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할 결심, 미뤄줄 결심
시민들의 노력 끝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을 만장일치로 파면했고, 새 정부도 들어섰습니다. 한번 풀려났던 윤석열도 재구속됐습니다. 하지만 내란범들에 대한 수사는 현재 진행형이며, 1심 선고는 내년까지 넘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여연대는 시민들이 내란 재판의 근황을 쉽게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한 주간 재판 흐름의 핵심만 요약해 짚어주는 ‘주간 내란재판 리포트’를 연재합니다. <기자말>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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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3 내란의 사실관계는 크게 세가지 큰 덩어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①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침탈 및 봉쇄 ②방첩사령부와 경찰 등의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 ③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
| ⓒ 참여연대 |
김용현 등 재판에서는 당시 국방부 대변인이 증인으로 출석, 김용현이 대통령 명의의 계엄선포문을 가지고 있다가 자신에게 공보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또한 노상원 재판에서는 문상호 당시 정보사령관이 출석해 노상원이 어떻게 자신에게 계엄 관련 지시를 했는지 증언했습니다.
이번주에는 윤석열 세개의 재판이 모두 공판을 열었고 특히 윤석열 재판은 월요일(15일)과 금요일(19일) 2회에 걸쳐 열렸습니다. 중요한 쟁점 위주로 돌아봅니다.
1. 계엄상황인데, 명령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지휘관 :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이번주에는 15일(월)과 19일(금) 두차례에 걸쳐 윤석열 공판이 열렸습니다. 이번주에도 윤석열은 무단 불출석하여 궐석재판으로 진행되었는데요.
15일 열린 18차 공판에서는 특전사 병력이 탄 헬기의 착륙을 지연시켰던 김문상 전 군 수도방위사령부 작전처장, 본청 유리창을 깨고 들어갔던 707특임단의 박종성 9지역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제9지역대는 국회에 투입된 이후 의사당 우측을 봉쇄했고, 이후 유리창을 깨고 국회 내부로 진입해 보좌진과 대치하면서 국회 단전 및 본회의장 진입을 시도했던 부대입니다. 즉 계엄군이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할 의도가 있었는지를 입증할 중요한 증인인 셈입니다.
그러나 박종성은 자신들의 출동 목적이나 받은 지시 등에 대해 시간이 오래되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증언을 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당시 김현태 707특임단장은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을 통해 "본희의장 막는 거 우선", "진입시도 의원 있을 듯", "문 차단 우선" 등의 명령을 내렸습니다. 누가 봐도 국회표결 방해 의도로 보이는 명령입니다.
그러나 박종성은 명령의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심지어 '의원'이라는 단어가 국회의원이라고 생각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유리창을 깼던 것에 대해서도 박종성은 검찰 조사에서는 김현태가 지시했다고 진술했는데(이 장면은 CCTV에도 찍혔습니다), 이날 법정에서는 이마저도 기억나지 않는다며 사실상 번복했습니다.
보다 못한 특검보가 "지역대장이시잖아요. 대원들 목숨이 왔다갔다 할 수 있는 상황인데(단장 지시를 명확히 이해하고) 정확히 지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하고 따져물었습니다. 이에 증인은 침묵 끝에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신과 김현태에게 불리한 증언을 피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19일(금)에 열린 19차 공판에서도 707특임단의 이아무개 상사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그는 계엄 때 안귀령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에게 항의를 받았던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이아무개 상사 또한 출동 당시 국회의원들을 막으러 간다는 생각은 못 했고, 국회의사당이 종북세력에게 점거됐다고 생각했었다고 진술했습니다.
다만 이아무개 상사는 707단원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간 다음, 김현태 단장의 지시로 전원 차단기를 내렸다는 것을 분명하게 증언했습니다. 현재 특검은 김현태 단장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며, 머지 않은 시일 내에 증인으로 소환할 것으로 보입니다.
2. 포고령이 법보다 위라고 판단한 경찰청장 : 조지호, 김봉식, 윤승영, 목현태 등 재판(2025고합51)
경찰 수뇌부의 16차 공판에서는 임경우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장 겸직), 방첩사령부의 이재학 안보수사실장, 최석일 소령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임경우 부장은 지난주 공판에 출석했던 김아무개 광역수사단 팀장에게 비상대기자 104명의 명단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보고받은 인물입니다.
당시 임경우 부장은 광수단 단체대화방에 경감 이하 수사인력 20명씩 명단을 정리하고 사무실에 대기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검사는 해당 명단이 정치인 체포 작전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물었지만, 임경우 부장은 해당 명단은 방첩사가 아닌 국수본에서 요청받은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다만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재학 방첩사 안보수사실장은 경찰도 정치인 체포 목적을 알고 있었을 거라는 취지의 증언을 했습니다. 체포 명단을 하달한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이 경찰이 협조해줄 것이라며, 경찰로부터 신병을 받는 것이 임무라고 설명했다는 것입니다. 정치인 합동체포작전에 대해 방첩사는 경찰도 알고 있었을 거라고 하고, 경찰은 몰랐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평행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편 임경우 부장은 국회 봉쇄 초기 잠시 국회의원들 출입이 허용되었다가 다시 봉쇄되었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자신이 계엄 선포 직후 헌법과 계엄법을 검토했고, 밤 11시경 다른 참모진들과 함께 김봉식 서울청장을 찾아가 국회의 의결을 막으면 안된다고 건의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김봉식은 조지호 청장와 논의한 끝에 의원과 국회 직원들의 출입은 허용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11시 23분경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발령되자, 조지호의 전화를 받은 김봉식이 다시금 11시 37분경 국회 출입을 전면 금지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임경우는 포고령이라 해도 헌법과 법률보다 우위에 있을 수 없다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며, 계속 강하게 김봉식 청장을 말리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진술했습니다.
