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기립박수 터졌던 한국영화, 미리 봤더니...

[칸 리뷰: 포테이토 지수 86%] '베테랑2', 전작의 성공 공식 깨부수기
제77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베테랑2'의 한 장면. '베테랑2'는 지난 21일(한국시간) 오전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첫 상영됐다. 사진제공=CJ ENM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는 가소로운 표정으로 상대방을 쳐다본 뒤 "어이가 없네?"를 말하는 안하무인이다. 그는 자신을 압박하는 서도철 형사(황정민)에게도 "뒷감당할 수 있겠어요?"라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는 악인이다.

서도철 형사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다'는 정의감 넘치는 형사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라는 일념으로 집요하게 조태오를 물고 늘어지며 결국 그를 체포한다.

2015년 개봉한 '베테랑' 1편의 내용이다.

이 작품은 명확한 선과 악의 대결, 끝내 선이 승리하는 카타르시스를 무기로 관객들에게 쾌감을 안겼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유유히 포위망을 빠져나가는 조태오의 악행은 분노를 일으켰고, 서도철의 집념은 응원받았다.

마치 '사이다'라도 들이킨 듯한 짜릿함으로 1341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적인 범죄액션 영화의 최전선에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9년 뒤. '베테랑2'가 제77회 칸 국제영화제가 장르영화를 소개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베일을 벗었다.

심야 상영임에도 2300석 규모의 대극장이 관객으로 꽉 찼을 정도로 열기를 달궜다.

'베테랑2'는 전편과 다른 노선을 걷는다.

조태오라는 강력한 악의 축으로 전개를 이어갔던 1편과 달리 2편은 '솜방망이 처벌' 등 사법체계의 허점, 사이버 렉카(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부 유튜버를 지칭하는 용어) 등 현재 한국사회의 현실을 녹여 모호한 선과 악의 경계를 파고든다. 선과 악이 아닌 정의와 정의, 신념과 신념의 부딪힘으로 질문을 던진다.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박선우 형사로 합류한 정해인의 모습. 사진제공=CJ ENM

서도철 형사의 강력범죄수사대는 사법체계를 무시하고 범죄자들을 처단하고 다니는 연쇄살인범을 조사하게 된다. 형사들에게는 살인범이지만, 온라인상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정의구현'이 이루어졌다며 그를 응원한다. 막내 박선우 형사(정해인)가 투입되고, 이들은 연쇄살인범을 함께 쫓게 된다.

"1편은 답이 명확한 구조의 영화라면, 2편은 질문의 영화이길 바랐다"는 류승완 감독의 말처럼 '베테랑2'는 모호한 악의 존재, 사법시스템의 정의와 사적 제재의 경계, 신념이 맞부딪치는 인물들의 대결 등을 류 감독표 액션영화의 문법으로 풀어내며 전작의 성공 공식을 깨부순다.

이 과정에서 1편과 같은 통쾌함과 카타르시스가 다소 옅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다만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액션 시퀀스가 이를 대신한다. '베테랑2'의 액션은 류승완 감독이 왜 액션 키드로서 장르영화를 일궈온 감독인지를 증명한다.

특히 주요 인물들이 한 겨울에 장대비를 맞으며 서로 뒤엉키며 처절하게 펼치는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다.

황정민은 불도저 같은 모습의 형사에서 나아가 아버지, 남편의 면모를 끄집어낸다. 박선우 역할을 위해 "저의 밑바닥을 파봤다"는 정해인의 새로운 얼굴 역시 흥미롭다.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다'는 베테랑 형사 서도철 역의 황정민. 사진제공=CJ ENM

감독 : 류승완 / 출연: 황정민, 정해인,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안보현 외 / 장르: 범죄, 액션, 느와르, 스릴러, 미스터리, 형사 / 개봉: 미정 / 관람등급: 미정 / 러닝타임: 118분