 성인은 20번 이상 먹어봐야 한다는 연구가 있다"며 "이는 식품 소비에 있어 환경적 영향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사람들조차 실제로 그것에 익숙해지기 위해선 의식적인 노력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엔브링 CEO는 결국 맛과 가격을 모두 잡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위해선 '기업-정부-투자'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의 성장성이 매우 크다고도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기업가 중심으로 상향식(bottom-up) 성장을 이뤘지만, 한국은 스타트업 태동 속에 하향식(top-down)의 정부 지원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혁신하는 회사와 이를 지원하는 정부가 만났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여기에 유통을 지원할 투자자까지 나서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다면 한국이 푸드 업사이클링 모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시장, 원재료 중심으로 대형 B2B 고객부터 설득해야"

유럽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확산 속도가 더딘 한국 푸드 업사이클링 산업이 덴마크 기업인 '서큘라 푸드 테크놀로지'의 곡물가루, '리듀스드'의 육수와 스톡처럼 원재료를 중심으로 기업간거래(B2B) 사업 모델로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도 나왔다. 아비아야 리만-안데르센 서큘라 푸드 테크놀로지 대표는 "푸드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큰 고객이 필요하다"며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은 새로운 식재료인 만큼 대형 식품 제조업체 등이 먼저 사용해 소비자 경험을 늘리고 이를 통해 식당과 개인 소비자 등으로 확산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렌조 티렐리(Lorenzo Tirelli) 리듀스드 연구·개발(R&D) 총괄도 "스타트업에게 기업소비자간거래(B2C) 모델은 마케팅과 영업 등에 있어 어려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며 "그보다는 대형 B2B 고객과의 거래와 협업을 통해 제품과 공정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제 태동 단계인 소규모 푸드 업사이클링 기업이 직접적으로 소비자를 설득하기보다는 양질의 원재료를 대기업에 제공하고, 이들이 적극 마케팅하는 방법으로 푸드 업사이클링의 철학과 경험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올린 교수는 "푸드 업사이클링은 기존에 잘 활용하지 않고 먹지 않았던 재료가 충분히 좋은 음식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아이디어"라며 "이런 아이디어를 통해 식품의 가치와 다양한 사용 가능성에 대해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용어와 표현이 사용될 때 올바른 인식도 확산하고 자리 잡을 수 있는 만큼 푸드 업사이클링 식품이 폐기물로 만든 저품질의 음식이 아닌 환경적 가치가 더해진 양질의 새로운 음식이라는 점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뉴욕=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코펜하겐=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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