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 사제복 입은 신승호, "세상 모든 유니폼 다 입어보고 싶다"

신승호 (사진: 트리플픽쳐스 제공)

영화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에서 신승호가 연기한 ‘정도운’은 가장 복잡한 내면을 지닌 인물이다. 사제로 살아가던 그는 고해성사 속에서 어머니의 죽음과 연결된 진실을 마주하고, 신앙과 복수 사이에서 끝없이 흔들린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 당시 관객과 만난 뒤, 다시 스크린에서 완성작을 마주한 그는 “힘든 시기에 한국 영화가 완성되어 스크린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객관적일 수는 없지만, 빠져들어서 볼 수 있는 힘이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처럼, 그는 작품이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도록 자신 역시 정답을 내리지 않은 채 연기에 임했다.

연기를 할 때 답을 정해놓고 했는지, 뉘앙스 자체를 남겨두고 갔는지를 묻자 신승호는 잠시 웃으며 대답을 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어떻게 답을 내리고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아예 답을 내리지 말자고 마음먹고 촬영을 했다. 영화가 끝나기 전까지는 ‘도운이 복수할까, 안 할까’ 하는 게 드러나지 않았으면 했다.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물음표가 유지되길 바랐다”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

도운이라는 캐릭터의 전사에 대한 고민도 물었다. 어머니를 잃고 신부가 되기까지, 영화 속에서는 짐작할 여지가 크지 않았던 만큼 배우가 어떻게 설정했는지가 궁금했던 대목이다. 신승호는 “아버지 같은 존재인 요한 신부를 만나 큰 결핍 없이 자라 사제가 되었을 것이라 전제했다”며 “굳이 앞선 사건들을 디테일하게 연구하기보다는, 이후의 갈등에 더 집중하고 싶었다”고 했다. 오히려 그는 고해성사 장면에서 드러나는 인물의 내면을 중심축으로 삼았다. “그때 흐느끼며 고해하는 호준의 말은, 도운의 마음속 깊이 묻혀 있던 거대한 돌덩이를 다시 끌어내는 순간이었을 거다. 잠시 멀어져 있던 상처가 선명하게 되살아났고, 그게 결국 복수라는 길로 끌어당겼다고 생각했다”

백승환 감독과는 <더블패티> 이후 두 번째 호흡이다. “감독님을 좋아하고 나를 아껴주시는 것도 알았지만, 작품 선택은 결국 개인적인 친분을 배제하고 대본 자체의 힘으로 판단해야 했다”며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 “편하게 보기엔 어려운 작품일 수 있지만, 평범하지 않다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도전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내 마음을 움직였다”

사제복을 입는 경험은 어떨까. “사제복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다만 입었을 때 보시는 분들이 ‘어, 저건 아닌데’라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게 중요했다. 자연스럽게 신부로 보이기만 하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그는 군복, 교복에 이어 이번엔 사제복까지 입으며 ‘유니폼이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평을 듣는다. “존재하는 유니폼은 다 입어보고 싶다”며 웃었다. “의사 가운, 엔지니어 작업복, 레이싱 슈트, 다이빙 슈트까지… 유니폼이라면 뭐든 도전해 보고 싶다”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흑석동 성당 신부들의 일상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참고했다. “처음엔 저도 신부라는 단어에서 굉장히 홀리하고 엄숙한 이미지만 떠올렸는데 실제 신부님들은 농담도 잘하시고, 그냥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면이 있더라. 그런 모습이 내 연기에도 도움이 됐다”

작품의 핵심은 결국 ‘딜레마’다. 신앙과 인간적 복수 사이에서 갈등하는 도운을 연기하며 그는 스스로도 정답을 내리지 않으려 했다. “흑화했는지, 회개했는지, 끝내 어떤 선택을 했는지는 명확히 정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관객이 끝까지 의문을 품도록 들키지 않으려는 절제가 필요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아이에게 자신이 살인자라고 고백하는 대목은 특히 많은 해석을 낳았다. “저도 그 신을 찍으며 관객처럼 궁금했다. 도운이 자신의 죄를 아이에게까지 대물림한 건지, 아니면 또 다른 자신을 그 아이에게서 본 건지. 어떤 해석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분명한 건, 너무 충격적인 말을 너무 담담히 내뱉는 순간이었고, 그 자체로 힘이 있었다는 거다”

현장에서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은 그에게 큰 버팀목이 되었다. 특히 박명훈과의 격렬한 몸싸움 장면은 어려웠지만 의미 있었다. “주먹질이 아니라 몸이 뒤엉키는 액션이라 심리적으로 쉽지 않았는데, 명훈 형님을 비롯한 선배님들이 따뜻하게 챙겨주셔서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따뜻함 덕분에 어두운 장르임에도 현장은 늘 밝았다”

연기 스펙트럼에 대한 질문에는 확신을 드러냈다. <D.P.>에서는 강렬한 군인, <파일럿>에서는 코믹한 파일럿을 보여줬던 그는 이번엔 절제된 내면 연기를 시도했다. “폭발적인 에너지로 감정을 터뜨리는 연기는 이미 몇 번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이번엔 최대한 담아두고 절제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싶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얼굴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

하고 싶은 역할은 여전히 많다. “멜로도 언젠가는 당연히 해야 할 것이고, 시대극, 히어로물, 실화를 기반으로 한 역사극도 욕심난다.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자신 있는 영역도 많다. 특히 코미디는 시작일 뿐이다. <파일럿>으로 기회를 얻었지만, 정말 나사 하나 빠진 미친 코미디에 도전해 보고 싶다” 신승호는 사투리 연기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부모님이 전라남도 고흥 분들이라 집에서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대학을 부산에서 다녀 경상도 사투리도 가능하다. (웃음) 곧 공개될 작품 <오디션 109>에서도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데 기대해도 좋다”

최근 한국 영화계의 침체에 대한 질문에는 현실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코로나 이후 회복이 될 듯 말 듯 했지만 지금은 더 어려워진 것 같다. 다만 주연을 맡았다고 해서 부담감을 계속 안고 가면 제 역량이 반밖에 나오지 않더라. 당연히 부담은 있지만, 오히려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고 신나게 임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단순했다. “영화계가 어려운 시기지만, 극장을 찾아주셔서 저희 영화를 응원해 주신다면 감사하겠다.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이라는 제목을 보고 ‘어떤 의미일까’ 궁금해하며 극장에 오신다면, 분명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라 믿는다”

온리 갓 노우즈 에브리띵
감독
출연
고준석
평점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트리플픽쳐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