3. 재판 '파행' 작정한 김용현 변호인, 그리고 이에 호응한 재판부 : 김용현, 노상원, 김용군 등 재판(2024고합1522)
18일(목)에 열린 김용현 등 공판에서는 계엄사령부 부사령관이었던 정진팔 당시 합동참모본부 차장이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정진팔 차장은 계엄 및 포고령 선포와 계엄사령부 구성이 얼마나 졸속이었는지 증언했습니다.
증언에 따르면 김용현은 박안수를 계엄사령관으로, 그리고 자신을 부사령관으로 구두로 임명했으며, 임명장도 따로 없었습니다. 또한 정진팔 차장은 당시 받은 계엄사령부 포고령 문건에 대해 현장에 같이 있던 참모진 모두 법무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었고, 이에 포고령을 박안수에게 돌려줬습니다. 하지만 박안수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포고령은 발효되었습니다. 이에 정진팔 차장이 합참 법무실장에게 전화했지만 통화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다른 검토 절차는 없었습니다. 계엄사령부 단위에서도 포고령 절차는 위법했다는 것이 다시금 드러난 것입니다.
한편 이날도 변호인들은 검사의 증인신문에 집요하게 끼어들고 언성을 높이며 재판 진행을 방해했습니다. 합참 차장인 증인에게 질문하는 검사에게 "나이도 어린 검사가"라며 모욕을 주는가 하면 급기야 반말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에 검사가 "반말하지 마십시오"라고 항의하자 변호인은 "반말하면 들어야지"라고 응수하기도 했습니다.
오후에도 험악한 분위기는 이어졌습니다. 증인으로 계엄해제 결의안 가결 직후 처음으로 방첩사 인원들에게 복귀명령을 내린 박성하 방첩사령부 기획관리실장(대령)이 증인으로 출석했는데요. 검사는 증인에게 합동참모본부에 나가 있는 방첩부대인원이 포함된 단체대화방이 있었는지, 그 대화방에 윤석열에 대한 내용도 있었는지를 질문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변호인 측은 이 질문이 재전문진술이 된다며 증인신문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검사의 의도가 "대통령 얼굴에 똥칠하겠다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해당 질문은 이 재판 피고인인 김용현이 아닌 '윤석열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엄연히 자신들 재판과 별개인 윤석열의 명예가 훼손된다며 자기들 재판을 중단시켜달라는 것입니다. 이런 황당한 요청에 재판부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판을 강행하려고 하자, 급기야 김용현 측은 재판부 기피를 신청했습니다. 이에 특검보가 재판 지연 목적이 명백하므로 간이기각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간이기각을 하지 않고 재판 중단을 선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김용현 등의 재판은 언제 재개될지 예측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참여연대 입장 함께보기)
이번 주의 재판 동향 요약
▲윤석열 재판에서는 헬기를 타고 국회에 출동한 707특임단의 간부들이 출석했습니다. 특임단 텔레그램방에서 김현태 단장이 국회 본청에 의원들 진입을 막으라고 지시한 사실이 이미 명백히 드러났지만, 증인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등 김현태 단장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재판부는 추가기일을 잡았습니다.
▲조지호 등 경찰 간부들의 재판에서는 비상대기자들의 명단 작성을 지시한 간부가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의원 체포 목적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반면 방첩사 간부들은 여전히 경찰 측도 정치인 체포 작전을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 "윤석열과 내란 주동자들 재판은?" |
| 4월 4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파면된 이후, 현직 군인 피고인들을 제외하고 주요 내란범들에 대한 공판은 3개로, 모두 지귀연 판사가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재판들을 간단히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윤석열 재판(2025고합129) : 설명이 필요없는 내란 우두머리 입니다. 재판에 넘겨진 12.3 내란의 세가지 큰 덩어리, ①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침탈 및 봉쇄, ②방첩사령부와 경찰 등의 주요 정치인 체포 시도, ③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모두에 대해 최종 지시자이자 책임자입니다. 2)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김봉식 전 서울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2025고합51): 내란에 관여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재판입니다. 내란에서 경찰은 위 세가지 덩어리에 모두 투입되었으며, 계엄군과 보조를 맞추어 국회와 선관위 주변에 배치되고, 방첩사령부 등의 정치인 체포 시도에 협조했습니다. 3)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김용군 제3야전군 사령부 헌병대장에 대한 재판(2024고합1522) : 윤석열의 명령을 받아 12.3계엄을 전체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입니다. 구체적인 계엄 계획을 설립하고 계엄군을 움직여 실행했으며, 특히 선관위를 점거해 직원들을 체포하고 서버 반출을 시도했습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참여연대 홈페이지와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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