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도 러에 "건들지 말라" 경고…카자흐 대선 꽂힌 시선, 왜
중앙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카자흐스탄이 20일(현지시간) 조기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외신들은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넓히려는 미국·중국·러시아가 카자흐스탄의 대선 결과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 연구소인 코감디크 피키르가 지난 4~6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현 대통령(아마티드당)에 대한 지지율은 78.8%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2위 지그리 다이라바에프(2.8%·국민애국민주당), 3위 누를란 아우에스바예프(1.8%·국가사회민주당) 등 야당 후보 5명의 지지율은 모두 한자릿수다.
토카예프 당선 유력, 임기 2029년
사실상 토카예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한 상황에서 각 후보들은 모두 별다른 선거 운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야당 후보들과의 TV 토론에 토카예프 대통령은 자신을 대신해 예를란 코샤노프 하원의장을 내보내는 무성의한 모습을 보일 정도다. 2019년 취임한 토카예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7년 임기가 연장돼 2029년까지 총 10년을 통치하게 된다.
카자흐스탄 대선은 원래 2024년이었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 건 개헌 때문이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지난 9월 5년 중임제인 대통령 임기를 7년 단임제로 바꾸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쳤고, 77%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됐다. 다만 현 대통령인 자신은 단임제의 예외로 두고 재출마하면서, 이번 임기를 단축해 조기 대선을 치르는 방식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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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거리두며 경제발전 도모
두번째 임기를 앞두고 있는 토카예프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서방·중국과 밀착하는 다자 벡터 외교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포브스는 “중립성을 바탕으로 모든 글로벌 강국과 우호적 관계를 맺으며 자국 경제를 발전시키겠다는 게 토카예프의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립 외교’의 첫 행보는 러시아와 거리두기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 구소련 붕괴 후 독립해, 최근까지도 러시아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었다. 하지만 개전 후 토카예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면전에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친러 분리독립 세력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 지난 8월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와 정보공유 협정을 맺어 러시아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고, 지난달엔 자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추방하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묵살했다. 디플로매트는 “러시아는 카자흐스탄의 태도 변화를 배신으로 간주하고 은밀한 위협을 가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대신 중국과의 교류를 대폭 늘렸다. 1992년 3억 달러(4000억 원) 수준이던 양국 교역액은 지난해 252억 달러(33조7000억 원), 올해 1~7월 176억 달러(23조6000억 원)로 급증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이니셔티브의 핵심 거점인 카자흐스탄에 각별한 공을 들여 왔다. 2013년 일대일로 구상을 첫 발표한 장소도 카자흐스탄이었고, 지난 9월 코로나19로 중단했던 외유를 재개하며 첫 순방지로 택한 곳도 카자흐스탄이었다. 당시 시 주석은 카자흐스탄에 “영토 보존”을 약속했고, 러시아를 향해 “카자흐스탄을 불안하게 만들지 말라”고 경고를 날렸다.
"미국 막으려는 중·러 압박 극복이 관건"
미국과 유럽도 카자흐스탄을 향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6~11일 도널드 루 미국 국무부 중앙아시아 담당 차관보는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중앙아시아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2500만 달러(335억 원)를 제공하기로 했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 국가들도 카자흐스탄을 새로운 에너지 구입처이자 유럽~아시아 연결하는 국제 육로의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디플로매트는 “미국에게 러시아는 현재의 위협, 중국은 미래의 위협이다. 카자흐스탄은 이 두 나라와 모두 국경을 맞댄 곳으로 지정학적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토카예프는 카자흐스탄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러시아와 한 통속으로 묶이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면서 “호전적인 이웃(러시아)을 잘 달래면서 독립적인 노선을 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디플로매트는 “토카예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정학적 지위를 이용해 러시아·중국·서방 사이에서 매우 좁은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다”면서 “서방, 특히 미국의 진입 막으려는 중·러의 압박을 어떻게 극복해낼지가 두 번째 임기 성공의 관건”이라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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